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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는 생명이란 없는 것이다

몇 해 전 아내에게 장미선인장을 선물했다. 그리고 재작년에 목숨을 다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며칠 전, 아내가 베란다 창틀에서, 새끼손가락 만한 장미선인장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장미선인장 화분이 놓여 있던 자리, 어미에게서 떨궈진 생명이었을 것이다. 일 년을 넘게, 겨우내 겨울바람에 맞서 살아난 생명이다. 아내가 조그마한 찻잔에 거처를 마련하여 계란 껍질로 집을 만들어 옮겨놓았다. 그랬더니 초록빛깔은 더욱 성숙해졌고, 키도 조금 더 자랐다. 보잘것없는 생명이란 없는 것이다. 절망의 늪에서조차 내 시간의 가지마다 새순 틔워내는 그대 나의 사랑아 김연수의 시, "사랑은 존재를 흔드는 아픔이어도" 중에서.

霓至園_/soon_ 2013.03.18

알렙출판사의 조영남 대표

민음사, 바다출판사 등에서 편집주간을 하시다가 2010년부터 알렙출판사를 만들어 주로 인문, 철학 부문의 책을 만드시는 조영남 대표님. 2009년 3월 SBI에서 "책임 편집자를 위한 편집심화" 과정을 들은 적이 있다. 주강사는 민음사의 장은수 대표이셨는데, 마지막 몇 주는 다른 강사에게 맡기셨다. 조영남 대표께는 '편집 실무 워크숍'을 두 주에 걸쳐 배웠던 기억이 있다. 장은수 대표는 조영남 대표를, '내가 가장 신뢰하는 편집자'로 소개하셨다. 장은수 대표의 강의는 소문 대로 현란했다. 강의 내내 감탄하다가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이를 수 없는 경지에, 그가 있었다고나 할까. 그런 강의를 10주간 듣다가 조영남 당시 바다출판사 편집주간님을 뵈었다. 조금은 부끄러워 하시는 듯도 했고, 느릿느릿 전하는..

view_/책_ 2013.03.16

청어람아카데미 독서출판컨퍼런스_강사 소개

서재석 대표님은 문서운동가의 롤 모델로 저의 스승 같은 분이시고, 양희송 대표님은 늘 큰 그림을 그리는 탁월한 기획자인데다가 늘 제가 진행했던 문서학교의 섭외 1순위 후보이셨습니다. 김도완 목사님은 출판인들 사이에서 가장 신뢰받는 덕망 있는 분이시고, 김성수 목사님의 책을 향한 곧은 열정은 늘 저를 자극하는 귀감이시고, 허영진 님은 교보문고에서 분투하는 그야말로 세속성자로서 최근 제가 새롭게 발견한 보석 같은 분입니다. 이런 분들 틈에서 제가 무슨 얘길 해야 할지 두렵습니다. 그래도 선택 강의라 다행입니다. 김성수 목사님, 서재석 대표님 강의 많이 들으셨으면 좋겠고, 그럼에도 제 강의를 선택한 분과, 저는 그저 벗으로 사귀고픈 욕심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참가자로서 저도, 두 번째 색션 중 어느 강의를 들..

view_/문서운동_ 2013.03.16

<지슬>을 보다

을 봤다. 심각한 상황에서 터지는 난데없는 웃음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지독한 슬픔을 대하는 감독의 너른 품은, 제주도 태생만이 가질 수 있는 결기일까. 그 언젠가 잠시 뵀던, 어둠 저편에서 소심히 걷던 나의 무리를 희롱하며 천진(天眞)한 웃음을 선사하시던 양윤모 감독님도 그러했는데. 왕십리에서 일산까지, 1시간 20분을 견디던 가슴은 문득, 다시 '강정'을 그리워 하더라.(페이스북, 2013/03/16)

view_/영화_ 2013.03.16

찬란한 봄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130314)

★ 이달의 당선작(리뷰)_2013년 3월★오마이뉴스에 16번째로 기고한 글이며(오름), "'당장' 떠나야 할 숲, 환상에 압도되는 아이러니"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이번엔 오마이뉴스가 지어준 이름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찬란한 봄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지 않는다 [서평] 체르노빌의 봄 (엠마뉘엘 르파주 지음|맹슬기, 이하규 옮김|길찾기|2013) 인간은 '자연을 통제한다'는 오만하고도 이기적인 야욕으로 20세기를 지배하려 했다. 화학 비료의 사용, DDT와 같은 강력한 살충제를 동원하여 작물의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DDT의 대량 살포는 자연 생태계를 근원적으로 말살하기 시작하였고 인류의 생존 기반에도 차츰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아..

독서 노트 008(2013/03/11),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에서 「기독교적 숙고」까지_

★관련 포스팅 독서 노트 001(2013/01/13), 「단단한 공부」에서 「불멸의 지휘자」까지_독서 노트 002(2013/01/19), 「하나님 아픔의 신학」에서 「다카페 일기 3」까지_독서 노트 003(2013/01/26), 「위로하는 정신」에서 「복음과상황」까지_독서 노트 004(2013/02/02), 「삶은 홀수다」에서 「리더는 무엇으로 사는가」까지_독서 노트 005(2013/02/02), 「삶은 도구」에서 「단단한 진리」까지_독서 노트 006(2013/02/18), 「고통」에서 「모든 것이 은혜다」까지_독서 노트 007(2013/02/25), 「문학은 자유다」에서 「소설과 소설가」까지_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은수연 지음|이매진|2012)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수잔 브라이슨 지음|여성..

view_/독서노트_ 2013.03.11

"청어람아카데미 독서출판 컨퍼런스" 단상

"청어람아카데미 독서출판 컨퍼런스" 단상http://www.bluelog.kr/623 1. IVP 그만 둘 때, 그간 캠퍼스에서 강의한 것을 헤아려보았더니 모두 67회였다. 같은 캠퍼스를 세 번까지 간 적이 있으니, 방문한 캠퍼스 숫자는 그보다 적을 것이다. 문서학교는 입사 이듬해인 2004년부터 강사와 스태프로 참가하였고,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디렉터로 일하였다. 하지만, IVP를 그만두기로 한 다음부터, 캠퍼스나 교회의 강의 요청을 계속 사양해왔다. 2. IVP를 그만둔 여섯 가지 이유가 있다(사직서에는 그중 다섯 가지만 적었다). 여섯 번째 이유는 독서, 그리고 책 읽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회의 때문이었다. 문서운동을 위해 IVP에서 일했으나, 문서운동에 대한 확신을 잃었던 까닭이다. 이것..

view_/문서운동_ 201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