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오마이뉴스_ 39

4월 3일, 제주도는 여전히 고독하다(<지슬> 리뷰,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에 21번째 기고한 글이며(오름), "제주도의 고독, '지독한 슬픔'으로 초대합니다"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4월 3일, 제주도는 여전히 고독하다 -영화 리뷰- 영화 의 오멸 감독은 제주 방언에 서툰 관객을 위해 자막을 선사한다. 친절함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제주민들이 우리를 '육지사람'으로 여기듯, 나도 그들을 그저 '섬사람'으로만 여겼던 것 같다. 그들의 인식에는 깊은 슬픔과 원한이 스며 있지만, 난 그저 사치스런 환상에 머물러 있다. 언젠가 제주도를 여행하다 유독 불친절한 주민 한 분을 만났다. 사소한 오해였지만, 그는 우리 일행에게 거침없는 분노를 쏟았다. 그때 들었던 된소리와 독특한 억양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서울말을 쓰다가도 화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제주 방언을..

절망을 딛고 다시금 희망을 추동하는 '하나의 생각' (오마이뉴스, 130329)

★오마이뉴스에 19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패배한 48%에게 희망의 전조로 유효한 '대화록'"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절망을 딛고 다시금 희망을 추동하는 '하나의 생각'[서평]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대담, 글 안희경/오마이뉴스/2013) 내가 이 책 를 발견했을 때, 이 책은 그저 빛바랜 희망처럼 보였다. 진보의 꿈에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던졌던 지난 대선이었다. 이길 수 있으리라 믿었던 선거에서, '99퍼센트의 희망'은 패배한 것처럼 보였다. 보수세력은 대통령과 의회를 장악했고, 그들은 정권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의 본색을 드러냈다. 진보적 공약은 슬그머니 폐기된다. 대선 직후부터 노동자들은 다시 죽음의 행렬을 잇고, 강정마을의 구럼비는 부서지고 활동가들은 잡혀간다. 따돌림을 당했던..

다시 책의 희망을 묻다 (오마이뉴스, 130323)

★오마이뉴스에 18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다시 책의 희망을 묻다스러져 가는 숱한 나무들의 생명에, 우리는 무엇으로 답해야 하는가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종이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은 싼 값으로 종이생산을 하기 위해 천연림을 마구 정복하여 나무 농장을 만들었다. 그 결과 2초마다 축구장 만한 면적의 원시림이 사라지고 세계 원시림의 1/5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한다. 산업용으로 희생된 전체 나무의 42%가 종이를 생산하고, 그중 2/3는 펄프를 위해 희생당한다고 한다. 세계 출판업계의 95%가 천연펄프 종이로 인쇄를 한다(1999년 월드워치 보고서 기준). 책은 무고한 나무들의 숱한 희생을 담보로 탄생하는 물질이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희생당했을까. 책이라는 ..

살뜰한 선동가로 돌아온 유시민의 첫 번째 화두 (오마이뉴스, 130319)

★기억이 그러하듯 서평도 결국 편향된 것이라고, 그렇게 변명해 봅니다. 정치인 유시민은 저에게도 골치 아픈 사람이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특히 그가 공인일 때 참 난처합니다. 그를 좋아하지만, 선뜻 그의 지지자가 되지 못한 마음이 참 불편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글을 읽거나, 속깊은 인터뷰를 들으면 다시 그가 이해가 되었지요. 그러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어쩌면 '대통령 노무현'이 유시민에겐 그런 존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시민은 그 신의를 끝까지 지켰지요. 그런 그가 그저 좋았습니다. 유시민의 정계 은퇴 소식을 접하고 썼던 글 이후, 유시민의 새로운 책에 대해선 서평을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독자와의 만찬 자리도 초대 받았지만 가지 않..

찬란한 봄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130314)

★ 이달의 당선작(리뷰)_2013년 3월★오마이뉴스에 16번째로 기고한 글이며(오름), "'당장' 떠나야 할 숲, 환상에 압도되는 아이러니"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이번엔 오마이뉴스가 지어준 이름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찬란한 봄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지 않는다 [서평] 체르노빌의 봄 (엠마뉘엘 르파주 지음|맹슬기, 이하규 옮김|길찾기|2013) 인간은 '자연을 통제한다'는 오만하고도 이기적인 야욕으로 20세기를 지배하려 했다. 화학 비료의 사용, DDT와 같은 강력한 살충제를 동원하여 작물의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DDT의 대량 살포는 자연 생태계를 근원적으로 말살하기 시작하였고 인류의 생존 기반에도 차츰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아..

나의 딸아이가 살아갈 세상의 빛나는 이정표 (오마이뉴스, 130308)

★에 대한 서평은 두 버전으로 썼습니다. 하나는 또다른 성폭력 피해자인 철학자 수잔 브라이슨의 책 와 비교하여 트라우마의 문제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른 하나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인 저자 은수연에게 초점을 맞추되, 우리나라 성폭력의 현실과 성평등의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했습니다. 두 서평을 각기 다른 매체에 기고하였으며, 오늘은 두 번째 서평만 블로그에 올려놓습니다. ★오마이뉴스에 14번째로 기고한 글이며(오름), "9년간 아빠에게 당한 딸의 기록, 외면할 수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나의 딸아이가 살아갈 세상의 빛나는 이정표세계 여성의 날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 은수연을 기억하다 [서평](은수연 지음/이매진/2012) 서평(book ..

3.1절에 딸아이와 읽는 평화, 평화그림책 (오마이뉴스, 130301)

★오마이뉴스에 12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3.1절, 아이보다 어른이 읽어야 할 그림책"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3.1절에 딸아이와 읽는 평화, 평화그림책「평화란 어떤 걸까?」(하마다 게이코 글·그림|박종진 옮김|사계절, 2011) 한참 세상을 알아가는 호기심 많은 일곱살 예지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물어봅니다. 유치원에도 가지 않고 거리엔 태극기가 걸려있고 텔레비전에선 대통령님이 참석하는 기념식을 중계하는 오늘은 3·1절입니다. "일본이란 나라가 우리나라를 강제로 빼았고 힘으로 다스렸어. 그래서 어느날 참다못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외쳤지. 그날이 3.1절이야..." 그러나 예지는 아직도 이해가 잘되지 않습니다. 일본이 왜 그랬는지도 궁금하지만, 힘으로 남의 것을 빼았는 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고맙습니다! (오마이뉴스, 130228)

★오마이뉴스에 11번째로 기고한 글이며(오름), "'우정파괴' 광고 튀튼 패러디 광고에 박수를"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고맙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넌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질 거야 그럴 때마다네가 계획한 공부는하루 하루 뒤로 밀리겠지근데 어쩌지?수능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아 벌써부터 흔들리지 마친구는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아 아브라카타브라기적은 반드시 일어나합격불변의 법칙 메가스터디 얼마 전, 시내버스 등에 게시된 사교육 입시 학원인 "메가스터디"의 광고가 이슈가 되었다. SNS에서는 이를 "우정 파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비난했고 한겨레 등을 비롯한 언론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 광고에 의하면 친구는 우정의 대상이 아니며, 우정은 그..

'가족 이데올로기'를 넘어 다시 가족에게로 (오마이뉴스, 130227)

★오마이뉴스에 10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서영이'에게 익숙한 당신께 다른 시각을 권합니다"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가족 이데올로기'를 넘어 다시 가족에게로[서평] 고종석의 신작 혹은 마지막 소설 (문학동네, 2013) 아버지와는 얼굴도 마주하기 싫어 집을 나가 살았고, 심지어 시댁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했다. 그렇게 결혼해서 3년을 넘게 살았다. 남편과 상의도 하지않고 피임약을 먹으며 임신을 거부했던 것은, 아마도 아버지에 대한 상처, 가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가족이란 근원적 절망이었다. 물론 사랑하는 동생이 있다.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며 세심히 챙겨주었던 동생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원망스런 아버지와 결별할 수만 있다면, 끝내 동생과의 인연도 ..

다시, 손택의 길을 생각한다 (오마이뉴스, 130226)

★오마이뉴스에 9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박근혜가 탐탁잖은 당신께 이 책을 권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한편,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은, 오마이뉴스 쪽에서 보통 제목을 다시 정합니다. 아무래도 언론사이니까 시의성을 고려한 좀더 대중적이고 직설적인 제목으로 짓지요. 보통은 저도 오마이뉴스가 정한 제목들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의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 글은, '박근혜가 탐탁잖은 당신'께 쓰는 글이 아니라, '나의 희망이 탐탁하지 않은 우리'에게 쓴 글인 까닭입니다. 다시, 손택의 길을 생각한다무엇보다 '타인의 고통'이 우리 곁에 여전히 존재하므로 2013년 2월 25일,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 박근혜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1974년 퍼스트레이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