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그대를 바라보고 사노라면

Soli_ 2003. 8. 4. 21:33

그대를 바라보고 사노라면


사랑하고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받으려고만 하는 시샘 가득한 어린아이의 응석이 아닌, 사람들을 향하여 끊임없이 자신의 것을 퍼주는 깊고 깊은 '우물'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상대적 우위로 행복을 삼으려는 사람들이 아닌, 자신의 삶에 주어진 작은 행복 마저도 마치 그것이 사치인양 안절부절 못하는 소박한 사람들.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에도 조건을 헤아려 따지는 사람들이 아닌, '바보' 소리를 들으면서도 기꺼이 가난한 사랑을 선택하는 용기있는 사람들. 

제가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스무살에 낯선 서울에 올라와 10년을 홀로 꿋꿋하게 용기있게 살아가는 한 자매입니다. 처음에는 살 집도 없었고, 기댈 사람도 없었지만... 그래도 자매는 용기있게 세상을 살았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순결한 마음, 사람을 향한 깨끗한 사랑이 그녀가 가진 전부였지만, 그녀는 참 부요하게 살았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꾸려가기에도 늘 빠듯했지만, 자매는 끊임없이 다른 이들을 섬기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때로는 빚을 지면서까지, 때로는 정당하게 얻는 대가를 포기하면서까지... 열심히 사람들을 섬겼습니다. 제가 보기에 자매는 참 '바보' 같이 살았습니다. 

언젠가는 집을 구하러 온종일 거리를 헤매일 때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서울은 그녀가 살기에 너무나 삭막한 곳이었습니다. 전세금이 부족해서 속앓이를 심하게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얼마간의 돈을 다른 이를 위해 쓰기로 결심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마음을 주셨다는 것, 그것이 이유였습니다. 자매는 참 대책없이 사랑하는 바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을 바랍니다. 자신의 고민, 자신의 아픔, 자신의 힘겨움을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갑니다. 자매의 삶에는 늘 그런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그들에게서 이야기를 다듣고 나면, 자매는 지쳐서 그만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정작 자매는 자신의 힘겨움을 그냥 가슴에 묻어둡니다. 

봄이 시작될 무렵... 자매를 만났습니다. 사실 4년을 알고 지냈지만, 깊이 사귀면서부터 자매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의 상처가 보입니다. 그녀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깊게 패인 상처의 흔적들에 너무 아파왔습니다. 그녀가 흘린 눈물자욱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자매의 깊고 깊은 '우물'을 발견하며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자매는 너무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부요하게 살아왔으며, 자매는 너무나 여리고 가녀린 육신을 가졌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세상을 향한 꿋꿋한 용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삭막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희망이 있습니다.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들로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가녀린 육신에 아름다운 소망을 가슴에 지니며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고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 자신은 너무나 힘겹지만 자신의 섬김으로, 희생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하나님나라를 이룰 수 있으리라 꿈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그렇게 오늘도 소박한 꿈을 꾸며 이루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대를 바라보고 사노라면 
내 삶이 그리움의 시가 되겠거니 
사랑이겠거니 믿어집니다. 

김연수의 詩, "편지"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고픈 사람들... 

당신들을 바라보고 사노라면 
내 삶이 그리움의 시가 되겠거니 
사랑이겠거니 믿어집니다. 

나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소망합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나님 말씀하신 저 '땅 끝'까지 묵묵히 걸어가리라... 기대해봅니다. 
우리의 생이 다하기까지... 

샬롬. 

2003.8.4.똘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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