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폐허

Soli_ 1988. 10. 6. 22:34

폐허
 

1. —삭막한 도시에서—
 
스며들기를 바라는 텅빈 공간의 기쁨에
잊혀지기를 바라는 삭막한 도시의 슬픔에서
차라리 
이단자가 되기를 바라는
당신의 모습이 문 밖을 서성일 때
울음을 젖뜨리고 바라보던
어머니의 얼굴이
곧 폐허된
도시의 진실이라
 

2.—잊혀지는 세상에서—
 
거리낌없이
매달리고 사랑하며 사랑하고 애태우며
애태우고 미워하며 미워하고 증오하는
이 도시의 
폭군들에게 부서진 집터에 
되새기려
한번 더
매달리고 사랑하며 사랑하고 애태우며
애태우고 미워하며 미워하고 증오하는
현실에 즈음하여
알지못하는 세상에 내린
하얀 깃발
 
 
3.—폐허된 도시에서—
 
때론 싸우고
서로 우기고
그렇게 지새운
밤낮을
되새기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에
모든 걸
거부하는 애태움
부서져라,
모든 것 부서지고
사라지고
몸둥아리만 남아라— 하며
외친 문지기, 그건 이단이 될 수 없다
 
폐허,
내 화가
그려보려나

1988.10.6 


-그리고 2005.11.1에 덧붙임.
 
열다섯 살 무렵 썼던 시, 한때 시인이 되고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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