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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

우린 오늘도, 변함없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지만, 가끔 우리 가슴은 숨이 멎을 것만 같은 답답함을 호소하지요.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랍니다. 가쁜 호흡을 품고, 무언가를 향해 힘차게 올라가는 발걸음, 몸짓을 가능케하는 의미가, 그럴만한 충분한 의미를 만나야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늘 숨 쉬며 살아가지만, 그 '숨'에, 어떤 '결'을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어떤 '결'을 가졌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거지요. 그래서, 우린 늘 길 위에 있어야 하고, 그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나 우정을 쌓아야 한답니다. 오늘 나의 발걸음이 가진,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의 가치를 확증시켜 주는 것은, 늘 우리의 친구들이지요. '길동무' 말입니다. _누군가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窓_ 2012.08.01

주일, 남자의 자리

아침부터 몸은 곤했고, 마음은 불편했다. 교회 갈 준비하느라 부산한 아내에게 괜한 트집을 잡으며 투덜거렸다. 교회가 뭘까. 무너진 관계와 마음들은 애써 무시한채, 신학적 담론만 제시하고, 헌신만 요구하면 될까. 온갖 위선은 우리 안에 난무하지만, 그냥 모른척 넘어가면 되는 걸까. 그리고 남자의 자리는 도대체 있는걸까. 남자의 각성을 농담반 진담반 요구하는 한 집사님에게 기꺼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오후 늦게 한숨 자고 나서야, 저녁이 되어서야 마음이 좀 풀렸다. 소란스런 아이들의 소리가 다시 정겨웠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세심히 남편의 마음을 살피는 아내의 마음에 죄책감이 들었다. 어서 가서 일하라는 아내의 만류에도, 꿋꿋이 설겆이를 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집을 나섰지만, 그 죄책감은 여전하다. 아..

窓_ 2012.07.29

<마이클 야코넬리의 영성> 제목 유감

좋은 책이다. 영성은 자신의 불완전함, 미성숙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그것을 토대로 보다 온전한 어떤 존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그런 강박에서 자유해지는 것이 절실하다. 헝클어진, 뒤죽박죽이 된 삶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야코넬리의 여러 경험과 그의 위트있는 문장은, 어렵고 힘든 이야기를 따뜻한 위트와 더불어 적절히 전개해나간다. 독자는 여러 대목에서, 공감하고 감동할 것이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아바서원에서 새로운 제목으로 나왔다. 번역자는 같다. 좋은 책이 다시 출간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번엔 바뀐 제목과 표지는 그 좋은..

view_/책_ 2012.07.27

충남 IVF 가는 길

최근 좀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팀원 하나가 그만 두었고, 그이의 업무를 대신 감당해야 했고(그만 둔 그는 입사한지 두 달 밖에 안됐다. 그리고 그 자린, 여름시즌이 가장 바쁘다), 그를 대신할 한 명을 뽑았고, 그에게 업무를 인계해주고 있다. 한 주간 꼬박 행사 다녀오면 일은 잔뜩 밀려있고, 다음주부턴 다시 두 주간 행사를 지방에서 치루어야 한다. 물론 기존 내 업무도 소화해야 한다. 거기다 다음 주 월요일엔 상반기 결산을 해야 한단다. 요즘처럼 일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 아내가 회사에 잔뜩 화가 나있다. 집에 가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저 미안할 뿐. 두 주전, 강의 청탁이 왔는데, 잠시 머뭇했다. 충남은 지난 겨울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인데, 거절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럴 수 없더라..

窓_ 2012.07.25

길 위에서 만난 책

"길 위에서 만난 책(들)" (혹은) "길 위에서 만난 책, 그리고 사람들" 세상엔 책이 너무 많다. 좋은 책, 읽어야 할 책들만 추스려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좋은 책이라 할 수 없고, 읽은 책이라 할지라도 실천되지 않는 책을 좋은 책이라 할 수 없다. 야마무라 오사무가 말한대로, 몸과 마음으로 읽는 책이 진짜 책이다. 길 위에서 만난 책들이어야 한다. 출근하다, 문득 떠올랐다. 내년 "청년도록" 카피는 여기서 출발한다.

view_/책_ 2012.07.24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_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거기에서는 누구나가 '모든 것'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게 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무척 기묘한 일입니다. 사상이나 비평이라는 좁은 원에서 한 발짝만 바깥으로 나가면 모든 것에 대해 뭐든지 알고 있고 설명할 수 있는, 전지전능에 가까운 그런 자아를 추구하고자 하는 환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제 친구였던 화가들, 댄서들, 기타리스트들, 피아니스트들, 가수들, 레퍼들은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사사키 아타루, , 21쪽. 요컨대, 저자는 '모든 것'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는 환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령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비평하는 법을 배우고 연단하여, '모든 것에 대해 조금은 재치있게 말 한마디를 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

view_/책_ 2012.07.23

미로슬라브 볼프, <삼위일체와 교회>

"뒤따르는 연구는 다름 아니라 '우리가 교회다'라는 자유교회의 저항의 외침을 삼위일체적 틀 안에 자리 잡게 해서 해명하는 것이다. 그 일은 그것을 교회론적 프로그램의 위치에까지 높이고,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의 교회론들과 대화하는 가운데 진행될 것이다."(35쪽) 어제, 오늘밤엔 볼프의 (새물결플러스)를 "끙끙"대며 읽는다. 볼프의 언어에 등장하는 온갖 개념들과 인용들이 버겁기는 하지만, 그의 논증은 상당히 명료하다. 명료한 논증 속에 심오한 깊이를 담아내는 이는 쉽게 찾기 힘든데, 볼프가 그렇다. 한편, 그의 글쓰기 방식은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 어떤 부분에선 투박하고 거칠다(안타깝게도 번역과 교열의 질감도 거친듯). 하지만 에둘러 가지 않고, 깊은 심연 속의 본질로 바로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그는 자..

view_/책_ 2012.07.22

캐논 EF 40mm F2.8 STM

백만년만에 렌즈를 중고로 입양했다. 캐논 EF 40mm F2.8 STM. 캐논의 첫 번째 팬케익 렌즈다. 내 1D에 제법 잘 어울린다. 앙증맞다. 포커싱도 빠른 편, 선예도도 괜찮다. 가격 대비 성능도 이만하면 훌륭하다. 내 바디 센서가 1.3배인지라, 35mm도, 50mm도 어중간했는데, 이 렌즈를 끼니 화각이 딱 표준이다. 내일은 휴가. 모처럼 아이들을 담아봐야겠다. (근데 아이폰의 카메라 화질도 발군이다. 음... 괜히 산건가?)

視線_ 2012.07.19

"IVF 전국리더대회"에 대한 개인적 소회

"IVF 전국리더대회"에 대한 개인적 소회 1. "On 진리, On 세상, On 공동체"에 대한 비전이, 이렇게 역동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새삼 감동받는다. 그 역동은 학생들의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숨가쁜 갈망이었다. 2. 목요일 밤, 이시종 간사님의 메시지는 내 가슴도 울렸다. 제국 속에서, 어느새 제국의 모습을 닮아가는 속사람을 마주 보는 고통 속에서, 그 고통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아파서, 길을 잃지 않아서 감사하다. 3. 북테이블에서 오늘의 책이었던 은 완판되었고, (이상 IVP)(포이에마)도 거의 완판되었다. 책을 소개하신 분들의 강력한 호소가 한몫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책들이 이렇게 환영받은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 이례적, 이번 전리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어떤 현..

view_/문서운동_ 2012.07.14

전리대 북테이블 공간에서

"어느 누구나 위로받을 권리가 있을뿐더러, 스스로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입증할 의무가 있다. 의무이기도 하고 소명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타자를, 스러져가는 그분의 세계를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위로는 희망이 그러하듯, 있는 그대로의, 객관화된 나의 현실을 직시할 때 가능한 것이다. 위로의 공간을 찾아야 한다. 난 그게 책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그 소명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그러나 스스로 너무 작은 사람이라고, 자기는 참 못난 사람이어서 위로 받을 권리가 없을 것만 같다고, 그런데도 위로받고 싶어 다시 나를 찾아왔다는 어떤 친구에게 건넨 이야기. 전리대 북테이블 공간에서.

view_/문서운동_ 201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