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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요일부터 다음주 토요일까진 계속 여행이다.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연이어 동료들과 함께 울릉도를 간다. 가족과 함께는, 오랫만이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이후, 우린 조금씩 더 아껴쓰나, 그럼에도 조금씩 더 가난해진다. 이번에도 카메라와 렌즈 등을 처분하여 간신히 여행비를 마련해서 떠난다. 그리고 덕분에 야근도 해야 한다. 여행 가기 전부터 몸살기가 조금씩 돋는다. 제주도에서, 울릉도에서 기대하는 바들이 있다. 마음을 위로하여 잔잔케하되, 오래되어 무뎌진 간절함을 되찾아왔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에 용기를 내어, 속사람과 사랑하는 가족 앞에 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기도한다.

窓_ 2012.05.10

지강유철, "서평 쓰기"

"지강유철 선생님"다운 서평 쓰기론. 그저 그 앞에 부끄러운. 며칠 동안, 아니 족히 열흘 정도를 박홍규의 를 붙들고 낑낑거렸습니다. 28매 짜리 서평 하나를 후딱 끝내지 못하는 자신이 참 한심했습니다. 확실히 저는 아직 초등학교 국어 시간의 고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국어 숙제란 대개 주어진 글의 전체의 뜻을 요약하고, 모르는 단어를 찾고, 문단을 나누고, 반대말, 비슷한 말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늘 어려움을 느꼈던 것은 전체의 뜻을 몇 줄로 요약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십년이 흘렀지만 저는 지금도 그 문제에 늘 어려움을 느낍니다. 원고지 10-20매짜리 칼럼이라면 모를까 책 한 권 분량이라면 누가보더라도 객관적인 전체의 줄거리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일 텐데,..

scrap_ 2012.05.09

출판계 편집자 예우 논란

한기호, "책을 만든 편집자 이름이 저자의 무게만큼이나 대접받은 최초의 사례... '이 책은 지은이의 힘 있는 글쓰기와 편집자의 열망을 합쳐 완성했다'는 출판사의 설명에서 두 사람(지은이와 편집자)이 주고받은 정신적 교류의 크기를 가늠해볼 따름이다. 저자가 편집자 이름을 표지에 올리고 싶다는 이 소박한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지만 앞으로 이런 교감이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장은수, "편집자는 저자의 그림자 속에 있을 때 오히려 빛날 수 있습니다." http://media.daum.net/culture/book/newsview?newsid=20120510032525561&cateid=1022&RIGHT_LIFE=R10

scrap_ 2012.05.09

Workholic & Integrity

일을 제법 열심히 한다(그렇다고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과정과 결과를 추구했다. 동료와 발걸음을 맞추기보단, 그와 일할 때의 여러 가지 경우의 수까지 고려하여 일하는 것이 편했다. 업무 규정이나, 정해진 룰에 따라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늘 스스로가 만족스러워야 했다. 완벽주의와 약간의 결벽증, 같은 것이 있다. 그래서 새벽이나 밤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이건 집이건, 언제나 일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었다. 일을 하다보면, 동료에 대해 불만을 가질 때가 제법 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서, 약속을 쉽게 어겨서, 나처럼 일하지 않아서. 주로 그런 이유에서다. 1분기 결산 끝나고, 거의 한 달은 쉬엄쉬엄 일했..

窓_ 2012.05.02

성신여대 LGM 가는 길

모퉁이 은행을 돌아 들어가면, 골목골목이 모두 우리의 아지트였다. 운동화를 사거나 옷을 살 때, 자율학습을 땡땡이 치면 으레 찾던 골목, 골목 어딘가에 엄마같던, 이모같은 분식집 사장님들이 계셨다(아, 그때, 음악 DJ가 있던 떡볶이집이 있었다!). 군중들 사이를 헤쳐 골목을 빠져나오면, 꽃집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인지, 아니면 산 중턱에 자리잡은 금남의 성역 같았던 여대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인지, 오랫동안 그 향기를 잊지 못했다. 헤아려보니, 20년도 더 된 시간이 흘렀고, 이곳의 풍경은 남김없이 바뀌었고, 하늘거리던 향기는 가슴에 그리움으로만 기억된다. 그럼에도 눈부신 하늘, 시리도록 푸른 저 하늘은 그대로다. 다행이다. — 성신여자대학교 (Sungshin Women's University)에서

view_/문서운동_ 201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