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에 대하여 불신한다. 건조하고 차가운 불신이어야 사람에 대한 사랑에 닿을 수 있다. 예수는 제자들을 한 번도 믿지 않으셨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그들을 제자로 삼을 뿐만 아니라, 기어코 친구로 삼으셨다. 사람에 대해 과신할 경우, 결국 그 믿음은 나에게 상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그 어떤 사람도 우리가 믿을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에게 다가설 수록, 그 믿음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거듭 실패한다. 사랑하기도 전에, 그를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잃은 사람이 더러 있다. 어찌보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믿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기에, 난 그 쉬운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