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오마이뉴스_ 39

'관능'의 습격에 관한 소고

'관능'의 습격에 관한 소고 (이서희 지음|그책 펴냄|2013년 11월) 시인 김소연은 '근거를 찾아 나선 상태'를 "홀림"으로, '근거를 아직 찾지 못해 불안정한 상태'를 "반하다"로, '근거들의 수집이 충분히 진행된 상태'를 "매혹"으로 정의한다(, 123쪽).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한 매혹은 합당하다. 감각을 한껏 자극하는 미려한 문장들이 그 첫째 이유다. 문장들에 스민 삶의 서사는 독자의 가슴을 도발하여 흔들어 놓는다. 그리하여 요동친 존재는 비로소 삶의 의미를 체득한다. 이른바 '관능'의 습격이다. 미셀 푸코는 성(Sex) 문제를 사회적 권력의 지배 관계로 고찰한다. 지배 권력은 '합법과 비합법, 허용과 금지'의 통치 기제로 성을 통치하려 한다. 성은 근원적 욕망의 문제인 까닭에, 사회적 통제(..

부디, 박원순의 야심과 우리의 희망이 패배하지 않기를 (오마이뉴스, 130805)

★오마이뉴스에 38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겨우' 1년 6개월, 이런 정치인 처음 봅니다"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아렌트의 정치적 공공성에 대한 열망과 박원순의 야심이 부합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고, 아직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으니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분명한 건, 여지껏 봐왔던 정치인과 '정치인 박원순'은 다르다는 점이었지요. 오마이뉴스에서 글도 조금 읽기 좋게 편집하고 제목도 새로 달았는데, 그래서 박원순 시장에 대해 훨씬 더 호의적인 서평으로 읽혀진다는 점, 그 부분이 조금 불만입니다. 부디, 박원순의 야심과 우리의 희망이 패배하지 않기를 [서평] 오연호가 묻고 박원순이 답하다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철학자가 아닌 정치이론가로 불리길 바랐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서평에서 빠진 부분

서평에서 빠진 부분 "이런 동맹도 좋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나키즘이 우선이야. 그 위대한 사상 때문에 우리 같이 힘 없는 사람들도 자유를 만끽할 수 있잖아. 그러니깐 그 신발이 있든 없든, 진짜 부적은 바로 우리의 정신과 이 신조 속에 있어. '신도, 조국도, 주인도 없다!'"(57쪽) 주인공 안토니오와 더불어 '납탄동맹'이라는 아나키스트 연대를 이루던 날 나누던 대화다. 여기에서 '신발'은 전설적인 아나키스트로 스페인 공화정 시대를 이끌었던 부에나벤투라 두루티의 신발을 말한다. 안토니오의 친구 중 하나가 '두루티의 신발'을 득템하여 나중에 안토니오에게 선물한다. '두루티의 신발'은 아나키스트적 열망을 향한 어떤 승리의 의식과도 같다. 두루티는, 내 기억이 맞다면, 스페인 내전이 시작될 즈음 생을 마감..

90세 한 노인의 투신을 희망이라 부르는 까닭 (오마이뉴스, 130723)

★ 이달의 당선작(리뷰)_2013년 7월★ 선정작_2013년 7월★오마이뉴스에 37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90세 한 노인의 투신을 희망이라 부르는 까닭[서평] 스페인 만화대상 수상작 ⓒ 길찾기 그가 처음부터 아나키스트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독한 가난에 포위된 채, 폭력으로 억누르며 생존의 당위만 강조하던 아버지와 형제들, 담을 쌓아 경계를 나누며 서로를 증오하고 탐하던 이웃들 사이에서, 그는 "모름지기 사람은 인류 외에 다른 고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욕망은 곧 절망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고향 페나블로를 떠날 결심을 한다. 그가 떠나고자 했던 것은 고향이 아니라, 온갖 야만과 폭력의 현장이었을 것이다. 이 책 은 평생 아나키스트로 살았던, 아니 그렇게 살고자 갈망했던 안토니..

‘약탈 본능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일그러진 경제학 (오마이뉴스, 130705)

★오마이뉴스에 36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섹스와 같은 퇴행적 비즈니스의 탄생, 문제는..."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약탈 본능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일그러진 경제학[인터뷰] 를 펴낸 김운회 교수 김운회 교수는 (2004), (2006), (2010), (2012) 등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고대사 연구에 매진했으며, 뜨거운 역사 논쟁을 촉발시켰다. 그는 민족사적 기원을 한반도 영역에 가두는 것을 거부하며 에 경도된 '짝퉁 중화주의'를 폭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반면 주류 역사학계는 김 교수가 극단적인 국가-민족주의적 주장을 한다며 폄하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본주의 경제학의 문제를 다룬 라는 도발적 화두를 들고 돌아왔다. 재야 사학자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김 교수의 전공은 경제학이니 ..

'소나기학교'가 있어야 할 자리 (오마이뉴스, 130619)

★오마이뉴스에 35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담배셔틀', 내 아이는 아니라고 확신합니까?"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소나기학교'가 있어야 할 자리[서평] (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 프롬북스 펴냄 | 2013년 5월) 어머니는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았으나 결연한 말투와 눈빛에는 짙은 고통이 어른거렸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될 동안 제가 몰랐었잖아요"로 시작하는 어머니의 고백은 죄책과 회한의 슬픔이 묻어났고, "제가 가톨릭 신자인데 하느님이 저를 이렇게 쓰시려고 제 아들을 보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로 끝나는 마지막 문장에선 어떤 숭고한 소명까지 헤아릴 수 있었다. 자신의 생명보다 귀한 아들을 잃은 고통, 죽음 같은 슬픔 그리고 이런 지독한 비극에 맞선 결연한 소명, 인터뷰에 응하던 승민이의 어..

민감하고 위험한 곳에서 자라는 '사진이라는 꽃' (오마이뉴스, 130617)

★ 이달의 당선작(리뷰)_2013년 6월★ 선정작_2013년 6월★오마이뉴스에 34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그대, 이제 몸통을 향해 돌진해야 할 때"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이란 얄궂은 제목을, "민감하고 위험한 곳에서 자라는 사진이라는 꽃"이란 제목으로 바꿔봅니다. 사진도 먹먹하지만, 글은 더욱 아프게 읽히고, 작가의 마음은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저를 몹시 부끄럽게 합니다. 이 책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민감하고 위험한 곳에서 자라는 '사진이라는 꽃'[서평] 노순택의 사진 에세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진이 범람하는 시대다. 좋은 사진기는 어지간한 구도만 확보되면 꽤 매력적인 사진을 보장한다. 실패한 사진도 포토샵 등으로 어느 정도 만지면 매끈한 사진으로 변모한다. 사진은 현실을 보존하는 것으로 만..

그대의 아이는 인류의 희망이다 (오마이뉴스, 130529)

★오마이뉴스에 33번째 기고한 글이며(오름), "아내와 딸도 없는 여성의 몰살, 끔찍한 일이다"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link). 그대의 아이는 인류의 희망이다 [서평] (마라 비슨달 지음|박우정 옮김|현암사 펴냄 |2013년 4월|1만8000원) 인류의 역사는 대개 남성의 역사였다. 일부 여성의 탁월한 활약이 돋보일 때도 있었으나 오래 가지 않았다. 남성은 힘의 우위로 권력을 독점했고, 사실상 여성을 지배하고 억압했다. 근현대에 이르러 원시적 힘이 아닌, 자본이 권력의 핵심이 되었으나 남성의 시대는 여전히 공고하다. 우리나라는 그 전형적 표본이다.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으나 한국의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 존재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비판 대로, '일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남성 문화의 선택 사항일 때가 ..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마이뉴스, 130523)

★오마이뉴스에 32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실패한 대통령'의 진심... 그대로 느껴지나요?"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면 좋겠습니다[서평] (이백만 지음|바다출판사 펴냄|2013년 5월) 2009년 5월 23일 오전, 서해의 작은섬 덕적도는 고요했다. 봄의 햇살은 바다와 땅의 경계를 허물며 단단한 빛깔로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여행의 막바지 여흥을 즐기던 토요일 아침이었다. 그때, 다급한 전화가 울렸다. 내 핸드폰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핸드폰에도 거의 동시에. 불길함을 예감하며 받던 전화 너머로 노무현 전(前)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을, 각기 다른 이들이 거의 비슷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뜨거운 슬픔이 나라를 장악했다. 가슴을 여미던 슬픔은 ..

스테판 에셀, 죽음도 차마 멈추지 못한 진보의 꿈 (오마이뉴스, 130521)

★ 선정작_2013년 5월 ★오마이뉴스에 31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스테판 에셀, 죽음도 차마 멈추지 못한 진보의 꿈[서평] 낭만적인 레지스탕스의 마지막 책 (스테판 에셀 지음│목수정 옮김│문학동네 펴냄│2013년 4월│1만4천500원) 발터 벤야민은 진보를 '태양을 향하여 얼굴을 쳐드는 꽃들'과 '천국에서 불어오는 폭풍'에 비유한 적이 있다. 태양을 향하여 자신의 은밀한 시선을 고집하는 향일성(向日性)과 천사의 날개를 꼼짝달싹 못하게 하여 마침내 미래로 떠밀어내는 거대한 폭풍에 순응하는 일은, 진보주의자의 사명과도 관련이 있다. 그런 면에서, 자본의 폭력에 맞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하고 호소하던 '낭만적인 레지스탕스' 스테판 에셀은 우리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진보주의자의 전형에 가깝다. 2010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