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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해한 위안의 책

이소영 선생님, 간혹 우리는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세상이란 거대한 타자에 호기롭게 맞서던 소년 시절부터 부와 가난과 계급의 층위를 헤아리며 한낮의 분노로 휘몰아치던 청년 언저리를 지나, 어지간한 모순은 세상의 이치로 수렴하는 지경에 이른 지금까지, 저는 언제나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과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 이가 곁에 있었지만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고, 그 어쩔 수 없음으로 인해 저는 늘 죄인 같았습니다. 선생님의 책은 그런 저를 가만히 응시하는 듯했습니다. ‘네가 바로 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내가 너야. 그래서 나는 알아본단다.”(《별것 아닌 선의》, 6~7쪽) 선생님의 책을 쉽게 읽을 수 없었어요. ‘프롤로그’에 적혀 있는 저 문장 때문에, 이 책이..

편집자의 무모한 희망에 관하여

〈채널예스〉 틈입하는 편집자_ 첫 번째 편지편집자의 무모한 희망에 관하여 수현, “세상과 출판산업의 비관과 모순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랑하고 열망하여, 편집자란 업業과 편집자의 삶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는 이들을 초대합니다.” 새로운 지평이라니, 이런. 다시 꺼내 읽어 보니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불과 한 문장에서 비관과 모순과 절망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지평의 가능성으로 마무리되는, 한껏 경도된 선동에도 불구하고 ‘틈입하는 편집자’라는 제목의 이 강좌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4주간의 모임이 끝나고 또 다른 이들과도 비슷한 주제로 두어 차례 더 진행했으니까요. 당신과의 우정은 그때 시작되었습니다. 얼마 후 한 출판사에 입사했다고,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후 당신이 만든 첫 번째 책을 들고 ..

‘한 길 가는 순례자’가 남긴 마지막 책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2019년 1/2월호 '2019 CTK 도서대상'에 덧붙인 글 물총새에 불이 붙듯 유진 피터슨 지음|양혜원 옮김|복있는사람 펴냄|2018년 6월 ‘한 길 가는 순례자’가 남긴 마지막 책 올해 최고의 책이라고, 유진 피터슨의 최고의 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개인적으로 설교집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손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성서의 진리와 삶의 일치를 추구하는, 명료한 논리와 탁월한 언어를 구사하는 설교의 전범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유진 피터슨이 누구인지를,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기에 그렇다. 유진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십여 권의 책을 쓴 작가였으며, 성경 원어를 오늘날의 언어로 ..

기고_/CTK_ 2019.01.14

사직서와 이력서 사이

※ 〈기획회의〉 456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사직서와 이력서 사이 김진형, ‘아직은’ 생각의힘·아토포스 편집장 soli0211@gmail.com 헤아려보니 출판사에서 일한 지 십사 년 정도 되었습니다. 십사 년간 세 곳의 출판사에서 일했습니다만, 컴퓨터 하드 속에 감춰두었던 사직서를 꺼내어 슬쩍 날짜를 적어보거나 이력서에 그간의 세월을 보완해놓는 일은 훨씬 잦았습니다. 사직서와 이력서를 새삼 확인해보는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의 시간들은 유난히 빠르게 흘렀습니다. 거취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을 다독여 그들의 자리로 다시 돌려보내곤 했지만 정작 제 자신은 쉬이 흔들리고 무너지곤 했습니다. 노동자로서의 자괴감을 토로하는 후배들에게 저는 그들에게 쉬이 동조하기보다는 정색하며 말하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편집자는 노..

2017년 나의 책 나의 저자

2017년 나의 책 나의 저자 언제부턴가 좋은 사람보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았다. 그것이 잠시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다. 좋은 사람이지만 좋아할 수 없는 사람도 생겨났다. 한때 좋은 사람을 좋아할 수 없는 것은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는 공적 영역 혹은 사적 관계들의 교집합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돌출된다. 그에 합당한 기준이나 자격 따위는 그다음에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던 건 대개 내가 힘겨운 시절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책도 그러하다. 좋은 책보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나의 고독과 슬픔과 좌절을 위로한다. 내가 고독과 슬픔과 좌절을 지날 때 이 책들이 내 곁에 있어주었다. 좋은 ..

view_/책_ 2018.01.21

2017년 올해의 책 _ 기독교

2017년 기독교 분야의 책을 손꼽아 보았습니다. 엄정한 심사와 객관적 기준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게다가 제가 읽은 기독교 책이 얼마 되지 않기에(심지어 아래 책 중 개정판들은 거의 읽어 보지도 않았답니다. 그저 제게 좋았던 책들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들만 추려보았어요. + 출간 순서입니다. + + 《현명한 피》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허명수 옮김|IVP 펴냄|17년 4월 1952년에 발표한 오코너의 장편소설. 이 소설이 왜 이제서야 한국에 소개되었는지 그게 의아할 뿐.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왜 신앙의 언어는 그 힘을 잃었는가?마커스 J. 보그 지음|김태현 옮김|비아 펴냄|17년 4월 나는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리고 기독교의 삶을 구현하는 데 있어 핵심은 언어..

view_/책_ 2018.01.16

예지원 아이들의 생활통지표 종합 의견

예지원 아이들이 생활통지표를 받아왔습니다. + 4학년 예지 여러 모로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예지는 글이나 말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뛰어난 능력이 있고, 또래에 비해 높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똑같은 장면을 보아도 다르게 표현할 줄 아는 눈을 갖고 있음. 어떤 친구라도 관심과 사랑으로 포용할 줄 알고, 특히 약한 존재에 대한 사랑과 보살핌이 남다름. + 학생들을 이렇게 세심히 관찰해주신 선생님도 최고세요! + 1학년 예서 감수성이 풍부하고 남다른 개성을 지녀 다른 사람에게 휩쓸리지 않고, 나름대로 정해진 원칙과 계획대로 행동하며, 설득력과 언어능력이 뛰어난 편임.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언제나 잘 지내는 재미있는 친구임. 체육과 기능이 뛰어나 운동하..

霓至園_/rainbow_ 2018.01.16

진보를 성취하는 사랑의 서사

진보를 성취하는 사랑의 서사 《이혼일기 – 이서희 에세이》이서희 지음, 아토포스 펴냄, 2017년 8월 이 책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에게로 향하는 내밀하고도 불온한 연서다. 타자로부터 연유했던 여인은 사랑과 이별의 계절을 거쳐 자신에게로 귀착한다. 그러고는 다시 여행을 준비한다. 이제 비로소 타자에게로 닿을 수 있으니 삶은 다시 뜨겁고 아름답고 충만할 것이다. 무릇 생명은 계절의 관습 속에서 진보한다는 점에서, 사랑은 진보의 근거가 된다. 반복의 습속에 머무는 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그것을 뚫고 진보를 성취하는 것이 사랑, 그렇다면 이 책을 사랑의 서사로 불러도 좋다. 관능적 서사의 유혹자, 이서희 작가의 귀환 기억을 탐험하고 삶의 서사를 넘나들며 관능적이면서도 매혹적인 글..

view_/책_ 2017.11.07

4차 산업혁명은, 없다

2017 Vol. 18호 4차 산업혁명은, 없다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 경제 혁명 100년의 회고와 인공지능 시대의 전망》로버트 J. 고든 지음, 이경남 옮김, 김두얼 감수, 생각의힘 펴냄, 2017년 7월 김진형(생각의힘 편집장)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2011년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하며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세계가 직면할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은 로봇, 인공지능(AI), 생명과학, 빅데이터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지난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한다고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

기고_/etc_ 201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