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K 2012년 12월호
"무엇보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_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송강호, IVP, 2012)
김진형(‘예지원’을 꿈꾸는 출판기획자)
이 책은 강정마을을 위한 책이 아니라, 평화 담론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평화에 이르는 길, 그 길을 걸었던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다. ‘회심’이라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근본적 태생에서 출발하되, 그것에 진지한 질문을 던졌던 송강호의 이야기다. “진리는 오랜 숙고와 성찰을 통해 이를 수 있지만, 진리에 대한 신실함은 가장 단순하고도 간결한 실천으로 담보된다.” 진리는 무엇으로 세상에 귀결되는가? 진리는 우리에게 정의를 요구하고, 정의는 모든 불의와 폭력 너머 평화를 꿈꾼다. 그것은 오랜 예언자들의 꿈이었다고, “삼천 년의 꿈”이었다고 송강호는 말한다.
송강호는 독일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을 쓰던 중, 그가 가르쳤던 청년들에게 편지 한 통을 받는다. ‘가장 극심한 고통의 현장, 세계 어디서건 전쟁이 나면 그곳에서 만나자.’ 했던 그 약속 때문이었다. 그는 단순했다. 학업을 멈춘 채 르완다로 떠났다. 그가 섬기는 국제평화운동단체 “개척자들”은 그렇게 시작하였다. 박사 학위를 마치고 안정된 자리에 머무를 수 있었으나, 그는 지체하지 않고 불의와 폭력의 땅을 찾았다. 보스니아, 소말리아,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반다아체, 카슈미르, 아이티 등이 그의 나라였다. 전쟁과 분쟁, 재난 피해자들의 고통을 함께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열강에 맞서 약한 자들의 벗이 되었다.
그리고 송강호는 지금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의 맨 앞에 서 있다. 평화의 사람은 세상과 불화하다. 두 차례 구속, 181일 간의 수감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꿈꾸는 전사로 그곳을 지킨다. 해군기지 건설의 찬성과 반대 논의를 위해서라면, 이 책의 11장에 있는 그의 서신과 진술서들을 읽어보라. 하지만 그 모든 논리적 타당성을 검토하기 전에, 무엇보다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그가 전하는 이사야와 미가 선지자의 예언(사 2:4; 미 4:3)에 직면하라. 그것을 ‘지극한 현실’ 속에서 꿈꾸었던 송강호의 이야기를 듣기 바란다.
책을 만들며 강정마을에 다녀왔다. 인터뷰와 칼럼 등을 바탕으로 원고를 구성하고 정리했다. 원고를 탈고하여 제주교도소로 그를 찾았다. 면회시간 ‘12분’이 주어졌다. 해야 할 말이 많았다. 그런데 울음이 터져 말문이 막혔다. 수인(囚人) 송강호 앞에 그저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첫 만남, 그의 눈빛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연대의 마음을 나누던 그 눈빛. “같은 뜻을 품은 친구를 얻은 것이 무엇보다 감사합니다.” 강정에서 돌아온 후, 오래 전 읽고 가슴에 담아놓았던 함석헌 선생과 박노해 시인의 글귀를 책에 새겨 넣었다. 나도 그 꿈, 정의와 평화의 나라를 꿈꾸고 있던 것이 생각났던 까닭이다. 정말이지 그는 위험천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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