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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

"부르심..." 바다 빛 고이 간직한 저 하늘처럼 아울져 흘러내리는 그리움 밤이 무서운 건 내 안에 간신히 피어있는 촛불 때문에 촛불 때문에 아득히 보이던 그리움 간신히 지켜낸 그리움 누군가 엎드러진 죽음 이후 또 다시 꿈꾸던 세상 저 너머에 가난한 흙바람 소란케 하던 고요한 열정 그렇게 다시 살아나는 온갖 푸르른 열정 푸르른 촛불 1997.8.30 동해 촛대바위

窓_ 1997.08.30

광야를 지나며

"廣野…" 내가 사자를 네 앞서 보내어 길에서 너를 보호하여 너로 내가 예비한 길에 이르게 하리니… 너무도 분명한 그분의 약속이다. 약속. 하지만,… 잠시. 이곳은 "광야", 같다는 느낌이다. 사막, 눈이며 입이며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씹히는 모래알갱이들. 눈을 아무리 비벼도 앞은 희미한 지평선 끝, 가물거리는 태양. 난 그 광야, 곧 없어질 발자욱 어디로 새겨야할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은 광야. 내 마음은 "눈밭" 같다는 느낌이다. 지난겨울, 세상을 온통 자기 색깔로 가득히 채우던 눈 내린 겨울. 얼굴이며 손이며 너무도 시려 가슴마저 서글프던 그 겨울. 내 마음은 눈밭. 누군가를 떠나보낸 그 자리엔 그 발자욱 너무도 선명히 새겨져. 오래도록 시려야할 가슴. 그 속엔 그들의 발자욱이 있다. "길" 가..

窓_ 1997.03.20

내가 흘리는 눈물의 이유

내가 흘리는 눈물의 이유 참 많이도 울었다. 몇해 전, 여름날의 늦은 밤—. "…이젠 예수님만이… 내 소망이… 되십니다" 목사님 따라 한마디, 한마디 고백되어지던 어설픈 음성. 내 영접의 기도가, 목사님께 맡긴 내 두 손이 떨리던 건 아마도 주체 못하던 눈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 기도를 마친 후에도 한참이나 멈추지 않던 울음. 애써 울음을 멈추려하던 내게 "괜찮아, 계속 울어… 원래 그런 거란다"하고 웃으시던 목사님을 겨우 보았을 때, 목사님 역시 두 눈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제서야 처음 예수님의 사랑을 알았고, 그제서야 눈물은 더 이상 부끄러운 그 무엇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후로도 많이 울던 기억. 이사야 사십삼장 일절을 묵상하며 울었고, 신상언의 글들을 읽으며 울었고, 송명희 시인의 간증..

窓_ 1993.07.03

사랑을 배우며

사랑을 배우며 겨울. 젊음이라는 이름만으로 아름다워야 할 모습이지만 언제나 짓눌림으로 힘겨웁던 시간들이 오히려 혼자라는 외로움에 민감해했다. 언뜻, 비추이던 미소는 너무나 흐려 보이질 않던 겨울… 겨울이었다 사랑. 어느날 찾아온 감흥어린 벅참. 기다림만 더하던 겨울날. 모처럼의 설레임은 모든 걸 긍정적으로, 가능성으로 되새기며 고린도전서 십삼장의 사랑처럼 주님 닮은 사랑이길 기도하는 간절함. 사랑한다는 것. 늘 부끄러웠던 죄인이 온기에 익숙지 못한 탓으로 하루하루의 그 참의미를 잃기도 하는 아픔. 온 맘으로 감당해야 했지만 그러하지 못한 건 끝내 내어주지 못한 자존심 탓, 이기적인 사랑 탓…. 그래서 보고싶던 얼굴 향해 울던, 울리던 날들. 사랑한다는 건 때론 너무 아프기도 하는 것. 사랑할 수 있다는 ..

窓_ 1993.05.01

상여

상여 1. 지나는 수레의 길게 늘여뜨려진 그림자에 따르는 노인의 긴 한숨 —어머니의 울음에 꽃수레를 보았을 때— 오래 전 기억을 내게 전해주던 얼굴의 조각을, 잃어버린 의미를 알았을 땐, 이미 그건 어머니의 정당한 대가가 아니었다 흐느껴 땅을 치던 하루가 지나고 지난 만큼 아쉬워지던 울음소리, 다시 다가와 춤을 추고 온통 검은 산천에 길게 또 그렇게 뿌려지던 세상설움 —그때까지 내리던 비가 지금도 내리는지— 유월의 더움은 씻기우고 이제껏 떨리던 상여 위, 몸둥아리가 어머니의 한잠에 멈추어졌다 2. 발가벗은 거리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서로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등뒤로 아쉬움을 숨길 수 없다 조용한 탄식에 눈동자는, 그렇게 묽게 맺혀진 노인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거리에 나앉은 노인의 내..

窓_ 1989.06.01

폐허

폐허 1. —삭막한 도시에서— 스며들기를 바라는 텅빈 공간의 기쁨에 잊혀지기를 바라는 삭막한 도시의 슬픔에서 차라리 이단자가 되기를 바라는 당신의 모습이 문 밖을 서성일 때 울음을 젖뜨리고 바라보던 어머니의 얼굴이 곧 폐허된 도시의 진실이라 2.—잊혀지는 세상에서— 거리낌없이 매달리고 사랑하며 사랑하고 애태우며 애태우고 미워하며 미워하고 증오하는 이 도시의 폭군들에게 부서진 집터에 되새기려 한번 더 매달리고 사랑하며 사랑하고 애태우며 애태우고 미워하며 미워하고 증오하는 현실에 즈음하여 알지못하는 세상에 내린 하얀 깃발 3.—폐허된 도시에서— 때론 싸우고 서로 우기고 그렇게 지새운 밤낮을 되새기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에 모든 걸 거부하는 애태움 부서져라, 모든 것 부서지고 사라지고 몸둥아리만 남아라— ..

窓_ 1988.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