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대학가_

'늦봄' 문익환을 만나자 (김형수, <문익환 평전> 외)

Soli_ 2006. 4. 14. 23:46

대학가(2006년 5-6월호), “시간 많은 봄날, 도전해보고 싶은 책 



‘늦봄’ 문익환을 만나자

『문익환 전집(12권)』(문익환 저/사계절 간)

『문익환 평전』(김형수 저/실천문학사 간)



김진형 간사


아름다워야 할 우리의 봄날, 우리의 젊음은 무언가에 쏟아 부을 만한 가치를 필요로 한다. 젊음의 열정은 봄날의 감성 속에 그 무엇인가를 깊이 갈망한다. 그 갈망은 인생의 유희를 넘어 시대의 고민 속에, 그리스도의 피 묻은 복음 속에 갈 바를 찾아낸다. 


내가 그랬다. 갈 길 잃은 젊음의 치기 어린 열정에 몸부림치던 94년 봄날, 지금은 절판되어 찾을 수 없는 문익환의 옥중서간집 『목메는 강산 가슴에 곱게 수놓으며』(사계절)를 읽던 감동은 아직도 선연히 남아있다. 그 뒤 『히브리 민중사』, 『꿈이 오는 새벽녘』 등을 읽으면서 하늘의 열망을 시로, 편지로, 설교로 세상과 소통하던 문익환을 통해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알아갔다. 언젠가 고은 시인이 말했듯이, “그의 순정은 폭력이었다”. 문익환은 도리어 따뜻하고 넓은 가슴으로 시대의 야만과 불의를 뜨겁게 껴안았다. 그는 은혜의 역설을 온 몸으로 설파하던 예언자였다. 


문익환은 그의 나이 56세가 되던 해에 ‘늦봄’이라는 아호를 지었다. 이 때, 첫 번째 시집이 나왔고 필생의 작업이었던 공동번역 성서 출간이 한참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59세가 되던 해에, ‘3.1민주구국선언’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에 통일민중운동을 이끄는 지도자로 등장하게 된다. ‘늦봄’이라는 그의 아호는, 길고 긴 겨울을 앓아야 했던 시대 상황을 뜻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늦은 봄의 감흥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의 소박한 바램을 담은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늦봄 문익환은 7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통일운동가로, 민중의 지도자로 활약하게 된다. 김형수 시인은, 그의 내면적 실체를 ‘그리스도적 가치의 실현’으로 정의한다. 문익환은 한국의 현대사에 던져진, 통일을 갈망하던 민중의 아버지였으며 그리스도가 보내신 예언자이자 목사였다. 


“삶은 선택을 허락하지 않는다. 생(生)은 명(命)이다.”(『문익환 평전』, 399페이지)


아름다워야 할 우리의 봄날, 당신의 젊음에 문익환을 권해본다. 히브리 민중의 한을 한국인의 것으로 살아냈던 그의 저작들은, 오늘 우리의 젊음에 담아내야 할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그리고 앞으로 살아내야 할 그리스도적 가치를 만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