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연서>
디트리히 본회퍼,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 지음|정현숙 옮김|복있는사람 펴냄|2013년 5월
타자를 위한 존재란, 그 자신을 던짐으로 완성된다. 그리하여 오직 의미로만 존재해야 하는 숙명을 기꺼이 수용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통념은, 그 숙명 앞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한 '본회퍼 선집'이 '전집'이 아니어서 아쉬웠고, 특히 연인 마리아와 주고받은 서신집이 빠져서 더욱 아쉬웠던 차에, 이번에 복있는사람에서 이 서신집을 <옥중연서>란 애틋한 이름으로 출간하였다. 두어 달 전에 박종현 대표를 뵈었을 때, 이 책과 에버하르트 베트게의 본회퍼 전기 완연본의 원서를 보여주며 흐뭇해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정성스런 마음으로 책도 잘 만든 것 같다. 소박한 겉표지를 들어내면 본회퍼가 갇혔던 테겔 형무소 10호실 감방이 드러난다. 애틋함은 처연함으로 추락하지만, 그들의 연서는 돌연 세상이 넘볼 수 없는 낭만에 이른다. 본회퍼의 단단한 신학은 어떤 사랑의 언어를 감행할 것인가,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이제 읽기 시작이다. 아, 너무 빨리 읽지 말아야지, 벌써부터 달려가는 마음을 다잡으며.
페이스북, 2013년 6월 22일
'view_ > 책_'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사롭지 않은 겨울의 시작 (0) | 2013.11.21 |
---|---|
[알라딘] 7월의 주목 신간, <은둔자>에서 <살인자의 기억법>까지 (0) | 2013.08.03 |
삶에 대한 곡진한 헌사, 박총의 신간 (0) | 2013.07.13 |
심보선과 가오싱젠 (0) | 2013.07.13 |
[미생] 회사를 그만 둔다는 것 (1) | 2013.07.09 |
인노첸티의 <빨간모자>를 통해 본 아동 성폭력 문제(서천석) (0) | 2013.06.14 |
"공부의 삶" 너머 "공부의 길" (1) | 2013.04.09 |
알렙출판사의 조영남 대표 (0) | 2013.03.16 |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관련 수경 님과 주고받은 글 (0) | 2013.02.23 |
헌책방 "숨어 있는 책"에 가다 (2) | 2013.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