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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에이콘’의 시대에 주어진 유일한 희망 (CTK, 130213)

Soli_ 2013. 2. 28. 15:45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2013년 3월호



‘부서진 에이콘’의 시대에 주어진 유일한 희망

배제의 시대 포용의 은혜 (스캇 맥나이트 지음|박세혁 옮김|아바서원|2013)




미안하지만, 다시 한 번 얘기하자. 난 이 책의 제목과 표지가 불만이다(표지에서 인용한 이미지는 미로슬라브 볼프의 <배제와 포용> 원서와 같다). 일종의 아류, 혹은 패러디일까, 그렇게 추측하긴 너무 아까운 책이다. 볼프나 맥나이트 모두에게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의 제목과 표지는 불만일 것이다. 스캇 맥나이트는 역사적 예수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면서도 뛰어난 작가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저자이다. 우리나라엔 그의 책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학자다(특히 IVP에서 번역 출간한 <금식>을 이 책과 더불어 추천한다).  


이 책은 복음의 통전성에 대한 집요한 해명이다. 오늘의 세계는 ‘부서진 에이콘(eikon, 형상)’의 시대이다. 오직 하나님으로 충만했던 세상은 ‘하찮은 죄로부터 구조적인 악에 이르기까지, 작은 거짓말과 조국을 배반하는 행위까지, 가난한 이들에게 작은 것을 나눠 주기를 거부하는 개인의 모습부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음식을 빼앗아 소수 특권층을 위한 대저택으로 바꾸어 놓는 독자자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171면) 배제의 죄악으로 부서져 있다. 하지만 복음은 세상-공동체-개인으로 전진하며, 하나님의 우주적인 계획을 실현시킨다. 즉 분열된 복음, 서로에 의해 배제된 세상을 최초의 공동체 원형으로 회복시켜 나간다. 부서진 에이콘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될 것이다. 즉 “삼위일체적이며 상호 위격적이신 하나님의 사역이며, 하나님의 본질이 곧 공동체”(91면)였던 복음으로의 회복이다. 





바야흐로 오늘의 한국사회는 ‘배제의 시대’를 질주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혹은 세대간  ‘52:48’로 극명하게 나뉜 시대, 교회는 그사이에서 그만 갈 길을 잃었다. 한국사회는 유난히 배타적이되, 그중 한국교회가 가장 모난 가슴을 가졌다. 유일신론이란 교의적 함정에 빠진 독선은 온갖 위선적인 행위로 실행된다. 하여 한국교회는 스스로 고립되어, 세상으로부터 배제될 위험에 처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불편한 책을 서둘러 일면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세심한 안내를 따라 다시 복음의 길을 묵상하여 즉각 실행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볼프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의를, 오직 정의만을 원한다면, 당신은 필연적으로 불의와 만나게 된다. 불의가 없는 정의를 원한다면, 사랑을 원해야 한다. 완벽한 정의의 세계는 곧 사랑의 세계다.(212면) 


더 이상 정의를 오독하지 말라. 정의는 오직 은혜에 닿아야만 한다. 그리하여 포용의 은혜로 부서진 이 세상을 회복시켜야 한다. 갈 길이 멀다고, 아득하다고 낙심하여 주저 앉아있다면 스캇 맥나이트의 섬세한 위로에 힘을 얻으라. 


모든 비극에 대한 희망은 하나님의 복음이라는 희극이다.(178면) 


(2013/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