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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일 없는 서울

사랑은 존재를 흔드는 아픔이어도 그리운 이 그리워하는 일 내 생명이 누리는 별빛 같은 축복이려니 고독의 시퍼런 강가에서도 그대 위한 나의 노래는 끝이 없으리 절망의 늪에서조차 내 시간의 가지마다 새순 틔워내는 그대 나의 사랑아 김연수 詩, “사랑은 존재를 흔드는 아픔이어도” 그리운 이, 그리워하는 일 내 생명이 누리는 별빛 같은 축복이려니. 정말 그렇다. 난 지금 “별빛 같은 축복”을 누리고 있다. 그리운 순일, 잠깐동안의 이별에도 그리운 순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들 속에서도 사랑을 배우리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 나두 수련회 가고 싶단다. “갈급함”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의 힘겨움은, 그분의 사람으로 그분의 세상을 ..

霓至園_/soon_ 2003.07.27

사랑하는 동생에게

사랑하는 동생에게 음-. 우리가 가진 것이 너무 없는 까닭에 도리어 하나님만을 의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믿음이 없는 까닭에, 우리도 아프고, 우리 하나님도 그렇게 아프셔야 했겠죠... 울 땐 울어야죠. 아픈 가슴이 우리 속사람을 솔직하게 하니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그리운지... 우리 하나님을 찾는 우리 감성의 바닥을 마주 볼 용기도 그때 생기죠... 맞아요. 그때가 있기에 지금의 동생이 있겠죠! 지금의 아픔이 있기에, 더 아름다운 미래를 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 성공을 기약하고 살지는 맙시다. 우리네 인생은 이미 성공한 것이기에. 돈을 많이 벌어야 우리가 서로에게 지체됨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세상의 '성공'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죠. 도리어, 지체의 사..

窓_ 2003.06.10

사랑을 고백하다

1. 조병화의 “공존의 이유”라는 詩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걸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또 다른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만날 때부터 헤어질 준비를 하고 살아야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이를 향해 마음을 쏟으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선 ‘작별’을 준비해야하는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은 그래야만 사람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이기에, 상처도 적당히 남겨야만 새로운 시작을 기약할 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에 대하여 처음부터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릅니..

霓至園_/soon_ 2003.06.03

‘시작’은 늘 희망을 갖게 만듭니다.

여전히 신학이 무엇인지 모르고,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다만, 그럼에도 그것 없이는 나의 작은 존재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기에, 그 언저리에 늘 그렇게 머물 뿐입니다. ‘신학’을 하지 않으면 내 삶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사랑’이 없으면 더 이상 속사람이 숨쉬지 못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진형이는 순일을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지도…. 다시 꺼내어 본 편지에서의 고백처럼, 다만 그럼에도 순일에게 좀더 다가가고픈 마음의 설레임, 마음의 그리움, 마음의 욕심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까닭에 마음을 아프게 하던 속상함조차도 제게는 너무 귀했으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가슴의 쓰라림을 않고 기도할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도 참 행복했습니다. 귀한 행복을 저에게 주신 하나님, 그..

霓至園_/soon_ 2003.05.23

처음 쓴 편지

신학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 이제는 조금씩 알 것도 같습니다. 거창한 비전이나, 그럴듯하게 말해오던 '소명'을 잊혀지게 만들던 시간들 속에, 다만 그분을 향해 끊임없이 바둥대며 살아가는 것. "나의 가는 길은 오직 그가 아시나니…" 내가 무슨 길을 가야하는 길은 감추시는 하나님. 그것이 저에게 은혜가 됩니다. 삶을 향한 불확실성. 그것이 오히려 내게는 하나님을 따라 살 수 밖에 없는 ‘소명’이 됩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끊임없이 주고받는 상처들 가운데, 그로인해 지금 나의 삶은 너무 지쳐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생이, 나의 생이 의미가 있으며 가치가 있을 수 있음은 모두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잠시나마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를 ..

霓至園_/soon_ 2001.08.28

존재의 이유

"존재의 이유" 에스더 4:1-17 나.의.인.식.은.무.엇.에.근.거.하.고.있.는.가.? 신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계획들과 희망을 기대하면서, 그리고 청년회의 예배 가운데 설교자로 이 자리에 서면서 내가 결국 언급할 수 밖에 없는 질문 한가지는 "우리의 인식은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헨리나우엔은 말하기를, "우리가 무엇을 인식(view or vision)하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해준다."라고 하였다. 무엇에 근거하여 나의 계획들을 추구하고 있으며, 무엇을 신앙하고 있으며, 세상을 향해 그리고 우리 주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나는 믿음에 근거하여 인식한다"라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은 실상, 그 말의 의미조차 모르는 사람일 경우일 때가 많다.) 이러한 질..

窓_ 2001.01.05

일어나 함께 가자

"사랑…" 여러분은 사랑을 믿나요? 오래도록 가슴을 앓아야하는 연인들의 사랑이 꼭 아니더라도, 그 이름만으로도 한없이 따스하고 아름다워야 할 사랑을 하고 계신지요? 이 세상에 이미 "사랑"은 진부한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래된, 그래서 더이상의 의미부여를 거부하는 오늘날의 세대들에게 이미 사랑은 "고전古傳"이 되어버렸습니다. 수없이 많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 가운데 남겨지는 우리네 가슴속 상처들…. 상처의 깊이 만큼이나 우리네 마음속에 자리잡은 독한 마음들…. 오늘… 그분이 우리들을 "사랑하는 자"라고 부르십니다. 사랑하는 자, 사랑… 그분의 눈물 같은 그리움, 눈물 같은 사랑…. 우리가 회복되어야할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그 사랑에 대한 정직한 응답이 아닐런지요. 때로 우리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

窓_ 1999.12.17

49일간의 전쟁

강릉 무장공비침투사건 49일간은 인간의 비참함과 한계에 이른 인간존재의 정체성,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자로서의 외로움을 너무도 처절히 느끼게끔 해준 시간들이었다. 이를 쉽게 얘기할 수 있을까? 아니, 결코 그렇지 못하리라. 96년 가을이 시작되면서 시작된 그들과의 전쟁…. 여기에 그 49일간의 일기 중 일부를 옮겨본다. 1996.9.28 십일 일째. 반복되는 짜증….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서로가 비참하기는 별다를바 없다면, 그렇게 말한다면 모순일까? 아무런 상황도 모른채 군장을 꾸리고 실탄을 불출하던 정신없던 첫째 날, 우리는 전쟁이 나는줄만 알았다. 그런 긴장감이 우리를 짓눌렀고 결국 “무장공비“의 상황이 전해져 대관령을 넘어 첫번째 매복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매복지에 이르기까지 우..

窓_ 1999.09.18

그대들의 아홉번째 겨울, 그 소중한 시작을 위하여

그대들의 아홉번째 겨울, 그 소중한 시작을 위하여 언젠가 옅은 모노톤으로 담담하게 그려진 그림을 본적이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사랑의 언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어있는 아름다운 연인들의 고요한 숨결, 그림의 이름을 "戀人-그 간결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지금까지 기억하며 잊지 못하는 나의 마음엔 그 사랑을 欽慕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사랑의 언어. 그림을 기억하는, 그대들을 향한 나의 感性입니다. 약속을 기다리는 일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대들을 향한 오직 한 분이신 우리 주님의 사랑엔 그대들을 향한 사랑이 있습니다. 기다림의 끝에 축복되어 쏟아지는 기쁨의 노래들이 아름다운 그대들의 새로운 시작을 밝히리니. 그대들 하나되어 살아갈 때에 때로 사는 것이 힘들 때마다 서로의 모..

窓_ 1999.01.18

쓰다만 편지

"전태일 평전"이라는 책을 읽었다. 여기선 아직도 금서(禁書)로 남아있는 책이어서 사람들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읽은 책이었어. 어렴풋이 알고 있던 '전태일'에 대한 실체. 글쓴이의 논리에 어느 정도는 모순도 있는 것 같고 과장도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전태일이란 사람이 나타나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를 외치며 스스로 신나를 뿌린 몸에 불을 붙여 죽어간 얘기…. 그를 대하는 느낌은 단지 감동이 아니라,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긴장감을 내게 전해준다. 그는 유언장에 이렇게 쓰고 있었다.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金力)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

窓_ 1997.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