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CTK_

다시 물어야 할 질문, “복음이란 무엇인가?” (CTK, 130510)

Soli_ 2013. 6. 7. 07:01

크리스채너티투데이 한국판(CTK) 2013년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link)




다시 물어야 할 질문, “복음이란 무엇인가?”
<완전한 복음>(매트 챈들러, 제라드 윌슨 지음|장혜영 옮김새물결플러스 펴냄2013)


미국 댈러스에 위치한 빌리지교회(The Village Church)의 대표 목사인 매트 챈들러는 성도들을 향해 이렇게 선언한다. “만일 여러분이 생각하는 교회가 뷔페식당 같은 곳이라면, 다른 곳으로 가서 드십시오.”(110쪽) 그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취향에 맞춘 복음이 아닌, 철저하게 ‘선포되는 복음’이다. 복음은 그 자체로 완전하기 때문에, 다른 여타의 가치나 가능성을 배제한다. ‘도덕적이고 심리치료적인 이신론’이나 ‘번영 신학’ 따위는 결코 복음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성서에 기록된 ‘있는 그대로의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이 책의 목표는 복음의 규명과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챈들러는 ‘땅에서 바라본 복음’과 ‘하늘에서 바라본 복음’이란 두 가지 지평에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복음의 의미를 추척하고 복원한다. 땅의 시각은 복음의 개인적․인격적 측면을 다루고(1부), 하늘의 시각은 복음의 보편적․우주적 측면을 다룬다(2부). 로마서 8장 22-23절은 이러한 복음의 두 가지 관점을 충족시킨다. 즉 복음은 ‘타락한 모든 피조물이 경험하는 갈망의 충족’이며,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유일하게 창조된 인류가 지닌 갈망의 충족’이다. 저자는 이 두 관점의 균형을 강조하되 어느 한쪽으로 쏠릴 때의 위험성을 경고한다(3부). 결국 “완전한 복음”(The Explicit Gospel)의 핵심은 축소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온전한 복음에 있으며, 복음을 추상적인 언어로 추정하는 것이 아닌 분명하게(explicit) 선포하고 드러내는 삶의 자리에 있다.

미국 복음주의를 이끄는 차세대 설교자답게, 챈들러의 메시지는 시종일관 간결하되 강단 있게 전달된다(공저자인 작가이자 목사인 제라드 윌슨의 공로인지도 모른다). 100여 명 남짓의 교인이었던 빌리지교회는 2002년 챈들러가 부임한 후 수년 만에 성도 1만 명의 멀티사이트 교회로 성장하였고, 챈들러는 2009년 뇌종양 3기 진단을 받았으나 이듬해 완치하였다. 현재 그는 더욱 열정적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죽음에 직면했던 경험 때문일까. 복음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사뭇 비장하다.


칼빈주의 신학에 충실한 논증은 과도한 확신에 휩싸여 서둘러 전개되는 것 같고(무엇보다 우리는 의심할 자유가 있지 않은가! 이 부분에서 같은 칼빈주의자인 제임스 K. A. 스미스의 사려 깊은 논증이 그립다), 일부 냉소적인 단정과 현실을 살아가는 ‘복음적 삶’에 대한 관찰이 다소 피상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복음은 레토릭 없이도 충분히 완벽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숱한 레토릭을 붙여도 부족한 것이 삶의 온갖 양태인 까닭이다. 어찌 되었건, 우리 삶과 교회의 현실이 위태로울 때마다 ‘복음이란 무엇인가?’ 질문해야 한다는 것과 ‘복음’에 대해 이 정도로 좋은 책이 주어져있다는 것 또한 ‘기쁜 소식’인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늘 그러하듯, 문제는 ‘완전한 복음’을 대하는 ‘불완전한 우리 자신’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희망이자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