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고니에게

Soli_ 2005. 11. 8. 21:44

고니에게,


'그럭저럭' 그리고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란 표현이 걸리는구나.
 
내가 연곤의 나이 정도를 지날 때 가졌던 안타까움이 생각난다. 내 삶이 나의 의도와 열정대로 되지 않을 때, 그런 막막함과 맞물리는 일상의 평온함(조금은 피상적 표현일 수 밖에 없지만)은 세상을, 삶을 그리스도인이란 또 다른 표지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자로서 갖게되는 안타까움. 더 나아가 죄책감.
 
그러나 오늘, 다시 연곤의 메일을 읽으며, 난데없이 김훈이 종종 쓰는 '난감하다'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김훈의 그 표현에도 역시 '막막함'을 읽을 수 있지만, 그는 단순히 거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삶의 진정성을 담아내는 것을 본다.
 
진정성이란, 현실의 막막함과 부딪히는 자아 깊은 곳의 고민과 안타까움을 발견할 때 나오는 것이겠다. 그것과 마주할 때, 이전에 느꼈던 아쉬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도리어 스스로를 위로하는 '따뜻함'. 격려하여 그 일상성 이후를 준비하는 '냉철함'.
'따뜻함'과 '냉철함'을 모순처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연곤'이란 사람에게서,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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