霓至園_/soon_ 38

가난한 내가 그대를 사랑하여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가난한 내가, 그대를 사랑하여 오늘 같은 한 여름날 오후에도 내 가슴엔 눈이 내린다.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그 무엇 때문에 오늘 나는 풍요롭다.가난과 힘겨움, 이루지 못한 온갖 꿈들로 지난한 일상에도, 사랑하는 그대로 인해 난 아름다운 오늘을 산다.

霓至園_/soon_ 2007.07.31

순일과 진형이 만나 예지에 이르다

진형이 순일을 만나 예지에 이르다 -'무지개 아이' 예지에게- 예지霓至 지난 10개월 동안 ‘지음'이라 불렀던 너에게 이제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련다. 무지개 '예'霓, 이를 '지'至. '예지'라 부른다. 세상의 모든 아들과 딸의 이름에는 그 부모의 소망이 담겨 있듯이, '예지'는 우리의 소망이자 신앙고백이란다. '예지'는 첫째, '하나님과의 언약에 이르다'라는 뜻이다. '무지개'는 노아에게 주셨던, 그리고 홍수 심판 이후에 인류에게 주셨던 언약의 징표였단다. 모든 불신앙을 이겨내고, 모든 절망과 공포를 이겨내고, 하나님의 헤세드, 언약적 사랑에 다다르는 삶을 살라는 뜻이다. 하나님과 더불어, 그분의 약속을 성취하며 살라는 우리의 바람이다. 둘째, '아름다움에 이르는 삶을 살라'는 뜻이다. 가장 선한 것이..

霓至園_/soon_ 2007.04.24

그대를 향한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어둠은 이길 수 없는 깊고 깊은 생명의 빛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아침 내 창가에 내린 햇살과 같네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절망은 어쩔 수 없는 날마다 새로운 소망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내게와 내 작은 삶을 향기롭게해 내 시로는 너무 부족한 내 노래엔 다 담을 수 없는 내가 전엔 느끼지 못한 새로운 나의 기쁨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그대를 내게 허락한 그분을 보게 하는 힘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이토록 나의 전부를 아름답게해 한웅재, "그대를 향한"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그대를 내게 허락한 그분을 보게 하는 힘".생각나니? 순일을 향한 사랑을 꿈꾸며, 담아 선물했던 노래...^^

霓至園_/soon_ 2006.03.26

지키시는 하나님

잠자리에 든 순일의 볼을 쓰다듬으며, 문득 그렇게 고백한다.당신을 지키시는 이, 곧 하나님이라고. 때로 순일에 대한 부양의 의무가 마치 나에게 숙명처럼 놓여있는 것처럼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가장이지만, 실직한 형제들을 바라보며그네들의 안쓰러운 좌절들을 바라보며, 나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 순일을 바라보며, 그렇게 기도하고 싶다.당신을 지키시는 이, 곧 하나님이라고.나는 다만 옆에 있을 뿐이라고.파수꾼의 경성함이 허사이듯이. 감사.

霓至園_/soon_ 2006.01.18

순일에게 청혼한지 일년이 지났습니다

"순일에게 청혼한지 일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일년간 순일은 진형에게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었습니다. 내게 순일은 곧 사랑이었으며, 사랑은 순일이었습니다. 순일은 진형의 자부심이었고 기쁨이었으며 소망이었습니다.못난 남편을 최고의 남자로 인정해주는 순일의 마음에 용기를 얻을 때가 많았습니다. 세상과 맞설 때마다 옆에서 나의 손을 잡아주는 순일이 있었기에 움츠려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더 이상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고백은 평생의 소망입니다." 일년 전에 약속하며 다짐했던 고백들을 들춰보며, 가슴에 심한 자책을 가질 때가 많았습니다. 해주고 싶었던 것, 보여주고 싶었던 것,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려던 욕심들이 도리어 지금, 오늘의 나를 부끄럽..

霓至園_/soon_ 2005.12.31

부부 십계명

결혼하기 전, 결혼 예비학교를 다녔다. 결혼 예비학교의 마지막 과정은 부부 십계명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부부'라는 새로운 이름을 우리네 평생의 삶 속에 가장 아름답고 귀하게 간직하기 위하여, 우리는 부부 십계명을 만들었다. 십계명은 율법일 수 없다. 그것은 지켜야 하는 법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지키면 상 받고, 못 지키면 벌 받고... 단순히 그런 유치한 수준의 규칙같은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서 십계명을 주셨다. 열가지 계명. 난 그것을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을 향한 이스라엘의 비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세상을 향한 이스라엘의 비전. 그래서 그들은 때로 그것을 못지킬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霓至園_/soon_ 2005.10.24

어제, 오늘, 내일

안면도에서는 미안하고 고마웠단다. 아프고 열이 나 하루종일 무력했던 나를 성실하게 섬겨준 것. 그곳이 간만에 떠난 안면도의 바닷가가 아니었다면 덜 미안했을 텐데. 가장 더웠다던 날에 추워서 벌벌 떠는 나를 위해 땀 흘리며 시장을 보고 옆에서 수건을 얹어주며, 죽을 끓여주고, 시원한 수박 그리고 약을 먹여주어서... 참 고마웠단다. 잘 아프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순일 앞에서 한번 앓고 나니깐 거짓말장이가 된 것 같아서도 몸둘바를 몰랐단다. 그렇게 종일 앓고 나서야 자연휴양림이며 꽂지 바닷가를 겨우 몇걸음 걸어본게 이번 여행의 전부였는데, 다만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 밖에 오늘은 내가 해줄게 없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젠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건강을 좀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霓至園_/soon_ 2005.07.25

피아노 치는 여자

피아노는 솔직한 악기다. 연주자의 숨결이 묻어나는 정직한 악기다. 그래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 사람의 심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요즘 순일이가 피아노를 배운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결혼선물로 피아노를 사줬다. 그녀는 나름대로 음악적인 소질이 있는 것도 같다. 어렸을 적 '보통'의 환경속에서 자랐더라면 지금쯤 훨씬 주목받는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보며, 또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의 어렸을 적 바램 가운데 하나인, '피아노 치는 여자'가 되어 있을거다. 순일이가 피아노를 배운다. 바이엘 배우기에 한참이다. 더듬 더듬 피아노를 헤아려 갈 때, 그녀는 어린아이가 된다. 수줍게, 때로 들뜬 가슴으로 자신의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피아노 선생님의 칭찬이 있는 날..

霓至園_/soon_ 2005.07.17

결혼 예비학교를 마치며

"결혼 예비학교를 마치며, 다시 한 번 순일에게 청혼합니다." 올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정동진의 해돋이를 가슴에 가늠하며, 나와 새롭게 시작하자며 속삭였던 청혼의 고백을 다시 한 번 전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가정이 하나님을 향한 예배 처소였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우리 안에 가장 기뻐하실 분이 하나님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순일을 사랑할 때 가장 기뻐하실 분이 하나님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그분을 향한 예배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 진형과 순일이 서로 다르다는 것, 그 본질적인 차이에서부터 우리의 사랑이 시작되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언제나 평생을, 당신만을 품으며 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 이전에 삶 속에서 끊임없이 지속될..

霓至園_/soon_ 200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