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대학가_

좀더 긴 호흡 속에 인생은 의미를 찾는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Soli_ 2006. 3. 14. 23:49

대학가 책 소개, “시험기간, 지친 두뇌를 쉬게 하는 



좀더 긴 호흡 속에 인생은 의미를 찾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돌베개)


김진형 간사


시험. 시선을 한 곳에 집중하여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기도 하지만, 고통이기도 하다. 한편 그것은 유혹이 되기도 한다. 시험을 통해 학문을 굳건히 세워 나갈 수 있음은 분명한 특권이지만, 그것은 자칫 타인과의 비교 속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픈 유혹이 되기도 한다. 몰입 이후, 그것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은 옹졸함이다. 물론 세상은 그러하지만, 우리 인생의 가치는 훨씬 더 고귀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의미는, 짧은 시간의 몰입이 아닌, 좀더 긴 호흡 속에 찾아지는 것이다.  


좀더 긴 호흡, 그리고 사색. 존재를 가두어 철저하게 제한하는 시대의 ‘감옥’ 속에서, 인생은 좌절하기 쉽다. 한 사람의 가치가 그가 기거하는 한 두 평의 좁은 공간으로 인식될 때, 그 존재는 비참해진다. 하지만 20년 20일을 ‘감옥’ 속에서 참된 인생의 의미를 살아낸 이가 있으니, 바로 신영복이다. 오늘의 신영복을 가능케 했던 것은 바로 ‘사색’이다. 신영복의 사색은 타인과의 소통 속에서 더욱 깊어졌다. 그는 자신이 거했던 한 두 평 남짓의 ‘감옥’ 위에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부모, 형제, 친구들과 주고 받았던 엽서와 편지들로 인생의 의미를 묻고 답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허락된 인생을 향한 열렬한 사랑이었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즐거움보다는 아픔이 우리들로 하여금 형식을 깨뜨리고 본질에 도달하게 되고 환상을 제거하고 진실을 바라보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306페이지)


사색은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의미를 묻는 긴 호흡이다. 좀더 긴 호흡 속에 인생은 의미를 찾는다. 한 곳에 몰입하여 경직된 나의 두뇌를 사색으로 숨쉬게 하자. 나의 열정을 숨쉬게 하자. 멀리, 깊이, 사람들과 더불어 인생을 바라보고 푸른 웃음을 선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