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사람에 대한 불신

Soli_ 2013. 2. 23. 13:37

나는 사람에 대하여 불신한다. 건조하고 차가운 불신이어야 사람에 대한 사랑에 닿을 수 있다. 예수는 제자들을 한 번도 믿지 않으셨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그들을 제자로 삼을 뿐만 아니라, 기어코 친구로 삼으셨다. 사람에 대해 과신할 경우, 결국 그 믿음은 나에게 상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그 어떤 사람도 우리가 믿을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에게 다가설 수록, 그 믿음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거듭 실패한다. 사랑하기도 전에, 그를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잃은 사람이 더러 있다. 어찌보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믿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기에, 난 그 쉬운 길을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기어코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그 사랑으로, 자신의 사람을 불신했던 그 강고한 선택이, 견고한 의지가 나에게도 있기를 바란다.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한다. 하여 난 사람에 대하여 거듭 불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