霓至園_/soon_ 38

몸살

"몸살이란 영혼의 슬픔을 감당하는 육신의 고뇌가 아닐까, 생각했다."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주일, 원고의 서두에 이 문장을 썼다. 이 문장의 앞에는 "삶은 위태롭다. 의연하고 돌온했던 명분들과 날선 마음의 결기가 이리 쉽게 무너질지 몰랐다. 몸살을 앓았다."라고 썼다. 그리고 원고는 멈췄고, 몸살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회복될 즈음, 마감을 며칠 넘겨 원고는 완성했다. 그런데 내가 회복할 즈음, 돌연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깊고 처연한 몸살이었다. 아마, 아내의 몸살도 '영혼의 슬픔을 감당하는 육신의 고뇌'였을 것이고, 아내의 슬픔은 나보다 깊었을 것이다. 아파서, 아내의 몸살을 지켜보며 무력했던 한 주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새벽에 깨어 챙겨야 할 일들을 주섬주섬 헤아리다가 문득..

霓至園_/soon_ 2013.06.09

[예지원 공방] 폐가구를 활용한 '냅킨아트선반'

어느 날, 순일 님은 길가에 버려진 폐가구를 주어왔습니다. 며칠간 베란다에 두고 살피며 이리저리 궁리합니다. 마침내 망치를 들고 가구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여 페인트로 색을 입히기 시작합니다.그리고 냅킨 아트로 마무리. 그렇게 완성된 순일 님의 "냅킨아트선반"입니다! 밑에서 봐도 예쁩니다. 꼼꼼하고도 사려 깊은 그녀.^^

霓至園_/soon_ 2013.05.27

보잘것없는 생명이란 없는 것이다

몇 해 전 아내에게 장미선인장을 선물했다. 그리고 재작년에 목숨을 다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며칠 전, 아내가 베란다 창틀에서, 새끼손가락 만한 장미선인장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장미선인장 화분이 놓여 있던 자리, 어미에게서 떨궈진 생명이었을 것이다. 일 년을 넘게, 겨우내 겨울바람에 맞서 살아난 생명이다. 아내가 조그마한 찻잔에 거처를 마련하여 계란 껍질로 집을 만들어 옮겨놓았다. 그랬더니 초록빛깔은 더욱 성숙해졌고, 키도 조금 더 자랐다. 보잘것없는 생명이란 없는 것이다. 절망의 늪에서조차 내 시간의 가지마다 새순 틔워내는 그대 나의 사랑아 김연수의 시, "사랑은 존재를 흔드는 아픔이어도" 중에서.

霓至園_/soon_ 2013.03.18

순일 님의 "TV 시청 방지용 퀼트"(이걸 뭐라 불러야 하나??) 작품

집에 들어와 보니 뭔가 거실에서 광채가 나더라. 뭔가 하여 둘러보니... 아니, 이건... 순일께서 며칠 간 천을 재단하고 스케치하고 한 땀 한 땀 꿔매더니... 짜잔 "TV 시청 방지용 퀼트"(이걸 뭐라 불러야 하나??) 작품이 완성되었다. 자, 감동의 디테일을 보시라. 뒷면엔 찍찍이로 고정시켜 놓았다.다행이다. TV를 볼 수 있구나. 예지원 전속 모델 예지 양의 포즈가 빠질 수 없으므로.

霓至園_/soon_ 201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