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76

그대, 희망의 길벗이 되십시오 (빛과소금, 130707)

★ 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예지’는 지금 일곱 살인 저의 첫째 딸 이름입니다. 훗날 ‘청년 예지’에게 전하고 싶은 일상 영성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그대, 희망의 길벗이 되십시오 스무 살 예지에게, 오직 가진 것이라곤 상상력뿐인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깨닫기 전부터 이미 고아였던 아이, 부모를 잃은 상실의 아픔을 타고난 아이, 너무 어린 나이에 삶의 고독과 고단함을 알아버린 아이… 그 때문이었을까요? 아이는, 스쳐 지나는 보잘것없는 사물과 풍경 하나하나에 이름을 부여하고 상상을 덧붙여 온갖 희망을 재잘거립니다. 그 재잘거림에 어떤 사람들은 좀 모자란 아이로 여기기도 하고, 또 어떤 어른은 고아라서 그런다고 윽박지르기도 합니다. 고아인 그 아이는, 못생기고 주근깨 투성인 데다가 머리마..

‘약탈 본능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일그러진 경제학 (오마이뉴스, 130705)

★오마이뉴스에 36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섹스와 같은 퇴행적 비즈니스의 탄생, 문제는..."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약탈 본능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일그러진 경제학[인터뷰] 를 펴낸 김운회 교수 김운회 교수는 (2004), (2006), (2010), (2012) 등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고대사 연구에 매진했으며, 뜨거운 역사 논쟁을 촉발시켰다. 그는 민족사적 기원을 한반도 영역에 가두는 것을 거부하며 에 경도된 '짝퉁 중화주의'를 폭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반면 주류 역사학계는 김 교수가 극단적인 국가-민족주의적 주장을 한다며 폄하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본주의 경제학의 문제를 다룬 라는 도발적 화두를 들고 돌아왔다. 재야 사학자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김 교수의 전공은 경제학이니 ..

[강의안] 책 읽기, 그 즐거운 열정에 대하여

★이번엔 '독서' 강의안을 공유합니다. 오늘 공유하는 것은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두 가지 버전의 강의안과 '부록'입니다. IVFer를 대상으로 한 것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강의는 '개론'에 가깝습니다. 강의할 때, 늘 그런 이야기를 했죠. "저는 강의의 질로 승부하지 아니하고, 강의안의 두께와 책 선물로 승부합니다.(^^)" 실제로 부록까지 합친 강의안은 상당히 두꺼웠고, 책을 한아름 싸들고 다녔습니다. 제가 만난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대학생들이었기 때문에, 보통 그들이 준비하는 강의 사례만큼, 혹은 그 이상 좋은 책을 가급적 많이 준비해서 나눠주고는 했습니다(하지만 최근엔 가난한 프리랜서로 전락한 이후, 그러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 가득입니다). 돌이켜 보면, 저에게 독서 강의는 일종의 ..

view_/문서운동_ 2013.07.02

"하루는 귀한 일생입니다" (빛과소금, 130605)

★ 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예지’는 지금 일곱 살인 저의 첫째 딸 이름입니다. 훗날 ‘청년 예지’에게 전하고 싶은 일상 영성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앞으로 우정, 사랑, 상처, 교회, 공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쓸 예정입니다. "하루는 귀한 일생입니다" 스무 살 예지에게, 몇 해 전, 아내에게 장미선인장을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조금씩 시들더니 목숨을 다했지요. 아니, 그렇게 보였어요. 그런데 올해 봄이 시작하던 즈음, 아내가 베란다 창틀에서 새끼손가락 손톱 만한 장미선인장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장미선인장 화분이 놓여 있던 자리, 어미에게서 떨궈진 생명이었을 것입니다. 일 년 넘게, 겨우내 겨울바람에 맞서 살아난 생명이었습니다. 아내가 조그마한 유리 찻잔에..

'가난의 시대'를 의연하고 우아하게 사는 법

'가난의 시대'를 의연하고 우아하게 사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김인순 옮김|필로소픽 펴냄|2013년) 강준만 교수는 갑을관계의 역사가 조선 시대 관존민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고찰하며, 그 역사는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된다고 말했다. ‘을’은 군림하는 ‘갑’의 비위를 맞추며 호시탐탐 ‘갑’의 자리를 탐하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갑’은 신자유주의의 동력을 돋구며 더욱 야멸찬 승자독식사회를 굳건히 한다. “88만원 세대”라는 조어는 현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고 있으며, IMF 이후 중장년들은 언제 물러날지 모를 직장을 조바심 내며 사수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그런데,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라니, ‘우아하게 가난을 과시하면서 쿨하게 부자들을 경멸하는 법’이라는..

기고_/CTK_ 2013.06.29

위태롭다, 그런데 그것이 희망이란다 (복음과상황, 130605)

복음과상황(2013년 7월호)_“독서선집” 위태롭다, 그런데 그것이 희망이란다 삶은 위태롭다. 의연하고 돌올했던 명분들과 날선 마음의 결기가 이리 쉽게 무너질지 몰랐다. 몸살을 앓았다. 몸살이란 영혼의 슬픔을 감당하는 육신의 고뇌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민낯은 대체로 초라하고, 가슴은 대체로 서럽다. 저마다의 울음을 간직한 책(혹은 외면한 채) 살아가다 어느 순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직면하고 나서야, 추락을 경험하고 나서야, 격동에 처하고 나서야 자신의 비루함을 받아들인다. 정미경의 네 번째 소설집 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들, 일곱 명의 주인공들은 어떤 사연에 휘말리며 겹겹이 싸두었던 자신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하나같이 아프고 어둡고 쓸쓸하고 막막하고도 불안하다”(작가의 말, 280쪽..

<옥중연서> 읽기 전 단상

디트리히 본회퍼,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 지음|정현숙 옮김|복있는사람 펴냄|2013년 5월 타자를 위한 존재란, 그 자신을 던짐으로 완성된다. 그리하여 오직 의미로만 존재해야 하는 숙명을 기꺼이 수용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통념은, 그 숙명 앞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한 '본회퍼 선집'이 '전집'이 아니어서 아쉬웠고, 특히 연인 마리아와 주고받은 서신집이 빠져서 더욱 아쉬웠던 차에, 이번에 복있는사람에서 이 서신집을 란 애틋한 이름으로 출간하였다. 두어 달 전에 박종현 대표를 뵈었을 때, 이 책과 에버하르트 베트게의 본회퍼 전기 완연본의 원서를 보여주며 흐뭇해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정성스런 마음으로 책도 잘 만든 것 같다. 소박한 겉표지를 들어내면 본회퍼가..

view_/책_ 2013.06.26

'소나기학교'가 있어야 할 자리 (오마이뉴스, 130619)

★오마이뉴스에 35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담배셔틀', 내 아이는 아니라고 확신합니까?"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소나기학교'가 있어야 할 자리[서평] (SBS스페셜 제작팀 지음 | 프롬북스 펴냄 | 2013년 5월) 어머니는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았으나 결연한 말투와 눈빛에는 짙은 고통이 어른거렸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될 동안 제가 몰랐었잖아요"로 시작하는 어머니의 고백은 죄책과 회한의 슬픔이 묻어났고, "제가 가톨릭 신자인데 하느님이 저를 이렇게 쓰시려고 제 아들을 보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로 끝나는 마지막 문장에선 어떤 숭고한 소명까지 헤아릴 수 있었다. 자신의 생명보다 귀한 아들을 잃은 고통, 죽음 같은 슬픔 그리고 이런 지독한 비극에 맞선 결연한 소명, 인터뷰에 응하던 승민이의 어..

민감하고 위험한 곳에서 자라는 '사진이라는 꽃' (오마이뉴스, 130617)

★ 이달의 당선작(리뷰)_2013년 6월★ 선정작_2013년 6월★오마이뉴스에 34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그대, 이제 몸통을 향해 돌진해야 할 때"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이란 얄궂은 제목을, "민감하고 위험한 곳에서 자라는 사진이라는 꽃"이란 제목으로 바꿔봅니다. 사진도 먹먹하지만, 글은 더욱 아프게 읽히고, 작가의 마음은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저를 몹시 부끄럽게 합니다. 이 책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민감하고 위험한 곳에서 자라는 '사진이라는 꽃'[서평] 노순택의 사진 에세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진이 범람하는 시대다. 좋은 사진기는 어지간한 구도만 확보되면 꽤 매력적인 사진을 보장한다. 실패한 사진도 포토샵 등으로 어느 정도 만지면 매끈한 사진으로 변모한다. 사진은 현실을 보존하는 것으로 만..

[강의안] 글쓰기, 그 무모한 용기에 대한 서론

★전 직장에서 "문서학교"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주로 캠퍼스 학생들 대상으로 독서와 글쓰기 관련 강의를 꽤 하였습니다. 엄밀히 말해, 독서라면 모르겠으나 글쓰기는 제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없지요. 무엇보다 제 글솜씨가 미천하니까요. 그럼에도 강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어 무모하고도 뻔뻔한 용기를 감행하곤 했습니다. 몇몇 분들이 요청하셔서 지난달 장신대 신대원에서 했던 강의안을 '고심 끝에' 올려놓습니다. 이 강의는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특화된 것입니다. 보통 글쓰기는 2회, 또는 3회 연속 강의로 진행했고, 이 강의안은 '서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 되면 풀 스크립트로도 만들어 올려놓겠습니다.

view_/문서운동_ 201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