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에게, 움베르트 에코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어. "사실 문학 작품들은 단지 절반만 비물질적입니다."라고. 무슨 말이냐고? 문학은, 그리고 모든 책의 가치는 절반의 사유와 절반의 물질성에 달려있다는 것이지. 책이라는 물성은 사유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고, 그 사유를 간직하게 되는 추억이 되기도 해. 에코는 이렇게도 부연해. "물론 나는 종이책의 접힌 모서리나 주름진 자국까지 기억하지요." 그래서 나도 (짐짓 에코의 흉내를 내며) 늘 이렇게 말하지. 책을 머리로만 읽지 말고 몸으로 읽으라고. 몸으로 익힌 것은 평생 기억한다고. 그래서 줄도 긋고, 모서리도 접고, 소리 내어 읽고, 읽어주고, 옮겨 쓰고, 그렇게 살라고. 몸에다가 그 사유를 담으라는 거지. 그리하여 책은 모름지기 누군가의 사연이 되어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