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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예언자 헨리 나우웬

내 기억에, 헨리 나우웬은 21세기를 목전에 둔 시점에 개신교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물론 그의 책은 저작권과 상관없이 가톨릭 출판사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출간되었지만). 두란노를 시작으로, IVP와 좋은씨앗 등이 그의 책을 '남김 없이' 출간했다. 가톨릭 사제의 책이 보수적인 개신교 독자들에게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출판사들도 놀랐을 것이다(개신교 진영에서 번역된 나우웬의 상당수의 책이 이미 가톨릭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했던 책이다). 그의 책 판매량이 정점에 달했을 때, 두란노는 을 출간하며 "헨리 나우웬은 보물입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그리고 그즈음 마이클 포드가 쓴 전기 (2003)이 두란노에서 출간되었다. 이 전기는 헨리 나우웬에 대한 가장 좋은 전기로 꼽힌다. 그러나 이 전기는 ..

기고_/etc_ 2014.10.01

마음까지 담아내는 사진

저 때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하게 하는 사진들이다. 우리와 잠시 떨어진 아이들을 돌보던 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이다. 어떤 사진은 우리의 가슴이 무엇인가를 더 헤아리게 한다. 저 사진을 찍는 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하고. 아이들의 행복을 담아내는 그 곡진한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 마음마저 살며시 웃음 짓게 되는 것이다.

霓至園_/rainbow_ 2014.07.31

담론과 서사의 빈곤으로 방황하는 기독교 출판 (기획회의 367호)

기획회의 367호_갈 길 잃은 종교서적 담론과 서사의 빈곤으로 방황하는 기독교 출판 김진형, 한솔수북 인문교양팀장 출판은 결국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욕망에 응답하는 것, 혹은 그 욕망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욕망에 응답하는 것과 욕망을 숙고하는 것,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출판이다. 편집자로서 난, 이 두 가지를 모두 욕망한다. 베스트셀러도 만들고 싶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도 만들고 싶다. 베스트셀러 중에 물론 좋은 책들이 있겠지만, 모든 좋은 책들이 베스트셀러는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안 되는 출판 경험으로 보건데,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을 찾는 독자들도 굳건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로부터 출판의 당위는 한껏 위로받는다. 기독교 출판계 대략의 흐름, 2000년대 이..

희망의 ‘그날’은 없다 (복음과상황, 20140417)

복음과상황(2014년 5월호)_“독서선집” 희망의 ‘그날’은 없다 ≪“살아가겠다”≫(고병권 지음│삶창 펴냄│2014년 1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철학과 배움, 투쟁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살아가겠다”는 사유의 본질이 된다. “철학자란 자기 삶으로 철학을 입증”하는 사람이다. 책에 갇힌 사유가 아니라, 길 위에서, 현장에서 입증되는 사유가 철학인 것이다. 하여, 이 책의 저자 고병권은 “길 위의 철학자”로 불린다. 책의 제목은 ≪“살아가겠다”≫이다. 따옴표가 붙은 이유는, 그것은 저자의 말이 아니라 어느 날 대한문 농성촌의 한 의자에 적혀 있던 누군가의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누군가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겠다”를 읊조리며 절망이 아닌 희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고병권..

세상에서 가장 옳은 질문이, 이제 막 주어졌다 (기획회의 364호)

기획회의(364호, 20130322)_출판사 서평 세상에서 가장 옳은 질문이, 이제 막 주어졌다 공부란 무엇인가 (이원석 지음|책담 펴냄|10,000원)이원석은 공부에 대한 오랜 통념을 전복하고 새로운 통찰을 시도한다. 바로 존재를 변혁하고 삶을 벼리고 우정을 도모하는 공부의 삶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행복은 공부 순이다. 이원석 선생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2월이었다. 당시 일하던 출판사는 해마다 독자들을 위한 독서와 글쓰기 워크숍인 ‘문서학교’를 열었고, 담당자였던 나는 이원석 선생을 ‘독서법-서평쓰기’ 강사로 초청하였다. 그는 여러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었는데, 텍스트에 대한 집요한 열정이 돋보이면서도 구도자적 지향을 성실히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실은, 그를 강사로 초청하는 데 내부의..

희망이란, 우리가 함께 머나먼 지평선의 반짝임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 (복음과상황, 140310)

복음과상황(2014년 4월호)_“독서선집” 희망이란, 우리가 함께 머나먼 지평선의 반짝임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 ≪사월의 미, 칠월의 솔≫(김연수 지음│문학동네 펴냄│2013년 11월) 소설가 김연수는 진실에 대한 탐구자다. 언젠가 그의 블로그에 쓴 독서일기를 모은 작은책 ≪김연수欄(란)≫이 있었는데(정식으로 출시되지는 않았다), 거기엔 이런 문장들로 가득하다. “진실이란,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것. 그러므로 인간이 말하지 못하는 부분에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다.”(160쪽) “진실은 버거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능력과 상관없이 진실은 거기 존재한다. 진실을 위해서라면 나는 지금의 나보다 좀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180-181쪽) 내가 김연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진실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엘리스

헤이리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엘리스"의 집입니다. 작가님의 그림은 우리를 매혹시킵니다. 나무의 결에 맞닿은 작가의 호흡은 하늘거리는 봄날 오후의 바람 같습니다.저와 아내도, 예지와 예서도 숨을 고르며 그림을 감상합니다. 특히 예지는 엘리스의 그림을 너무 좋아하지요. 오늘은 마침 엘리스가 계셨습니다.사진찍는 프랑스인 파스칼과 함께 사는 작가님은주로 프랑스와 인도에 계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그동안 벼르던 그림들을 몇 점 샀습니다. 이것은 제가 고른 작품은, 엘리스가 무척 아끼는 작품이라고 하시더군요.아내의 생일 선물입니다. 다음은 아내가 고른 작품입니다.예서는 저 소녀가 엄마라고 합니다.(ㅋ) 예지가 여러 작품을 두고 감상평을 내놓는 모습을 보더니엘리스 님이 무척 좋아하..

視線_ 2014.02.15

내가 김연수를 좋아하는 이유

그의 최고의 책, 이란 수사는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최근 어떤 책을 블로그에 추천했는데 그 책의 출판사 카피가 그랬다. "그의 최고의 책". 충분히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하나 정말 그런가, 의문이다. 그의 대표작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면서 새로운 책에 그 수사를 붙인 것은 자신감인가, 무모함인가. 그 어느 쪽이라 할지라도 경솔하다는 생각이다. 그 다급한 마음이야 왜 모를까 마는. 어떤 작가의 최신작이 언제나(또는 대부분)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때, 그것은 그에 대한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내겐 '소설가 김연수'가 그렇다. 그의 대표작은 아직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기대한다. 그래서 이번 "복상"엔 '그의 최고의 책'이란 카피가 붙은 어떤 책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김연수의 소설집을 소개했다. 수년 간..

view_/책_ 2014.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