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線_ 37

2016 녹색당 수첩

녹색당 수첩이 내게로 왔다. 비록 재생지로 만든 보잘것없는 수첩이지만, "우리는 '녹색당'이라는 작은 씨앗입니다. 이 씨앗을 싹틔워 인류가 지구별의 뭇 생명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초록빛 세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라고 시작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령을 가진 정당의 "1월 20일 용산참사 7주기, 3월 11일 후쿠시마참사 5주기, 4월 3일 제주4.3항쟁 기념일, 4월 16일 세월호참사 2주기, 5월 17일 세계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11월 13일 전태일열사 추모일" 등을 달력에 새긴, 세상에서 하나뿐인 수첩이다. 2016년 1월 7일,

視線_ 2016.01.07

그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아름답다

사무실 창밖으로 국회가 내려다보인다. 이곳은 늘 소란하다. 시위하는 이들과 그들을 에워싼 경찰들 사이로 무채색 사람들이 무심한 얼굴로 지나친다. 약속이 없는 날엔 점심을 먹고 국회를 산책한다. 국회도서관 산책길을 걷는다. 대로변 옆으로 난 산책길에 대해 의심하였으나,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대로변의 소음들은 차츰 사라지고 아득한 충만이 서서히 차오른다.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바지런히 오가며 재잘대는 새들이 온갖 소음에 지친 나를 맞는다. 그들 소리에 소음이 잊히는 것이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면 그들은 내 앞에서 머뭇머뭇 서성이다가 소심한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국회엔 이름 모를 새들이 산다. 그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아름답다.

視線_ 2015.07.02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숱한 연민을 까만 눈동자로 앓는 사람입니다. 섣부른 말로 단정 짓지 않으며 가만히 타자의 슬픔을, 때론 무심한 척하는 얼굴의 미세한 요동을 응시하는 사람입니다. 먼저 다가설 용기는 없지만, 굳센 사랑에는 무모한 결행을 감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참해질 때도 있지만 후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헤어짐의 윤리를 아는 사람입니다. 관계에 대한 경우의 수를 셈하는 이와는 우정을 논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우정을 맺은 벗에게는 경우의 수를 헤아려 그를 살피는 사람입니다. '우연'을 '섭리'로 해석하는 사람입니다. '테레자'처럼 책을 "은밀한 동지애를 확인하는 암호"(밀란 쿤데라)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이유 없이 찾아오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지만, 끝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건짓고 이유를 동반한다..

視線_ 2015.03.15

낙하의 삶

와우북도, 북소리 없는 연휴를 보냈다. 인제 내린천 계곡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과 꿈 같은 가을을 보냈고, 주일 예배에선 가슴을 뜨겁게 아우르는 환희와 분노를 만났다. 여행 중에 읽을 책을 습관처럼 두어 권 챙겼으나 꺼내지 않았으며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텍스트는 내내 그곳에 있었으니까. 읽을 필요가 없는, 보고 느끼고 누리면 되는, 그것으로도 흡족한 풍요로운 텍스트가 있었으니까. 책의 당위를 말하고 다니던 시절에 부끄러움이 스치는 요즘이다. 그리고 다시 출근길 읽은 책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한강, , 169쪽) '가혹'이란 단어에서 "nothing is as mysterious ..

視線_ 2014.10.06

그림을 그리는 엘리스

헤이리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엘리스"의 집입니다. 작가님의 그림은 우리를 매혹시킵니다. 나무의 결에 맞닿은 작가의 호흡은 하늘거리는 봄날 오후의 바람 같습니다.저와 아내도, 예지와 예서도 숨을 고르며 그림을 감상합니다. 특히 예지는 엘리스의 그림을 너무 좋아하지요. 오늘은 마침 엘리스가 계셨습니다.사진찍는 프랑스인 파스칼과 함께 사는 작가님은주로 프랑스와 인도에 계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그동안 벼르던 그림들을 몇 점 샀습니다. 이것은 제가 고른 작품은, 엘리스가 무척 아끼는 작품이라고 하시더군요.아내의 생일 선물입니다. 다음은 아내가 고른 작품입니다.예서는 저 소녀가 엄마라고 합니다.(ㅋ) 예지가 여러 작품을 두고 감상평을 내놓는 모습을 보더니엘리스 님이 무척 좋아하..

視線_ 2014.02.15

너머서교회 유치부 가족캠프(2013/8/15-16)

너머서교회 유치부 가족캠프를 다녀왔습니다. 강화도의 큰나무캠프힐에서 아진아윤(민형)이네, 예지예서네, 다빛다휘네, 소연(소정)이네, 이음이네, 유민이네 등 총 여섯 가정과 안해용 목사님, 이영지 유치부 부장선생님 등이 함께했습니다. 아이들도 즐거웠지만, 아이들을 볼모(?) 삼은 부모들도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마당에서 물놀이. 예서, 방긋! 물놀이 후 영화 감상. 아이들 표정은 사뭇 진지. 애교 율동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막내 소연이. 팬션 마당의 멋진 아이들의 요새로 뛰어오르는 유민이. 유민 엉아 뒤를 물풍선 폭탄을 들고 따르는 예서. 진격의 유치부! 이런 멋진 요새를 가진 팬션이라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이들. 수백 수천 개의 표정을 가진 아이들. 모든 프로그램은 아빠들이 돌아가면서 진..

視線_ 2013.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