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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길을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박흥용, <호두나무 왼쪽 길로>)

대학가(2006년 9월호),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때론 길을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호두나무 왼쪽 길로(1-5권)/ 박흥용 지음/ 황매 펴냄 김진형 간사 누구에게나 ‘길’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미지의 영역 속에 숨겨진 그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다면, 길 위에 펼쳐질 곤하고 고독한 여정일지라도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길에 대한 감동을 고백하는 이는 대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작가 박흥용이 그런 사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상복’도 박흥용을 닮아있다. 어렸을 적 돌아가신 아버지와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의 부재 속에 홀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함께 성장한 청년 상복은, 어느 날 자신의 운명을 평생 규정지을 것만 같았던 마을 언저..

기고_/대학가_ 2006.08.15

오늘 이곳에서 살아내야 할 진리, 그것을 가르쳐주신 교수님께(IVP 북뉴스 2006년 7-8월호)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IVP 북뉴스에 글을 연재한 적이 있다. 북뉴스는 사실 정체성이 모호했다. 자사 책을 소개하는 안내지이면서도 서평지의 역할을 일부 갖고 있었고, 나는 IVP 책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출판사 책을 일부 포함하여 소개하는 방식으로 썼다. 아무래도 IVP 책의 비중을 신경 쓸 수 밖에 없었고, 이 글 이후 연재를 그만 두었다(이후로 두 번 더 썼으나 IVP 30주년을 정리하는 글이었으므로, 원래 연재와는 다른 글로 생각했다. 연재를 그만 둔 이유는, IVP 북뉴스라는 매체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 아무튼, 난 이 글을 연재의 결론으로 썼다. 그 글을 다시 꺼내어 읽어본다. 글의 요지는, 신학을 그만 두고 문서사역을 선택한 나의 '변'이었다. 나에게 그토록 신학자의 길, 목회자의..

존재하는 것에의 행복, 그 푸르른 안식을 찾아 나서다 (공지영,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대학가 책 소개, “녹음의 안식” 존재하는 것에의 행복, 그 푸르른 안식을 찾아 나서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공지영 저/김영사 간) 김진형 간사 그녀에게 있어, 남아있는 최선의 선택은 자신의 영혼이 가진 오래된 갈망, 푸르른 안식을 찾아 떠나는 일이었다. 18년 동안 유물론자로 세상과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왔고, 허기진 갈망을 냉소적인 언어로 풀어내었던 그녀. 몹시 피곤하여 지친, 회색 도시의 일상에서 그녀는 가끔씩 죽음에의 충동을 가졌다고 한다. 지옥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렇게 길을 잃었다고 한다. 80년대의 암울한 상처들은 그녀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문학적 모티브가 되었고, 또 그로 인해 눈부신 성공을 거둔 의식 있는 소설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그녀의 가슴은 너무나 지쳐있었고 공허했다. ..

기고_/대학가_ 2006.06.06

'늦봄' 문익환을 만나자 (김형수, <문익환 평전> 외)

대학가(2006년 5-6월호), “시간 많은 봄날, 도전해보고 싶은 책” ‘늦봄’ 문익환을 만나자 『문익환 전집(12권)』(문익환 저/사계절 간)『문익환 평전』(김형수 저/실천문학사 간) 김진형 간사 아름다워야 할 우리의 봄날, 우리의 젊음은 무언가에 쏟아 부을 만한 가치를 필요로 한다. 젊음의 열정은 봄날의 감성 속에 그 무엇인가를 깊이 갈망한다. 그 갈망은 인생의 유희를 넘어 시대의 고민 속에, 그리스도의 피 묻은 복음 속에 갈 바를 찾아낸다. 내가 그랬다. 갈 길 잃은 젊음의 치기 어린 열정에 몸부림치던 94년 봄날, 지금은 절판되어 찾을 수 없는 문익환의 옥중서간집 『목메는 강산 가슴에 곱게 수놓으며』(사계절)를 읽던 감동은 아직도 선연히 남아있다. 그 뒤 『히브리 민중사』, 『꿈이 오는 새벽녘』..

기고_/대학가_ 2006.04.14

결혼은 본향을 향한 가장 깊은 갈망의 자리입니다(IVP 북뉴스 2006년 5-6월호)

IVP 북뉴스에 썼던 '사심' 가득한 글입니다. 결혼한 이듬해, 첫 아이를 유산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원고 마감을 하루 넘겨 단숨에 썼던 글입니다. 아직도 가끔 우리의 첫 아이 "현서"를 기억합니다. 특히 예지와 예서가 너무 사랑스러울 때, 그 아이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언젠가 그 아이를 만날 날이 있겠지요. 그때가 속히 왔으면, 특히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2013/01/12 IVP 북뉴스(2006년 5-6월호)_booker의 책 읽기 결혼은 본향을 향한 가장 깊은 갈망의 자리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순일에게 결혼, 언약 그리고 완전한 연합에의 갈망: 폴 투르니에에서 리사 맥민까지 남용되지 않는 참된 비밀의 가치는, 친밀하고 깊은 하나됨의 은혜로 누리는 기쁨입니다. 당신과 나, 우..

그대를 향한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어둠은 이길 수 없는 깊고 깊은 생명의 빛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아침 내 창가에 내린 햇살과 같네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절망은 어쩔 수 없는 날마다 새로운 소망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내게와 내 작은 삶을 향기롭게해 내 시로는 너무 부족한 내 노래엔 다 담을 수 없는 내가 전엔 느끼지 못한 새로운 나의 기쁨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그대를 내게 허락한 그분을 보게 하는 힘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이토록 나의 전부를 아름답게해 한웅재, "그대를 향한"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은, 그대를 내게 허락한 그분을 보게 하는 힘".생각나니? 순일을 향한 사랑을 꿈꾸며, 담아 선물했던 노래...^^

霓至園_/soon_ 2006.03.26

사랑해, 현서

사랑해, 현서 8주차를 지나,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9주차에 접어들면, 몸은 3등신으로, 얼굴, 다리, 팔이 자라고 심장, 신장, 간 등이 생성되며, 얼굴엔 눈, 코, 입, 귀 등이 자리잡는다. 불과 4주전에는 하나의 점이었는데, 2주전에는 조그만 동그란 원 안에 심장만 별처럼 깜빡거렸는데, 오늘은 제법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생명에의 감격은 눈부시다. 그런데. 새로운 생명이 우리들 사이에 있지만, 그 생명의 체온을 느끼기엔 나의 가슴이, 온갖 감각들이 너무 게으르거나 순수하지 못했었나보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현서를 느끼지 못하고, 충분히 감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눈물이 난다. 저녁, 아내 안보이는 곳에서 숨죽여 울었는데, 또 이렇게 눈물이 난다. 지독한 고통, 그리고 아..

霓至園_/rainbow_ 2006.03.24

안녕, 현서

지난 월요일, 8주차 아기의 형체를 가졌지만 심장이 멈추어버린 현서를 병원에서 보고 오던 날. 그날 밤 꿈속에 현서가 나타났었다. 무채색 초음파 사진으로만 보았던 현서였지만, 꿈속의 천연색 빛깔로 나타나 나를 보며 웃고 있던 그 아이가 현서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울고 있는 나에게, 현서는 손을 흔들며 웃어주었다. 현서의 웃음은 순결했다. 작별 인사, 현서는 그렇게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하루 이틀, 극심한 혼란과 고통 속에 신음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오늘 아내는 수술대에 올랐다. 아내는 마취제가 몸에 퍼지기 전에 현서에게 눈물로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잠깐의 수술 끝에 '숨'을 잃어버린 현서의 육신은 아내에게서 제거되었다. 수술 끝에 인내심 많은 아내는 또 그렇게 울음을 소리..

霓至園_/rainbow_ 2006.03.23

좀더 긴 호흡 속에 인생은 의미를 찾는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대학가 책 소개, “시험기간, 지친 두뇌를 쉬게 하는” 좀더 긴 호흡 속에 인생은 의미를 찾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돌베개) 김진형 간사 시험. 시선을 한 곳에 집중하여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기도 하지만, 고통이기도 하다. 한편 그것은 유혹이 되기도 한다. 시험을 통해 학문을 굳건히 세워 나갈 수 있음은 분명한 특권이지만, 그것은 자칫 타인과의 비교 속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픈 유혹이 되기도 한다. 몰입 이후, 그것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은 옹졸함이다. 물론 세상은 그러하지만, 우리 인생의 가치는 훨씬 더 고귀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의미는, 짧은 시간의 몰입이 아닌, 좀더 긴 호흡 속에 찾아지는 것이다. 좀더 긴 호흡, 그리고 사색. 존재를 가두어 철저하게 제한하는 ..

기고_/대학가_ 2006.03.14

잠들기 전

6주차 때,병원에서 현서의 심장 뛰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며, 내 심장도 강렬하게 뛰었다. 잉태된 생명에의 경이는, 오늘 나의 살아있음도 그렇게 확인시켜 준다. 8주차에 접어든다.우리는 날마다(그냥 잠들 때도 있지만^^;) 잠들기 전, 시편을 읽는다. 내가 읽고, 순일과 현서는 듣는다. 그리고 기도한다. 순일은 이 시간이 가장 평안하다고 한다. 기도가 마칠 즈음엔, 순일과 나의 눈에 눈물이 맺힐 때가 많다. 현서의 존재가, 그리고 하나님의 존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신실한 사람들에게는 주의 신실하심을 보여 주시고 흠 없는 사람들에게는 주의 흠 없음을 보여주십니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에게는 주의 깨끗하심을 보여주십니다. 그러나 주님은 못된 사람들에게는 못되게 갚아주시는 분이십니다. 시 18편 25,2..

霓至園_/rainbow_ 200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