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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양동

지난 주에 아내 순일의 고향집 양동에 다녀왔습니다. 아내가 자란 집, 가난과 힘겨움의 흔적이 깊게 새겨진 곳이지만아이들은 이곳을 참 좋아합니다.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맞았다가눈물로 작별 인사를 건네는 외할머니, 지천에 널린 푸른 생명들과 옆집 소, 송아지들, 동네에 하나뿐인 조그만 구멍가게, 겨울이면 눈썰매장으로 바뀌는 논두렁, 여름이면 충분히 훌륭한 물놀이터 냇가,맑고 높은 푸른 하늘, 쏟아질 것 같은 별빛 가득한 밤하늘. 아이들이 이곳을 '고향'으로 간직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아이폰으로 찍은 몇 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옮겨 놓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들려드릴 노래를 연습 중인 예지. 곡명은 "햇님 사랑".

霓至園_/rainbow_ 2013.07.25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뉴스앤조이, 130724)

★뉴스앤조이에 기고한 글입니다(link).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서평] 발칙하고 괘씸한 결혼 이야기 부제가 "와서 보라! 우리의 결혼을!"이다. 발칙하다. 살짝 마음이 상한다. 나도 그런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결혼하기 전, 결혼에 관한 각종 책을 섭렵했고, 무도한 권위를 휘두르던 선배들을 보며 남자의 반성문을 가슴속에 대필했고,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뭇 여성들로 인해 충분히 분노했으니까. 거기다 자매를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결혼예비학교"란 것도 이수했다. 하여, 나의 결혼 생활은 행복할 뿐만 아니라, 연인들의 교범이 될 것이며, 나의 일상은 아내의 칭찬으로 채워져야 마땅했다. 그래서 나도 "와서 보라! 우리의 결혼을!"이라고 외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서평에서 빠진 부분

서평에서 빠진 부분 "이런 동맹도 좋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나키즘이 우선이야. 그 위대한 사상 때문에 우리 같이 힘 없는 사람들도 자유를 만끽할 수 있잖아. 그러니깐 그 신발이 있든 없든, 진짜 부적은 바로 우리의 정신과 이 신조 속에 있어. '신도, 조국도, 주인도 없다!'"(57쪽) 주인공 안토니오와 더불어 '납탄동맹'이라는 아나키스트 연대를 이루던 날 나누던 대화다. 여기에서 '신발'은 전설적인 아나키스트로 스페인 공화정 시대를 이끌었던 부에나벤투라 두루티의 신발을 말한다. 안토니오의 친구 중 하나가 '두루티의 신발'을 득템하여 나중에 안토니오에게 선물한다. '두루티의 신발'은 아나키스트적 열망을 향한 어떤 승리의 의식과도 같다. 두루티는, 내 기억이 맞다면, 스페인 내전이 시작될 즈음 생을 마감..

90세 한 노인의 투신을 희망이라 부르는 까닭 (오마이뉴스, 130723)

★ 이달의 당선작(리뷰)_2013년 7월★ 선정작_2013년 7월★오마이뉴스에 37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90세 한 노인의 투신을 희망이라 부르는 까닭[서평] 스페인 만화대상 수상작 ⓒ 길찾기 그가 처음부터 아나키스트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독한 가난에 포위된 채, 폭력으로 억누르며 생존의 당위만 강조하던 아버지와 형제들, 담을 쌓아 경계를 나누며 서로를 증오하고 탐하던 이웃들 사이에서, 그는 "모름지기 사람은 인류 외에 다른 고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욕망은 곧 절망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고향 페나블로를 떠날 결심을 한다. 그가 떠나고자 했던 것은 고향이 아니라, 온갖 야만과 폭력의 현장이었을 것이다. 이 책 은 평생 아나키스트로 살았던, 아니 그렇게 살고자 갈망했던 안토니..

아이들을 위한 시 (도종환)

아이들을 위한 시 도종환 이 아이들의 가슴 속에 무슨 꽃이 피고 어떤 나무가 자라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이 아이들이 좋다 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어떤 바람이 불고 어떤 구름이 지나가고 있는지 나는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안아주고 싶다 작고 죄 없는 이 아이를 이 여윈 아이들의 깊은 곳에 어떤 하느님이 계시고 어떤 기도가 흘러나왔는지 나는 듣지 못하였다 그래도 나는 바란다 눈동자가 까만 이 아이들의 기도가 이루어지길 서귀포 모래밭 순비기꽃보다 더 순한 빛깔이 그들에게서 나오고 천년을 사는 사오댄 나무보다 더 오래가는 생명이 그들에게서 시작되므로

scrap_ 2013.07.17

앞니 빠진 예지

예지의 4,5번째 이빨 빠진 날을 기념하여... 앞니 빠진 예지, 쫌 귀엽습니다.^^ 그리고 친애하는 '심하나' 언니 포즈로. 사진 찍는 누나를 뒤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예서 군이 갑자기 누나를 가로막습니다.그리고 포즈를 취합니다. 무심한 표정의 상남자 예서. 참고로 예지 첫 번째 이빨 빠진 날, 이땐 어찌나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 부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빨 빠진 날, 이때부턴 이빨 빠진 걸 자랑스러워 하지요. 언니가 되어가는 증표랄까!

霓至園_/rainbow_ 2013.07.15

삶에 대한 곡진한 헌사, 박총의 신간

책에 대한 헌사인줄 알았는데, 삶에 대한 곡진한 헌사더라. 텍스트를 따라 눈길만 주었을 뿐인데, 어느새 그의 삶을 따라 걷고 있더라. 그러다 보면 갈피마다 잘 말려놓은 듯한 이름 모를 꽃잎, 풀잎들이 덩달아 나의 삶에도 움트더라. 달큼한 향기가, 초록빛 흥겨움이 움튼다. 김현진의 말대로 '이번에도 박총답다'. 그리하여 '박총'다움에 일조한 책들이 도리어 수지맞았더라.

view_/책_ 2013.07.13

[미생] 회사를 그만 둔다는 것

142수(link)를 보다 가슴이 조금 아팠다. 퇴사하기 1년 6개월 전, 난 안식월을 시작하며 이직을 '고민'할 것이라고 회사에 말했다. 오란 곳이 두어 군데 있었다. 회사에 먼저 말하고 만나는 것이 좋을 듯했다. 난 그것이 신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안식월 휴가 도중에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조기에 복귀해야 했다. 회사는 어려웠고, 남아야 했다. 그런데 복귀하는 날, 따끔한 질책을 받았다. 내가 다른 회사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단다. 그럴 것 같아 미리 말한 것이었는데. 다시 열심히 일했다. 난 원래 이성보다 감성지수가 높고 이상을 쫓던 사람이었는데, 어느덧 조직에선 꽤나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10년을 보낸 직장이었다. 팀원 두 명이 차례로 퇴사했다. 과정이 좋지 못했고, 난 심한 ..

view_/책_ 201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