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87

신학의 길을 묻는 이에게

"오늘 이곳에서 살아내야 할 진리, 그것을 가르쳐주신 교수님께"를 포스팅하면서, 역시 오래된 편지 하나를 찾아서 올립니다. 요한 형제가 유학 떠나기 전에 형제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섣부른, 서툰 조언들이 부끄럽습니다만, 그래도 서두의 "신학함"에 대한 저의 해석은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이 글을 블로그에 옮겨놓습니다. 요한 형제, 제가 모셨던 스승께서는 신학의 모티브는 ‘저항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다분히 유대 신학의 '파토스' 개념에서 비롯한 접근이었지만, 나름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신학을 하나님, 또는 그분의 가르침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라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학문과는 다르게 신학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 삶, 또는 그것을 살아가는..

窓_ 2008.06.12

고니에게

고니에게, '그럭저럭' 그리고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란 표현이 걸리는구나. 내가 연곤의 나이 정도를 지날 때 가졌던 안타까움이 생각난다. 내 삶이 나의 의도와 열정대로 되지 않을 때, 그런 막막함과 맞물리는 일상의 평온함(조금은 피상적 표현일 수 밖에 없지만)은 세상을, 삶을 그리스도인이란 또 다른 표지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자로서 갖게되는 안타까움. 더 나아가 죄책감. 그러나 오늘, 다시 연곤의 메일을 읽으며, 난데없이 김훈이 종종 쓰는 '난감하다'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김훈의 그 표현에도 역시 '막막함'을 읽을 수 있지만, 그는 단순히 거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삶의 진정성을 담아내는 것을 본다. 진정성이란, 현실의 막막함과 부딪히는 자아 깊은 곳의 고민과 안타까움을 발견할 때..

窓_ 2005.11.08

김은호 교수님께

김은호 교수님께, 요즘 '촘스키'를 읽었습니다. '언어본능.상,하' 그리고 촘스키에 관해 쓴, '촘스키, 끝없는 도전'(로버트 바스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드니 로베르 외)라는 책입니다. 그는 히브리어를 시작으로 모든 언어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본능적 실체를 논증하던 지식인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심리학, 철학, 정치학을 꿰뚫는 석학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그는 자신이 가진 '지식'이 진리를 향하도록 노력하고 고민하며 저항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로버트 바스키는 촘스키를 마무리하며 그를, '보통사람들의 수호자'라고 칭합니다. 촘스키가 추구하는 지식인의 길, 그가 말하는 진리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라는 점에서는 많은 이견이 있습니다.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窓_ 2003.10.16

그대를 바라보고 사노라면

그대를 바라보고 사노라면 사랑하고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받으려고만 하는 시샘 가득한 어린아이의 응석이 아닌, 사람들을 향하여 끊임없이 자신의 것을 퍼주는 깊고 깊은 '우물'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상대적 우위로 행복을 삼으려는 사람들이 아닌, 자신의 삶에 주어진 작은 행복 마저도 마치 그것이 사치인양 안절부절 못하는 소박한 사람들.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에도 조건을 헤아려 따지는 사람들이 아닌, '바보' 소리를 들으면서도 기꺼이 가난한 사랑을 선택하는 용기있는 사람들. 제가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스무살에 낯선 서울에 올라와 10년을 홀로 꿋꿋하게 용기있게 살아가는 한 자매입니다. 처음에는 살 집도 없었고, 기댈 사람도 없었지만... 그래도 자매는 용기있게 세상을 ..

窓_ 2003.08.04

'희망', 아직도 그 아련한 이름

'희망', 아직도 그 아련한 이름 가룟 유다의 가장 큰 죄는 무엇이었을까요? 스승을 배신하여 그의 목숨을 팔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유다를 향하여 '세상 끝까지' 사랑하신 예수님께 결국 돌아가지 못하였기 때문일까요? 저는 후자라고 봅니다. 우리는 늘 그분을 배반하지만, 그것을 용서하지 못할 우리 하나님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육신의 생명이 주어져있는 한, 늘 그렇게 기회도 주어져 있는 것입니다. 언제든지 그분께 돌아갈 수 있는 은혜 말입니다. 우리의 희망은 언제든지 그분께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룟 유다의 비극은 그 은혜를 받아들이지 못한 자기 의義, 그것으로 자신을 정죄하여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으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있는 자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요13:..

窓_ 2003.08.03

사랑하는 동생에게

사랑하는 동생에게 음-. 우리가 가진 것이 너무 없는 까닭에 도리어 하나님만을 의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믿음이 없는 까닭에, 우리도 아프고, 우리 하나님도 그렇게 아프셔야 했겠죠... 울 땐 울어야죠. 아픈 가슴이 우리 속사람을 솔직하게 하니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그리운지... 우리 하나님을 찾는 우리 감성의 바닥을 마주 볼 용기도 그때 생기죠... 맞아요. 그때가 있기에 지금의 동생이 있겠죠! 지금의 아픔이 있기에, 더 아름다운 미래를 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 성공을 기약하고 살지는 맙시다. 우리네 인생은 이미 성공한 것이기에. 돈을 많이 벌어야 우리가 서로에게 지체됨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세상의 '성공'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죠. 도리어, 지체의 사..

窓_ 2003.06.10

존재의 이유

"존재의 이유" 에스더 4:1-17 나.의.인.식.은.무.엇.에.근.거.하.고.있.는.가.? 신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계획들과 희망을 기대하면서, 그리고 청년회의 예배 가운데 설교자로 이 자리에 서면서 내가 결국 언급할 수 밖에 없는 질문 한가지는 "우리의 인식은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헨리나우엔은 말하기를, "우리가 무엇을 인식(view or vision)하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해준다."라고 하였다. 무엇에 근거하여 나의 계획들을 추구하고 있으며, 무엇을 신앙하고 있으며, 세상을 향해 그리고 우리 주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나는 믿음에 근거하여 인식한다"라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은 실상, 그 말의 의미조차 모르는 사람일 경우일 때가 많다.) 이러한 질..

窓_ 2001.01.05

일어나 함께 가자

"사랑…" 여러분은 사랑을 믿나요? 오래도록 가슴을 앓아야하는 연인들의 사랑이 꼭 아니더라도, 그 이름만으로도 한없이 따스하고 아름다워야 할 사랑을 하고 계신지요? 이 세상에 이미 "사랑"은 진부한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래된, 그래서 더이상의 의미부여를 거부하는 오늘날의 세대들에게 이미 사랑은 "고전古傳"이 되어버렸습니다. 수없이 많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 가운데 남겨지는 우리네 가슴속 상처들…. 상처의 깊이 만큼이나 우리네 마음속에 자리잡은 독한 마음들…. 오늘… 그분이 우리들을 "사랑하는 자"라고 부르십니다. 사랑하는 자, 사랑… 그분의 눈물 같은 그리움, 눈물 같은 사랑…. 우리가 회복되어야할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그 사랑에 대한 정직한 응답이 아닐런지요. 때로 우리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

窓_ 1999.12.17

49일간의 전쟁

강릉 무장공비침투사건 49일간은 인간의 비참함과 한계에 이른 인간존재의 정체성,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자로서의 외로움을 너무도 처절히 느끼게끔 해준 시간들이었다. 이를 쉽게 얘기할 수 있을까? 아니, 결코 그렇지 못하리라. 96년 가을이 시작되면서 시작된 그들과의 전쟁…. 여기에 그 49일간의 일기 중 일부를 옮겨본다. 1996.9.28 십일 일째. 반복되는 짜증….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서로가 비참하기는 별다를바 없다면, 그렇게 말한다면 모순일까? 아무런 상황도 모른채 군장을 꾸리고 실탄을 불출하던 정신없던 첫째 날, 우리는 전쟁이 나는줄만 알았다. 그런 긴장감이 우리를 짓눌렀고 결국 “무장공비“의 상황이 전해져 대관령을 넘어 첫번째 매복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매복지에 이르기까지 우..

窓_ 1999.09.18

그대들의 아홉번째 겨울, 그 소중한 시작을 위하여

그대들의 아홉번째 겨울, 그 소중한 시작을 위하여 언젠가 옅은 모노톤으로 담담하게 그려진 그림을 본적이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사랑의 언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어있는 아름다운 연인들의 고요한 숨결, 그림의 이름을 "戀人-그 간결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지금까지 기억하며 잊지 못하는 나의 마음엔 그 사랑을 欽慕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사랑의 언어. 그림을 기억하는, 그대들을 향한 나의 感性입니다. 약속을 기다리는 일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대들을 향한 오직 한 분이신 우리 주님의 사랑엔 그대들을 향한 사랑이 있습니다. 기다림의 끝에 축복되어 쏟아지는 기쁨의 노래들이 아름다운 그대들의 새로운 시작을 밝히리니. 그대들 하나되어 살아갈 때에 때로 사는 것이 힘들 때마다 서로의 모..

窓_ 1999.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