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87

'새벽이슬'의 위로

어제 '새벽이슬' 종강예배에 참여하면서 놀랐던 것이 있다. 이번 대선으로 인해 누구보다 좌절스러웠을 청년들이 그곳에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보다, 더 크게 상처받았을 사람들을 향해 중보하고 있었다. 쌍용차, 한진, 용산, 강정마을 등 그들의 상처를 만져달라고, 그 절망을 치유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대선에서 졌다고 여태 주저앉아 있는 이들은, 그 이기심을 어서 떨치고 일어나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 나보다, 우리보다 다 큰 아픔과 슬픔, 절망에 죽어가는 생명들이 있는 까닭에.

窓_ 2012.12.22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

페이스북에 인용하고 올린 글들 12월 19일 _4.11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길. 이 악물고 집을 나선다. _이만열 교수님의 포스팅 지금은 새벽 2시. 하나님 앞에 엎드린다. 그의 뜻을 묻는다. 매일 읽는 성경 순서를 따라 누가복음 24장을 읽는다. 스승의 죽음을 슬퍼한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한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나타나 격려하면서 부활의 새로운 소망을 주신다. "이에 그들의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셨다"(24:45)는 말씀이 와 닿는다. 그리고 찬송을 부른다. "뜻없이 무릎꿇는 그 복종 아니요 운명에 맡겨 사는 그 생활 아니라 우리의 믿음 치솟아 독수리 날듯이 주 뜻이 이뤄지이다 외치며 사나니. 약한 자 힘주시고 강한자 바르게 추한자 정케 함이 주님의 뜻이라 해아래 압박 있는 곳 주 거기 계셔서 그..

窓_ 2012.12.20

정권 교체

진보의 심상정/노회찬/유시민/이정희, 중도의 안철수/조국 같은 이들도 있지만, 양심적이고 합리적 보수인 윤여준/표창원 같은 이들, 그리고 어떤 정치적 지형에 서 있는 이들이 아닌, 불의에 분노하고 저항했던 정혜신/우석훈/선대인/김어준/주진우/김용민/김미화/탁현민 같은 이들을 생각하면, 이번 대선은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 정의와 불의의 싸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정권교체는 너무나 절실하다! ps.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당은 너무 무능... 젊은이들은 안철수가, 보수와 중도는 윤여준, 정혜신 같은 이들이 견인하고, 온갖 음모는 나꼼수가 막고, 거의 마지막 변수였던 '국정원 여직원'은 표창원 교수가 막고... 문재인은 참 좋은데, 민주당은 글쎄.

窓_ 2012.12.18

내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

내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 강풀 웹툰에 나온 사람들의 바램을 읽어가면서, 난 노무현 대통령을 뽑던 2002년이 오버랩된다. 공약의 내용은 달랐지만 노무현은 다를 것으로 기대했고, 그를 뽑았던 진보의 가치가 이 나라를 많이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나도 그를 뽑았고 지금도 좋아하지만, 그는 분명 실패한 대통령이었다. 그에게 기대했던 수많은 바램들의 좌절, 그 상처들이 결국 '이명박'이란 괴물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것 아닐까? 문재인은 다를까? 진심으로 다르기를 기대한다. 노무현의 실패를 인정하는 문재인은 다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도 우리의 바램만큼, 좋은 대통령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바램은 상당히 오랜 시간 뜨겁게 갈망해야 하고, 그 방향으로 흘..

窓_ 2012.12.14

가을의 마지막 날

가장 순수했던 자리에 함께했던 벗과의 점심 식사부터, 나의 밥벌이부터 걱정하며 마음 한 자락까지 세심히 챙겨주시는 '거래처' 분들과 작별하며 보낸 오후를 지나, '이곳'에서 함께 고민하며 치열하게 일했던, 그러나 다들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 오랜 동료들과의 저녁 뒷풀이까지 하루가 길고도 깊었다. 마음은 이제 겨울을 맞을 준비가 되었다. 그래, 오늘이 가을 마지막 날인거다.

窓_ 2012.11.21

추수감사주일

추수감사주일. 유치부 부장 교사인 아내와 발표 순서를 맡은 아이들을 교회에 데려다 주고 아내에게 양해를 구한 후, 집으로 왔다. 감사 제목을 적어서 제출하라는데, 도저히 감사의 마음을 갖기 힘든 까닭이다. 지난 며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억울한 마음에 원망을 쏟아내고 있는데, 태연한 척 감사의 신학을 말할 낯이 없다. 커피가 밤새 고팠는데, 집에 오자마자 내린 커피가 쓰다.

窓_ 2012.11.18

늘 새로운 시간

오늘은 버스를 탄다. 천천히, 그러나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책을 보는 것조차 사치스럽다. 어지럽게 파장을 그리며 사라지는 라디오 소리, 아침부터 피곤한 사람들의 짧은 한숨, 재잘거리는 교복 무리들을 응시하며, 내리는 문이 철커덕 열릴 때마다 살며시 내 얼굴에 닿는 바람을 읊조린다. 밤새 내 옆에서 자신의 존재를 한껏 시위하던 두 놈들이 벌써부터 그립고, 이른 아침 잠결에 인사하고 나온 순일을 안아주고 나올 걸 하는 후회가 가슴 속에서 소란하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아침 같으나, 늘 새로운 시간이다.

窓_ 2012.11.15

약속, 그리고 홀로 남은 시간

오늘 약속이 여럿 잡혀 있었다. 오래 전 잡은 약속. 그리고 지난 주일에 잡힌 약속 하나 더. 오래 전 잡은 약속을 깜빡하고 잡은 두 번째 약속은,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취소했다. 그 와중에 출근 길에 만나자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물론 그에게도 사정을 말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오래 전 잡은 약속은, 약속했던 그이가 깜빡했던 것 같다. 그도 다른 약속을 오늘 잡았던 것이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 그렇게 홀로 남은 점심 시간, 바람을 따라 홍대 거리를 거닐었다. "어반 자카파"의 노래를 들었다. 거리에 뒹구는 낙엽을 보았다. 외진 골목에 그려 넣은 벽화 하나, 저 마음 씀씀이가 쓸쓸했다. 놀이터에서 아이 하나가 엄마와 실갱이를 벌인다. 그를 우두커니 지켜보던 거리의 화가..

窓_ 201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