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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에게 추천하는 2014년 1월 둘째 주 신간

Y에게, 움베르트 에코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어. "사실 문학 작품들은 단지 절반만 비물질적입니다."라고. 무슨 말이냐고? 문학은, 그리고 모든 책의 가치는 절반의 사유와 절반의 물질성에 달려있다는 것이지. 책이라는 물성은 사유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고, 그 사유를 간직하게 되는 추억이 되기도 해. 에코는 이렇게도 부연해. "물론 나는 종이책의 접힌 모서리나 주름진 자국까지 기억하지요." 그래서 나도 (짐짓 에코의 흉내를 내며) 늘 이렇게 말하지. 책을 머리로만 읽지 말고 몸으로 읽으라고. 몸으로 익힌 것은 평생 기억한다고. 그래서 줄도 긋고, 모서리도 접고, 소리 내어 읽고, 읽어주고, 옮겨 쓰고, 그렇게 살라고. 몸에다가 그 사유를 담으라는 거지. 그리하여 책은 모름지기 누군가의 사연이 되어야 한..

view_/책_ 2014.01.11

2013년 나의 책 나의 저자

2013년 나의 책 나의 저자 내가 읽은 것은 빙산의 일각이며 그 편향성은 지극한 까닭에 선정 기준은 대단히 불공정하다. 나날이 '좋은 책'에 대한 확신은 무너지고 있기에 더욱 신뢰할 것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나의 책'들을 헤아려 본다. 그 텍스트의 자리에 나의 삶이 있었고 아직 이루지 못한 나의 사유가 있었으므로, 진심을 담아 최선의 찬사를 보낸다. 나의 책들에게.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출간된 책 중 인문사회, 문학 분야는 각 10권씩의 책을, 기독교 분야는 7권의 책을 뽑았습니다. 출간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요약 인문사회 분야 10권의 책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그대, 강정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을린 예술 사랑은 왜 아픈가 거대한 사기극 ..

view_/책_ 2013.12.31

위태로운 경계를 걷는 이들의 위로 (복음과상황, 131210)

복음과상황(2014년 1월호)_“독서선집” 위태로운 경계를 걷는 이들의 위로 ≪다른 길이 있다≫(김두식 지음│한겨레출판 펴냄│2013년) 루쉰의 소설 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소설 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세상에 만약 정말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그래도 있다면, 우선 감히 말하고, 감히 울고, 감히 노하고, 감히 욕하고, 감히 싸우며 이 저주스러운 곳에서 저주스러운 시대를 물리쳐야 할 것이다."(이상, , 을유문화사, 2008)김두식과 ‘그의 인터뷰이’를 따라 걷는 내내,..

<관능적인 삶> 출간 기념 북토크 후기

★ 서평은 여기에 있습니다_ http://soli0211.tistory.com/486 출간 기념 북토크 후기 2013년 12월 17일 스폰지하우스_ 1. 진행자 김두식 교수는 처음부터 살짝 소외되었다. 이서희 작가와 민규동 감독의 은밀한 우정 때문이다. 이서희 작가는 민규동 감독의 이름을 풀이하며, 곁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 같은 존재라고 하였다. 멋졌다. 김두식 교수는 살짝 소외되었으나, 그 소외를 즐겼을 것이다. 어떤 기쁨은 자신의 소외됨을 기꺼이 허락한다. 2. 김두식 교수와 이서희 작가는 ‘페친’이란다. 김두식 교수는 그를 둘러싼 '페이스북 현상’에 주목하였고, 강렬한 매혹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흔쾌히 진행 요청을 받아들였단다. 이서희 작가의 북토크 진행을 한다고 했더니 주위 사람들이 40년 ..

view_/책_ 2013.12.18

호모북커스에서 추천한 올해의 책 5

호모북커스에서 추천한 올해의 책 5 지난 토요일 송년 모임에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총 10권의 책을 추천했고 그중 5권의 책을 소개했죠(5권은 주최측에서 골랐고, 나머지 5권은... 비밀!ㅋ). 제가 소개한 5권의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안희경 지음|오마이북 펴냄) 인터뷰어 안희경은 한국인의 지평에서 민주주의, 정치, 사회, 교육, 환경생태, 여성의 문제를 질문하고, 인터뷰이였던 세계의 석학들은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자본의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맞서 지켜내던 공동선(共同善)의 가치에 대해 답변하였다. 그리고 그 두 지평이 만나는 지점에, 하나의 생각이 온갖 난해한 절망을 딛고 다시금 희망을 추동한다. 2013년 첫번..

view_/책_ 2013.12.16

‘강철로 된 그 문’을 여는 사람, C. S. 루이스 (복음과상황, 131110)

복음과상황(2013년 12월호)_“독서선집” ‘강철로 된 그 문’을 여는 사람, C. S. 루이스(C. S. 루이스 지음│홍종락 옮김│홍성사 펴냄│2013년)(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홍종락 옮김│복있는사람 펴냄│2013년) 친애하는 벗 루이스, 이 글은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에 대한 답장입니다. 이 책은 월터 후퍼가 편집한 3부작에서 385통의 편지를 발췌한 것입니다. 당신의 오랜 벗이었던 아서 그리브즈, 친형 워렌 루이스 등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수신인이었지만, 저는 이 ‘모든’ 편지들을 당신이 저에게 쓴 편지로 읽었습니다. 예의와 품위가 깃든 여러 조언과 변증은 하나의 표상으로, 은밀함을 담보한 우정은 자긍심으로 남았습니다. 슬픔을 관조하듯 담담히 써 내려간 대목은, 벗으로서(벗이기에!) 참으로 ..

알라딘 올해의 책 10

알라딘 올해의 책에 10권의 책을 투표함 알라딘은 '올해의 책'을 뽑는 방식이 좀 다르다. 자신이 직접 구입한 도서 중에서 10권의 도서를 뽑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간단한 추천의 이유를 쓰란다. 난 알라딘이 아니라 서점에 직접 나가 책을 사는 경우가 절반은 되어서 공평하진 않으나 이런 방식, 나름 마음에 든다. 올해 내가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은 102권, 그중 10권의 책을 뽑았다. 죄와 속죄의 저편 장 아메리 지음|안미현 옮김|도서출판 길 펴냄값싼 용서가 치루어야 하는 댓가는 자명하다. 제대로 죄값을 치루지 않은 그들은 다시 권력을 쥐고 세상을 호령한다. 반복되는 비극이다. 지금 우리가 그러하지 않은가.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지음|아포리즘 펴냄 정치인 유시민이 아니어서 욕할 이유가 소멸했다. 지식소..

view_/책_ 2013.12.02

'관능'의 습격에 관한 소고

'관능'의 습격에 관한 소고 (이서희 지음|그책 펴냄|2013년 11월) 시인 김소연은 '근거를 찾아 나선 상태'를 "홀림"으로, '근거를 아직 찾지 못해 불안정한 상태'를 "반하다"로, '근거들의 수집이 충분히 진행된 상태'를 "매혹"으로 정의한다(, 123쪽).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한 매혹은 합당하다. 감각을 한껏 자극하는 미려한 문장들이 그 첫째 이유다. 문장들에 스민 삶의 서사는 독자의 가슴을 도발하여 흔들어 놓는다. 그리하여 요동친 존재는 비로소 삶의 의미를 체득한다. 이른바 '관능'의 습격이다. 미셀 푸코는 성(Sex) 문제를 사회적 권력의 지배 관계로 고찰한다. 지배 권력은 '합법과 비합법, 허용과 금지'의 통치 기제로 성을 통치하려 한다. 성은 근원적 욕망의 문제인 까닭에, 사회적 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