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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예언자 헨리 나우웬

Soli_ 2014. 10. 1. 09:38

내 기억에, 헨리 나우웬은 21세기를 목전에 둔 시점에 개신교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물론 그의 책은 저작권과 상관없이 가톨릭 출판사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출간되었지만). 두란노를 시작으로, IVP와 좋은씨앗 등이 그의 책을 '남김 없이' 출간했다. 가톨릭 사제의 책이 보수적인 개신교 독자들에게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출판사들도 놀랐을 것이다(개신교 진영에서 번역된 나우웬의 상당수의 책이 이미 가톨릭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했던 책이다). 그의 책 판매량이 정점에 달했을 때, 두란노는 <영혼의 양식>을 출간하며 "헨리 나우웬은 보물입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그리고 그즈음 마이클 포드가 쓴 전기 <헨리 나우웬>(2003)이 두란노에서 출간되었다. 

이 전기는 헨리 나우웬에 대한 가장 좋은 전기로 꼽힌다. 그러나 이 전기는 동시에, 나우웬에 대한 가장 좋지 못한 전기로 국내에 출간되었다. 왜냐면, 그가 평생 아파했던 동성애적 기질과 우울증 증세를 다루는 상당 대목을 임의로 삭제하고 편집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수적인 개신교 독자들을 고려한 것일 게다. 나는, 이 '사건'에서 나우웬 영성을 왜곡되게 소비하는 개신교의 상업적 욕망을 본다. 나우웬을 '보물'로 소개하였지만, 그의 영성이 왜 보물인지 그 맥락은 간과했다. 수년 뒤, 근본주의 진영에선 나우웬의 동성애적 성향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두란노는 그의 저작들을 판권 유효기간이 끝나자 포기하기 시작했다. 아마 예전만큼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나우웬을 제대로 독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르쉬에서 썼던 그의 후기작들을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가 예일과 하버드 등에서 교수로 활동하던 시기에도, 끊임없이 빈민과 민중을 향한 애끓는 시선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나우웬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구티에레쯔를 만난 이후 사회정치적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얼마 후 하버드를 사임하고 장 바니에의 초청을 받아 라르쉬로 떠난다). 무엇보다 그는 사제로서 동성애적 성향, 고립과 고독감 등에서 비롯된 우울증과 평생 싸웠다. "상처 입은 치유자" 나우웬을 이해하기 위해, 우린 그 고통을 읽어야 한다. 

나우웬에 대한 가장 좋은 전기가 포이에마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원래의 텍스트를 복원했단다. 나우웬을 제대로 독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상업적 욕망이 아닌, 그의 영성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이 땅에 '나우웬의 계절'이 오길 바란다. 정말이지 "나우웬은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