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CTK_

[CTK] 인생의 멘토가 필요할 때

Soli_ 2009. 8. 12. 20:42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인터뷰(with 안혜원 기자)




김진형 (IVP 문서사역부)


Q-1. 위의 책들이 생각만큼 많이 팔렸는지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북어워드 수상한  IVP 책들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 라이트),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브라이언 맥클라렌), 비유로 말하다(유진 피터슨), 악의 문제와 하나님의 정의( 라이트), 라이트와 함께하는 기독교여행( 라이트), 길을 걸으라(유진 피터슨), 책을 먹으라(유진 피터슨), 현실, 하나님의 세계(유진 피터슨), 그리스도인의 양심 선언(로날드 사이더), 이해할 없는 하나님 사랑하기(제임스 에머리 화이트), 복음주의의 기본 진리( 스토트), 지적 설계(윌리엄 뎀스키)


사실 저희의 기대만큼 많이 팔리지 않았습니다. 유진 피터슨의 일부 책들과 제임스 에머리 화이트의 책을 제외하고는 판매량이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어쩌면 같은 말일 수 있지만, 많이 팔기 위해 책을 만들기보다는 우리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소명들, 삶의 정황들과 맞닿아있는 적실성 등을 잘 반영하면서도 좋은 인사이트를 담고 있는 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북어워드에 선정된 책이 많은 것은 바로 그 목적에 충실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그 목적에 충실할 때, 자연스럽게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책들의 판매량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던 이유는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번역서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북미권의 책들이다 보니, 한국적 정황,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 삶과 맞닿은 적실성의 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는 컨텐츠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담아내는 언어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저희 출판사에서는 계속하여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둘째, (상당히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위의 책들이 가진 컨텐츠의 가치를 우리나라의 크리스천들이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 지난 세월 폭발적인 교회 성장을 경험하였고 제자 훈련과 평신도 훈련 등의 열풍이 있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안티가 가장 많은 종교이고 사회 변혁을 주도하기보다는, 가장 보수적인 부패 세력으로 내몰리기도 합니다. 제가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가진 복음이, 우리의 일상 생활의 중요한 가치들로 반영되고 표현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책들의 상당 수는, 바로 우리의 현실적 삶에서 실현되어야 할 복음의 가치를 말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을 온전히 소화할만한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드문 것도 사실입니다. 위의 책들은 바로 써먹지 못하는 책들이지요. 읽고 고민하고 기도하고 엄청 노력해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책이고, 사실 그런 책들이 우리 출판계에서는 그렇게 잘 팔리지 않고 있답니다.         


Q-2. 저자에 관한 질문인데요. 위의 4권을 포함해서 유진 피터슨 책만 14권을 출판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유진 피터슨을 통해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으셨는지요.


유진 피터슨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저희 출판사의 경우, 1978년 설립된 이래 계속적으로 총체적 제자도개념을 소개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8, 90년대 기독교세계관과 지성의 제자도 개념을 소개하였다면, 90년대 중반 이후 생활 영성 개념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앞서 말씀드렸던 한국 기독교의 현실에서(신앙과 삶의 괴리감이 큰 한국 기독교의 정황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생활 영성 분야에서 우리가 소개하였던 주요 저자 중 가장 대표적인 분이 바로 유진 피터슨입니다.

유진 피터슨은 대략 세가지 관심을 가지고 책을 쓰셨습니다. 첫 번째는 성경 그 자체에 대한 열망을 담아낸 것으로, 성경을 현대의 일상 생활 언어로 번역한 <메시지>를 비롯하여, 이를 바탕으로, 성경 그 자체로 기도 생활과 연결시키려는 책들이 있습니다(<메시지>는 복있는사람에서 번역 출간할 예정이고, 기도 관련 책들은 죠이, 홍성사 등에서 출간하였습니다). 둘째, 그는 한편, ‘목회자들의 목회자로도 불리는데, 목회자들을 위한 많은 책들을 쓰시기도 했습니다(주로 좋은씨앗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셋째, 영성을 오늘의 언어와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그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여기에 속하고, 저희 출판사가 대부분 출간한 책들이기도 합니다. 성경 신학적 바탕을 통해 관찰된 내용들을, 풍부한 상상력이 깃든 매력적인 언어로 풀어냅니다. 그렇게 풀어낸 이야기들은 가장 인간적인 존재감을 기반으로 한 일상에의 탁월함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실과 닿아있는 영성, 현실에 기반한 영성을 말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별도 첨부한 유진 피터슨 읽기 글 참조).   

 

Q-3. 주로 번역서를 출판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저자들을 많이 발굴하셨는데요, 그 중 간사님이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저자 혹은 책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직은 번역서가 다수입니다만, 한국 저자를 새롭게 발굴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발굴했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고 저희에게 너무 과분한 것입니다. 우리 출판사의 대표적인 저자들의 상당수는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하여 출간한 적이 있지요. 거의 그렇습니다. 다만 그들을 우리 출판사의 대표적인 저자로 소개하기까지, 그들의 책을 꾸준히 소개하고 펴내었던 노력에 대해서 인정해주신다면 감사하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저자는, (다른 곳에 가서는 저의 멘토라고 소개합니다) 존 스토트, 유진 피터슨, 제임스 휴스턴 등입니다. 존 스토트를 통해, 저의 신앙적 기반을 세울 수 있었고 삶의 고비고비마다 그분의 책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최근에 출간된 <살아있는 교회>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십자가의 신학과 영성을 배웠다면, <살아있는 교회>를 통해서는 제대로 헌신하며 살지 못하는 저를 향한 구순(九旬)을 앞둔 노 사역자의 넉넉한 위로와 도전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유진 피터슨의 <현실, 하나님의 세계>를 비롯한 영성 시리즈 5부작을 추천해드리고, 제임스 휴스턴은 <기도, 하나님과의 우정><멘토링 받는 삶>을 추천해드립니다.   

 

Q-4. 야심차게 출판하셨는데, 생각만큼 독자들이 알아주지 않아 아쉬우셨던 저자나 책이 있는지요.


최근 이머징처치 운동과 관련된 3부작을 출간했는데, 반응은 미비한 것 같습니다(<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 <새로운 교회가 온다>, <새로운 청년 사역이 온다>). 한국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이 책들이 던지는 질문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독자들이 반응이 미비하지만, 꾸준히 읽혔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존 스토트의 책들이, 예전처럼 많이 읽히지 않는 것도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복음주의권에서 존 스토트의 대안이 있을까요? 아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로 그를 계속 읽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휴스턴의 책들이 읽히지 않는 것도 같은 마음입니다.    

 

Q-5. 일반 서적뿐 아니라 기독교 서적도 넘쳐나는 요즘입니다. 좋은 책을 고르는 간사님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첫째, 저자를 봅니다. 저자의 삶이 책이 말하고 있는 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또는 그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펴봅니다. 정말 수많은 책들로 넘쳐나지만, 이 기준에 부합하는 책들은 별로 찾기 힘들지요. 존 스토트, 유진 피터슨, 헨리 나우웬, C. S. 루이스, 아브라함 J. 헤셸, 웬델 베리 등을, 일반 쪽에서는 김수영, 서준식, 서경식, 헨리 D. 소로우, 니어링 부부의 책 등을 좋아합니다. 

둘째, 배울 수 있는 책을 우선 고릅니다. 우리 노종문 대표님께서 자주하시는 이야기인데, ‘통념을 깨뜨리는 통찰을 주는 책을 찾아 읽고자 합니다.  

셋째, 균형 있는 독서를 추구합니다. 신앙 서적 안에서도 주제별로 균형 있게, 신앙 서적과 일반 서적과도 균형 있게, 장르별로도 균형 있게, 내가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하는 책 사이에서도 균형 있게 선택하고 읽으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독, 속독, 정독, 느리게 읽기에의 전략적 선택입니다. 책은 너무 많고(좋은 책도 너무 많습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지요.  

넷째, 책은 되도록 서점에 나가서 확인하려고 합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했죠. “책은 실물을 수중에 넣어보지 않으면 절대 가치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섯 째, 재미있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신경숙, 김연수, 폴 오스터의 소설, 백석, 신경림, 박형준의 시, 박흥용의 만화 등을 즐겨봅니다. 제 자신에게 쉼과 위로, 즐거움을 선서하고 싶을 때 주로 꺼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