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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 방랑의 세월을 딛고 다시 귀향한 율리시스처럼

방랑의 세월을 딛고 다시 귀향한 율리시스처럼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감독|출연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서늘한 우수가 깃든 겨울의 거리를 전전하는 르윈의 노래가, 모두가 잠든 밤을 서성이는 내게 깊고 굳건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잠 못 이루는 수백 가지의 이유를 위무하는 코엔 형제의 영화는 이번에도 신비롭다. 친구를 잃은 빈자리는 얼마나 고단했을까. 사랑을 앓되 찌질한 고백으로만 말을 건넬 줄 아는 한 사내의 애수는 얼마나 아득한 것이었을까. 서글퍼 울 것 같았던 그 자리에서 코엔 형제의 서사는 삶의 임계점을 거스른다. 끈질기게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의 서사는, 모든 것을 포기할 것만 같았던 바로 그즈음에서 변주된다...

view_/영화_ 2015.01.26

<월간 퀸> 인터뷰

인터뷰_2015년 2월호 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른 살부터 출판사에서 일하기 시작하였고 첫 직장에서 삼십 대를 보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직장인 책담에서 일하고 있지요. 첫 직장에서 맡았던 업무 중 하나가 독서와 글쓰기 운동이었어요. ‘문서학교’를 맡아 독서와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였고 여러 대학과 교회 등에서 독서 강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문서운동가’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요. 그 출판사를 그만두고 “예지원”(http://soli0211.tistory.com)이라는 블로그를 열었어요. 그간 썼던 서평과 에세이 등을 모았지요. 지금 다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지만, 저의 정체성은 ‘문서운동가’에 여전히 가까운 것 같아요. 세상엔 너무 많은 책들이 존재하고 지금도 태어나지만, ..

기고_/etc_ 2015.01.13

2014년 나의 책 나의 저자

2014년 나의 책 나의 저자 나의 책들의 자리에, 내 오랜 고독이 있었을 것이다. 고립과 연대의 사이에서 길을 잠시 잃었지만, 굳건한 텍스트들 덕분에 마음이 놓인다. 앞으론 좀더 느리게 읽어야겠다고 다독인다. 그리하여 읽는 만큼 전진하자고 다짐한다. 나의 책들과 나의 저자들에게 최선의 찬사를 보내며. 요약 인문/사회/예술 부문 10권의 책 살아가겠다모멸감그의 슬픔과 기쁨복음의 기쁨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뉴스의 시대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정희진처럼 읽기변증법의 낮잠 문학 부문 10권의 책 불안의 서소년이 온다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고백의 형식들어둠 속의 시끝나지 않은 대화여자 없는 남자들눈 먼 자들의 국가정확한 사랑의 실험플래너리 오코너 나의 저자 신형철윤태영 1. 2014..

view_/책_ 2015.01.06

2014년, 올해의 책_기독교

"2014, 올해의 책_기독교" 선정의 변 기독교의 한 매체로부터 "2014 올해의 책" 선정을 의뢰받아 작성한 원고입니다. '올해의 책'을 두 권 선정하고, 각 분야별 추천 도서를 2권씩 추천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 그 매체는 부문병 후보 목록을 주었는데, 일부 분야는 후보에 없는 책을 선정했습니다(예를 들면, 기독교 문학 분야에선 ≪플래너리 오코너≫를 선정했지요). ★ 출판사 균형을 요청받았지만, 저로선 출판사 안배를 고려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므로... 출판사 균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그래서 결국 제 추천 목록에는 출판사 편중이 무지 심합니다. 저의 편향성이 반영되었으므로 어쩔 수 없겠지요). ★ 물론, 제가 읽거나, 최소한 만져 본 책으로만 선정했으므로, 제가 접하지 못한 ..

view_/책_ 2014.12.19

다시, 책의 희망을 묻다(‘연재’의 맺음말, 혹은 ‘그럼에도 책 읽기’의 서문)

"복음과상황"에 2013년 2월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모두 20편의 서평을 통해 28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중간에 바쁘다는 핑계로 두 달에 한 번 연재로 바꾼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바쁘다는 것은 핑계였고, 글을 쓸 마음의 여백이 사라졌기 때문이었지요(바쁘다는 것과 삶의 여백이 없다는 것의 상관관계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지난여름부터 연재를 그만두어야 하는 때를 생각했고, 결국 11월호가 마지막 연재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고정 연재하던 매체는 이제 없네요. 이 글은 몇몇 곳에서 했던 강의 제목이기도 했고, 모 출판사에서 제안받았던 책의 서문으로 썼던 것입니다. 원고지 50매 정도가 되는 글을 1/3로 줄인 것이지요. 그래서 부제가 "'연재'의 맺음말, 혹은 '그럼에도 책 읽기'의 서문"입니다...

<정희진처럼 읽기> 단상

(정희진|교양인|2014) 단상 1. 여성학자로서의 정희진은 물론, ‘을’이라는 현실의 비참함을 살아가는, 그러나 노동자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는 정희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유독 반갑다. 2. 로버트 서먼은 평화를 여성의 본성이라고 말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란 전쟁이 억제된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인 정의의 결과라고 말했다. 정희진의 책 읽기에서 일관되게 강조되는 평화의 관점은 이 두 가지를 정확히 충족시킨다. 3. 정희진은 망명자이거나 디아스포라적 존재로서 투쟁한다. 4. 그는 어쩌면 지독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겠다.5. 컨텍스트를 위해 텍스트를 소비하는 어떤 운동가들과는 달리, 정희진은 텍스트, 그 자체를 향한 성실한 연구자다.6. “본질적인 나는 없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나다”라는 선언과 독서를..

카테고리 없음 2014.10.14

‘죽음 자’의 희망 앞에 선 ‘산 자’의 절망 (복음과상황, 140913)

복음과상황(2014년 9월호)_“독서선집” ‘죽음 자’의 희망 앞에 선 ‘산 자’의 절망 ≪그의 슬픔과 기쁨≫(정혜윤 지음│후마니타스 펴냄│2014년 4월) 2009년 1월 9일,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신차 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자신들의 퇴직금을 담보로 1천억 원을 출자하겠다고 했고, 임금과 복지 삭감을 받겠다고 했고, 순환 무급 휴직도 먼저 제시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하나였다. 고용을 보장해 달라는 것. 그러나 회사는 해고를 강행했다.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해고자 명단에 오른 자들은 ‘죽은 자’로 불렸다. ‘죽은 자’들과, 그리고 동료들을 버리지 못해 함께 파업에 동참했던 소수의 ‘산 자’가 있었다(옥쇄파업 결행했..

낙하의 삶

와우북도, 북소리 없는 연휴를 보냈다. 인제 내린천 계곡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과 꿈 같은 가을을 보냈고, 주일 예배에선 가슴을 뜨겁게 아우르는 환희와 분노를 만났다. 여행 중에 읽을 책을 습관처럼 두어 권 챙겼으나 꺼내지 않았으며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텍스트는 내내 그곳에 있었으니까. 읽을 필요가 없는, 보고 느끼고 누리면 되는, 그것으로도 흡족한 풍요로운 텍스트가 있었으니까. 책의 당위를 말하고 다니던 시절에 부끄러움이 스치는 요즘이다. 그리고 다시 출근길 읽은 책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한강, , 169쪽) '가혹'이란 단어에서 "nothing is as mysterious ..

視線_ 201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