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더디게 간다

Soli_ 2012. 1. 31. 03:35

더디게 간다


서둘러 떠나 숨가쁜 걸음 끝에 도착했지만 정작 내 시선에 남은 것이 없어 허망할 때가 있다. 느릿느릿, 숨을 고르며 걷는 길에, 수많은 풍경이 담긴다. 사람들의 웃는 모습도 수백 개다. 목소리는 수천 개다. 골목길 모퉁이 조그만 채소 가게 아저씨의 표정도 날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이는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것이다. 기억하는 만큼, 딱 그 만큼만 나의 세계다. 가슴에 남은 풍경만 추억이 된다. 수백 개의 표정과 목소리를 기억하는 이들만 나의 사람이 된다. 때로 우리 인생엔 느린 걸음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오늘도 쉽게 다다를 곳을, 더디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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