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오마이뉴스_ 39

'1980년 광주', 그들의 노래를 들으라 (오마이뉴스, 130518)

★ 이달의 당선작(리뷰)_2013년 5월★오마이뉴스에 30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1980년 광주', 그들의 노래를 들으라[서평]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공선옥 지음|창비|2013년 4월) 나는 1995년,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에 입대하여 신병교육대에 배치되었다. 첫날 밤, 내가 속한 내부반 조교는 대뜸 전라도 놈들은 기립하라고 소리치며 머리를 박으라고 했다. 6주 훈련 동안 우리는 수시로 기합을 받았는데, 같은 말이라도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동료들은 조금 더 모질게 당했다. 제대를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득, 전라도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과 달리 서울말을 곧잘 쓰는 것을 발견했다. 언젠가 광주 태생의 선배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내게 '넌 아직 광주를 모른다'며 웃었다. 쓸쓸한 웃음이었..

천만 번 흔들리는 '불혹'에게 띄우는 편지(오마이뉴스, 130513)

★오마이뉴스에 29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천만 번 흔들리는 '불혹'에게 띄우는 편지[서평] 항심(恒心)의 결기를 촉구하는 아포리즘의 향연 나의 '20년 지기' 택수에게, 우린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면 좁디좁은 골방에 앉아 먼동이 터오던 새벽까지 함께하곤 했었지. 짐짓 호방한 목소리로 세상을 논하거나, 유치한 언사로 사랑을 고백하고 조롱하던 스물 언저리, 남루했지만 적어도 비루하진 않았던 그때. 영원할 것 같던 청춘의 치기는, 어느 덧 세월 앞에 추억이 되었네. 벌써 스무 해가 흘렀다. 공자는 '미혹되지 않는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불렀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린 가녀린 봄바람에서 쉬이 흔들리고, 한순간의 모함에도 가슴이 무너지는 세월을 산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성년이 된, 우리 '92학번'과 그 ..

거의 유일한 희망을 향한 '청춘'의 결기 혹은 위로 (오마이뉴스, 130508)

★오마이뉴스에 28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386'을 위시한 '좌파 꼰대'들에게 권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거의 유일한 희망을 향한 '청춘'의 결기 혹은 위로 [서평]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한윤형 지음│어크로스 펴냄│2013년 4월) '청년 논객'으로 불리는 한윤형의 책인데다 라는 제목마저 그렇게 읽힐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이 책의 독자가 꼭 '청년'일 필요는 없다. 청년 세대 담론의 중요성은, 부모 세대 혹은 386세대와의 비교 우위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청년 세대는 '한국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층(表層)'이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등록금 문제와 청년 실업 문제는 그들만이 아니라 그들 부모 세대의 고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이 시대에 도래한 '잉여의 비루함..

죽음을 견뎌야만 이를 수 있는 '생존자'의 길 (오마이뉴스, 130502)

★오마이뉴스에 27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여성=꽃'? 성폭력 양산하는 그 생각, 집어치우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죽음을 견뎌야만 이를 수 있는 생존자의 길 [서평] 꽃을 던지고 싶다_아동 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 (너울 지음│르네상스 펴냄│2013년 3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여자 '정혜'의 일상은 언뜻 단조롭고 평화로운 듯 보인다. 꽃이 놓인 식탁, 아파트 화단에서 주워온 고양이 한 마리가 노니는 풍경 속에 그녀는 홀로 외롭다. 어린시절 고모부에게 강간당한 '정혜'는 결혼하지만, 신혼여행에서 '첫 섹스'를 묻는 남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결혼을 끝내고 만다. 고모부를 죽이는 것도 자신을 용납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 아니다. 어느 날 그녀에게도 사랑이 다가오지만, 그 사랑이 그녀의 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아직도 불안하다면 이 책을! (오마이뉴스, 130429)

★ 선정작_2013년 5월 ★오마이뉴스에 26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공부만 외치는 당신, 어리석은 부모입니다"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아직도 불안하다면 이 책을! [서평]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지음│비아북 펴냄│2013년 4월) 우리 첫째 아이는 일곱 살, 둘때 아이는 네 살이다. 흔히 말하는 '미운 네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다. 특히 첫째는 딸인데 사사건건 엄마와 대립한다. 유치원에선 '바른생활 아이'로 통하는데, 집에서는 세침떼기와 왈가닥스런 극단을 수없이 오간다. 끊임없이 묻고 의심한다. 엄마가 뭐라 그러면 딸은 "아닌데, 선생님은 그렇게 얘기 안 했는데?"라며 엄마의 신경을 돋군다. 엄마의 권위는 유치원 선생님의 권위에 무시당하기 일쑤다. 엄마의 스트레스..

큰일이다, 그대에게 마음을 뺏겼다 (오마이뉴스, 130423)

★ 이달의 당선작(리뷰)_2013년 4월★오마이뉴스에 25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큰일이다, 그대에게 마음을 뺏겼다[서평] (43인 작가 쓰고 7인 사진가 찍다|북멘토|2013) 애달픈 사랑은 연인의 마음을 직시하여 그 심연의 상처를 한없이 어루만지다가, 곱디고운 위로의 말을 살며시 포갠다. 강정을 '그대'라고 부르는 43인의 작가와 7인의 사진가의 연서를 담았다. 책의 제목은 이다. 강정은 예로부터 평화롭고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제주민들은 '일강정', '이번내'(화순), '삼도원'(대정읍 신도)이라 하여, 강정을 살기 좋은 첫 번째 마을로 꼽았다. 귤나무가 자라는 예쁜 마당을 가진 집들 사이 돌담을 따라 10여분 걸어 닿는 해안엔, 1.2km에 이르는 거대한 통바위인 구럼비라 불리는 너럭바위가 펼쳐진..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납니다 (오마이뉴스, 130422)

★오마이뉴스에 24번째 기고한 글입니다.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납니다 [서평] (사사키 아타루 지음|송태욱 옮김|자음과모음|2012) 밤은 '열정적 고독'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고독은 반드시 가슴속 깊은 열망에 닿아야 한다. 고독을 담보한 혁명은, 허튼 교만을 전복시키는 처절한 성찰이자 진리에 대한 곧은 결기다. 책 읽기는 열정적 고독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하여 이 책의 부제는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다. 책 읽기는 곧 혁명의 역사다 일본의 니체로 주목받는 철학계의 신성 사사키 아타루의 은, 제목부터 섬뜩하고 도발적이다. 파울 첼란의 시에서 차용한 것으로, 언뜻 느껴지는 첫 인상과 달리 이 제목의 본의는 '전진'에 있다. 손의 절연은, 더 이상 지금까지의 세상에 안주할 수 없다는 굳..

무엇으로 우리의 존엄을 지켜낼 것인가 (오마이뉴스, 130419)

★오마이뉴스에는 23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민낯 보여주는 포로수용소, 현실과 다르지 않네"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무엇으로 우리의 존엄을 지켜낼 것인가 [서평] (랭던 길키 지음|이선숙 옮김|새물결플러스 펴냄|2013)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유태인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랑클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혔다. 동료와 가족들은 분리 수용되었고, 하나둘씩 극심한 폭압 속에 죽어갔다. 프랑클은 하루에 한 컵씩 배급되는 물을 받아 반만 마시고, 나머지 반은 얼굴을 닦았다. 그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희망은 시작된다고 믿었다. 언제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를 위태로운 삶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내 1945년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 남았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유태인 프리모 ..

'나'를 향했던 그리움을, 이제 '타자'에게 허락하자고 (오마이뉴스, 130416)

★오마이뉴스에 22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당신을 한번쯤 웃게 해주고 싶었어요"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나'를 향했던 그리움을, 이제 '타자'에게 허락하자고[서평] 신경숙의 , 그리고 신경숙은 어느날 무심히 올려본 말간 밤하늘에 둥그렇게 뜬 달을 보았다. 어떤 날은 보름달이고, 어떤 날은 초생달이고, 어떤 날은 구름에 뒤처져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달이 보기에 '나'는 티끌 같은 존재이겠으나, 달은 '나'를 콕 집어 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따뜻하고 명랑한 '달의 말'처럼, 작가는 독자에게 편지 같은 짧은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내게, 당신이란 존재는 언젠가 내가 읽었던 아픈 책을 같이 읽은 사람이다. 그 사람을 나는 ..

세상의 모든 정의는 연대하여 평화를 이루어낸다 (오마이뉴스, 130403)

★"4.3"을 맞이하며, 오래 전에 쓴 글을 꺼내어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습니다. 제가 만든 책을, 제가 서평을 써서 소개한다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독한 제주 강정마을에게 그런 편파성은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이 출간된 직후 써서 모 매체에 싣기 위해 썼던 글입니다. 그런데 그 매체는, 이 책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아 청탁을 철회했습니다. 그것도 마감 날 그랬습니다. 그때 글을 다시 꺼내어 조금 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조성봉 감독님의 사진을 입혔습니다. "4.3"의 비극은 강정마을의 슬픔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날마다 전쟁 같은 하루를 견디고 계실 강정에 계신 활동가들, 주민들의 평화를 빕니다.★오마이뉴스에 20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평화의 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