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일, 저자들에게 쓴 편지 + 책을 만드는 ‘업業’을 ‘명命’으로 받들던 시절이 있었어요. 책을 만드는 것이나 소개하는 것에 필사적이던 시절, 그러나 언제부턴가 '책이 과연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가'란 회의에 직면하였고, 그리하여 언제부턴가 책이란 ‘명’이 하나의 ‘업’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서 일종의 비약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밥벌이로 전락한 책은, 그제서야 유의미한 물질의 가치로 발화한다는 것. 하나의 책에 그로 인해 희생당한 나무들의 생명값을 정확히 계산하여 묻게 되고, 하나의 책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들과의 삶에 대한 재화의 근원으로서 합당한지를 고민하게 하고, 하나의 책이 굳센 확신이 아니라 숱한 회의懷疑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