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김병년 목사님께

Soli_ 2009. 4. 27. 21:50

김병년 목사님께,



이번 학기에는 유난히 캠퍼스 강의 일정이 많이 잡혀 있어서 거의 매주일, 한번 또는 두 번 정도 캠퍼스를 방문합니다. 대부분 IVF 아이들이지만 가끔 CCC나 JDM의 청년들도 있습니다. 주제는 책읽기이지만, 강의는 늘 하나님 나라에서 시작하여 공동체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늘 제 자신에 대한 처연한 고백이 빠질 수없습니다. 소망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마음의 깊은 슬픔을 토로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정직하게 대면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강의를 하고, 청년들을 만나고 나면 마음 한 구석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고는 합니다. 

한편 제가 파악하는 요즘 청년들의 특징은, 소망이 없거나, 당위적인 소망은 주어져있지만 그것을 향한 간절한 기다림이 없는, 기다림 없는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온갖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지만, 어지간한 즐거움이 아니면 냉소하고마는 차가운 미소를 가진 세대입니다. 소로우는 "삶이 기다리는 것이라면 곁눈질하지 말고 기다리자"고 하였지요. 기다림 없는 세대를 보며, 저 역시 가끔은 그 기다림에의 의연함을 잃어버리거나 포기하고픈 욕심을 가질 때, 전 그때마다 목사님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목사님, 지난 심방 이후 우리 가정은 마음이 오래도록 좋지 못했습니다. 좌절감일까요. 아님, 마음의 소원을 끝내 저버리며 현실의 이기를 선택한 슬픔 때문이었을까요.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그리고 가까이 섬기고픈 마음의 소망이 진심임을 알고 있지만, 그 마음들 앞에 결국 서지 못하는 저희 약함 때문에, 마음이 오래도록 좋지 못했습니다. 한번 찾아뵙자, 그렇게 말해놓았지만 그 때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목사님을 가까이 모시고 싶었고, 예배를 통해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싶었고, 목사님의 책도 제 손으로 마무리 짓고 싶었지만, 이 모든 것을 포기한지 이제 몇 달이 지납니다. 책에 관하여는 더 이상 관여할 권한은 없지만, 소식은 챙겨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좋지 못하기때문이겠지요. 죄송합니다. 

지난 목요일 서울장신대에 갔다가 찬양 인도하던 자매가 다드림교회 청년이더군요. 돌아오는 길 내내 목사님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오랫만에 기도편지를 읽으며 가슴이 조금 열리는 듯하여, 메일 드립니다.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마음 편하게 찾아뵐 수 있도록 마음을 다독거려 놓겠습니다.목사님, 사모님, 아이들 모두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진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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