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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옳은 질문이, 이제 막 주어졌다 (기획회의 364호)

Soli_ 2014. 4. 30. 12:59

기획회의(364호, 20130322)_출판사 서평 



세상에서 가장 옳은 질문이, 

이제 막 주어졌다 





공부란 무엇인가 (이원석 지음|책담 펴냄10,000원)

이원석은 공부에 대한 오랜 통념을 전복하고 새로운 통찰을 시도한다. 바로 존재를 변혁하고 삶을 벼리고 우정을 도모하는 공부의 삶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행복은 공부 순이다. 



이원석 선생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2월이었다. 당시 일하던 출판사는 해마다 독자들을 위한 독서와 글쓰기 워크숍인 ‘문서학교’를 열었고, 담당자였던 나는 이원석 선생을 ‘독서법-서평쓰기’ 강사로 초청하였다. 그는 여러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었는데, 텍스트에 대한 집요한 열정이 돋보이면서도 구도자적 지향을 성실히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실은, 그를 강사로 초청하는 데 내부의 반대가 여럿 있었다. 강의 스타일 때문이었는데, 실제 청중의 호불호는 분명하게 갈렸다. 고전부터 신간까지, 신학과 철학적 개념을 아우르며, 날선 논리를 거침없이 동원한 그를 청중이 따라잡기란 쉽지 않았으나, 그는 쉬이 타협하려 들지 않았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좌절하였으나, 어떤 이들은 환호하였다(<공부란 무엇인가> 출간 직후 열린 저자 강연회에서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유쾌한 ‘도발’과 거침없는 ‘자학’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인문주의자!). 출판사 소식지에 서평과 독서에 관한 그의 연재를 시작하고 이를 책으로 만들고자 했으나, 그와의 인연은 내 처음의 의지와는 달리 차츰 잊혀지는 듯했다. 


수년이 흘러 독자로서 이원석의 첫 책 <거대한 사기극>(북바이북)을 만났다. 서평가로서 그의 성취는 한 단계 더 도약했고, 그것은 이제 하나의 ‘담론’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계발이란 광풍에 휩쓸린 대중의 욕망과 한국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폭로하였다. 그의 논증은 통쾌했으나 한편으론 의문도 들었다. 그가 “자기계발을 하지 않더라도 취업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된다고 주장했지만, 여기에 하나의 비약이 있다. 공조사회가 구축되지 않은(그것을 희망하는 것 자체가 암울한) 우리 현실에서, 자기계발 없이도 생존 가능한 실효적 저자의 대안은 과연 무엇인가. 


이원석 선생에게 희망을 걸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의 질문이 옳기 때문이다. 바른 질문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우리는 수년 만에 다시 만났고, 곧 마음을 모으기로 했다. 폭로하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담고자 했다. 따라서 이 책 <공부란 무엇인가>는 <거대한 사기극>의 결어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저자의 본격적인 대안서, 그 첫 번째 책이 될 것이다. 그렇게 그는 ‘나의 저자’가 되었다.      


‘책담’의 첫 번째 책이다. 우리는 책담이란 브랜드를 만들면서 ‘사유하는 교양인을 위한 오래 읽히는 책’이란 모토를 품었는데, <공부란 무엇인가>는 그 첫 열매로 합당하다. 평소 편집자로서 ‘책은 편집자에게 자신의 운명을 의탁하지 않는다’고 반조하지만, 어떤 책은 그 스스로 편집자의 운명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이 그럴 것이다. 책담은 앞으로도 그 질문을 품고 길을 나설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옳은 질문이, 이제 막 주어졌을 뿐이므로.   



김진형책담 인문교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