霓至園_/soon_

피아노 치는 여자

Soli_ 2005. 7. 17. 02:51

피아노는 솔직한 악기다. 
연주자의 숨결이 묻어나는 정직한 악기다. 
그래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 사람의 심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요즘 순일이가 피아노를 배운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결혼선물로 피아노를 사줬다. 
그녀는 나름대로 음악적인 소질이 있는 것도 같다. 어렸을 적 '보통'의 환경속에서 자랐더라면 지금쯤 훨씬 주목받는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보며, 또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의 어렸을 적 바램 가운데 하나인, '피아노 치는 여자'가 되어 있을거다. 

순일이가 피아노를 배운다. 바이엘 배우기에 한참이다. 더듬 더듬 피아노를 헤아려 갈 때, 그녀는 어린아이가 된다. 수줍게, 때로 들뜬 가슴으로 자신의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피아노 선생님의 칭찬이 있는 날이면 그녀는 더욱 신나게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런 순일이를 바라보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이다. 

난 순일이가 어렸을 적 그 감성,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설렘과 기쁨을 이제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멋진 피아노 연주자가 되었음 좋겠다. 탁월한 연주실력을 가져서가 아니라, 어설프더라도 자신의 숨결을 가득히 담아내는 피아노 연주자가 되었음 좋겠다. 실력이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아도 좋다.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객은 피아노 연주 속에 담겨있는 그녀의 숨결을 들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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