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숨어 있는 책"에 가다

동교동 삼거리에 있는 "복음과상황"에 들렸다가 헌책방 "숨어 있는 책"로 향한다. 번화한 신촌 거리를 조금 벗어난 동교동 한 골목 위태로운 자리에 "숨어 있는 책"이 있다. 마침 사진기도 있어서, 사장님의 허락을 받고 사진도 찍었다. 여러 헌책방에 다녀 봤지만, 주제 분류도 잘되어 있고, 곳곳에 좋은 책들이 숨어 있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출판사를 다녔던 사장님의 안목, 무엇보다 책에 대한 그분의 진심이 잘 담겨 있다. 

지하로 옮긴지가 꽤 되었다. 헌책방 중에서도 나름의 경쟁력 때문에, 이곳은 괜찮을지 알았다. 그런데 사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기도 요즘은 좀 힘들단다. 부디, 살아남으시길, 그래서 사연이 있는 책들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잘 흘러보내는 곳으로 언제까지나 남아주시길 바란다. 

현관을 지나 지하에 들어서는 계단, 이곳도 빼곡하게 책으로 채워져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첫 번째로 맞이하는 책장. 신간 위주로 꽂혀있다. 

헌책방에도 책도둑은 출몰한다. 헌책방의 책도둑은 치졸하여 가엾다.

매장은 꽤 넓다. 큰서가와 작은서가가 오밀조밀 바특히 놓여 있다. 

주제별 서가 위치와 동선이 꽤나 치밀하다. 이곳이야말로 "문사철" 인문학의 충만한 보고다. 

서가에는 간혹 신간도 찾을 수 있고, 오래 찾던, 얼마전 눈여겨 보았던 책들도 만날 수 있다. 

신미식 작가의 사진집이다. 작가의 사진이 날로 깊어지되 그 메시지는 명징하다. 

정가 18000원, 여기선 9000원이다. 

김화영 선생은 번역자로서, 작가로서, 강연자로서 참 좋아하는 분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라도 쉽게 지나치기 힘들어 고이 다듬어 촉감을 익힌다. 

나의 문학 선생, 김현. 

서가 옆에도 책들이 쌓여 있다. 미처 서가에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된다. 

의외로 이런 곳에 내가 찾던 책이 숨어 있으니까.

원서 뿐만 아니라, 독일서, 불어, 스페인어로 된 책들도 제법 있다. 

준고서라 할 만한 책들도 있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주요 계간지, 동인지, 잡지들의 창간호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들 중엔 이미 사라진 것들이 많다. 역사가 된 책들, 책은 사라져도 치열했던 저들의 역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와 다니엘 바렌보임과의 대담집 <평행과 역설>이다. 이젠 사라진 생각의나무에서 2003년에 펴낸 책으로, 최근에 마티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내용도 좋지만, 생각의나무에서 만든 저 판형이 더 마음에 든다. 너무 예쁜 책. 책의 내용 뿐만 아니라, 책의 물성도 어여쁘다. 오랜만에 만난 책 앞에 한참을 서성이며 어루만졌다. 

나에게 여성에 대한 최초의 인식이 되어주었던 고마운 책, 아우구스트 베벨의 <여성론>. 

정운영, 아, 정운영!

"그날이 오면"에서 "숨어 있는 책"까지 저 책의 여정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이곳에서 만나는 책들은 저마다 사연이 깃들어 있다. 간혹 책의 면지, 혹은 갈피 속엔 그 마음들이 적혀있다. 

"책은 모름지기 누군가의 사연이 되어야 한다." 맞다, 이곳의 책들은 진짜 책이다. 

카운터 뒤편에 꽂힌 클래식 시디들. 간혹 책에 파묻혀 있다가 음악에 깜짝 놀라 카운터에 가서 누구의 것인지 묻는다. 

스피커나 오디오 등의 장비보다 중요한 선곡의 가치,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늘 구입한 책들. 가난한 실업자인 관계로, 이번엔 고르고 골라 딱 세 권만 구입했다. 

찾아가실 분들은, 아직도 이곳을 모르시는 분들은 아래 명함 뒤편의 약도를 참고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