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CTK_

‘한 길 가는 순례자’가 남긴 마지막 책

Soli_ 2019. 1. 14. 22:36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2019년 1/2월호

'2019 CTK 도서대상'에 덧붙인 글  




 

물총새에 불이 붙듯

유진 피터슨 지음|양혜원 옮김|복있는사람 펴냄|2018년 6월





‘한 길 가는 순례자’가 남긴 마지막 책 




올해 최고의 책이라고, 유진 피터슨의 최고의 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개인적으로 설교집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손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성서의 진리와 삶의 일치를 추구하는, 명료한 논리와 탁월한 언어를 구사하는 설교의 전범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유진 피터슨이 누구인지를,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기에 그렇다. 


유진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십여 권의 책을 쓴 작가였으며, 성경 원어를 오늘날의 언어로 번역하고 신학교에서 영성신학을 가르치는 신학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한 교회에서 29년간 헌신했던 목사였다. 오늘날 우리를 좌절시키는 허다한 목사들이 아니라, 다윗과 예레미야와 요한과 같은 모습으로, 주저앉은 우리를 다시 일으키는 진짜 목사였다.  


언젠가 나는 그에 대해 이렇게 썼었다. “유진 피터슨은 나의 삶에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친 선생 중 하나다. 그는 시대의 아픔으로 가슴에 간직하되 시대의 야만과 용감하게 싸웠던 전사 다윗의 모습으로, 존재가 가진 필연적 한계와 시대의 절망을 눈물로 탄원하여 희망으로 바꾸었던 예레미야로, 천지를 진동하는 뇌성으로 임하던 그분의 신비를 목격하며 감동했던, 그것을 벅찬 기쁨으로 토해내던 사도 요한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기민한 감수성과 탁월한 언어를 가진 시인으로, ‘거북한’ 십 대를 ‘거룩한’ 십 대로 껴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교사로, 절망하여 주저앉은 사역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목회자로 다가온다.” 


유진 피터슨이 지난 10월 세상을 떠났다. 이 책으로 위로를 삼는다. 그는 우리의 목사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말 “Let’s Go”를 곱씹는다. ‘한 길 가는 순례자’였던 그를 따라, 우리도 이 책을 부여잡고, ‘그 길’을 지켜낼 수 있기를. 안녕, 유진. 


_ 김진형, 알마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