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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락

우리 교회는 소그룹을 뜨락이라고 하고, 뜨락 모임을 정기적으로 한다. 뜨락 도우미로 명명되었으나 제대로 섬기기는커녕, 제대로 뜨락 모임에 참여도 하지 않았다. 교회에 충분히 들어가지도 못한채,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운영위원이나 뜨락 도우미로 임명된 것이 불만이었고, 고달프고 바쁜 삶이 늘 변명거리였다. 그런데 이번엔 잡혔다. 그래서 참석한 뜨락 지기 모임.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성도들의 힘겨운 삶이 기도제목으로 나누어졌다. 아픈 아들로 인해 절망에 길들여진 엄마의 기도,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재정적 위기 속에 아이들의 양육을 위한 부모의 기도, 본인 또는 자녀의 이혼에, 가정의 불화에 힘겨운 이들을 위한 기도가 이어졌다. "우리가 혼자가 아닌 것을, 공동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하소서." 모두가..

窓_ 2012.10.21

송강호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의 앞날개에 썼던 글입니다. 이 글을 쓰며 요동쳤던 그 감사의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송강호 그는 평화의 사람이다. 평화사역에 생의 전부를 던졌기에, 늘 폭력과 불의의 땅에서 산다. 사단법인 개척자들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르완다, 보스니아, 소말리아,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반다아체, 카슈미르, 아이티 등에서 평화 활동가로 섬기면서 평화와 화해의 사역을 감당하였다. 전쟁과 분쟁, 재난 피해 자들의 고통과 함께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열강에 맞서 약한 자들의 벗이 되어 전쟁의 참화를 막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가교를 만들고, 고아를 위한 집을 짓고, 아이들에게 평화 의 언어와 노래를 가르쳤다. 이를 위해, 개척자들은 현지에서 평화 학교를 운영하며 전 ..

view_/책_ 2012.10.09

<무신론의 심리학> 유감

폴 비츠의 을 흥미롭게 읽었던 독자로서, 이번 책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난 이 책이 상당히 불편하다. "결함 있는 아버지 가정"이란 전제가 무신론자의 심리적 토대가 된다는 전제는, 자칫 어떤 특정 샘플에 의존한 비약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아버지의 부재가 되려 신앙의 근거가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신론자들에게 무례한 책이 아닌가 싶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752250

view_/책_ 2012.10.05

성묘

내가 예지만 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무덤 앞에 무슨 기도를 드려야할지 늘 막막했다. 아버지의 부재는 내게 늘 당연한 듯 했으니까. 만약 내가 지금 세상을 떠난다면, 예지는 나의 존재를, 지금 내가 아버지를 기억하는 만큼만 기억하겠지. 아내는 세상 살아가야 할 일이, 내 어머니만큼 막막하고 고되겠지. 좀더 건강해져야겠다. 아버지께 가는 길에 안개가 잔뜩 꼈다.

窓_ 2012.09.30

고종석 절필 선언

슬프다. 앞으로 고종석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 그것보다 슬픈 것은 절필의 변이다. "글은, 예외적 경우가 있긴 하겠으나, 세상을 바꾸는 데 무력해 보였다. 달포 전쯤, 술자리에서 친구 차병직이 자조적으로 '책은 안철수 같은 사람이나 쓰는 거야! 우린 아니지!'라고 말했을 때, 나는 진지하게 절필을 생각했다." 글의 무력함. 근데, 세상을 바꾸는 데 글이 무력하긴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안철수 따위가 아니라 고종석 같은 분 아닌가. 적어도 나는, 그렇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2931.html ★[고종석 칼럼] 절필글쓰기가 생업이 될 줄은 몰랐다. 초등학교 글짓기 시간에 내가 쓴 글이 교실 뒷벽에 내걸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중..

scrap_ 2012.09.23

고독

오늘 설교 제목은 "고독"이었다. 어머니가 어렸을 적 돌아가신 이후, 늘 혼자였던 목사님은, 밤 늦게 집에 들어올 때면, 자신을 맞이하는 깜깜한 어둠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일 땐 라디오를 켜놓거나 아침 집 밖으로 나갈 때 작은 등불을 켜놓고는 했다고 한다. 너머서교회를 개척하고 나선, 다시 혼자인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사무실에 혼자일 때가 많고 식당에도 혼자 가야 했다. 처음에 그것이 너무 싫었으나, 지금은 그 고독을 연습한다고 한다. 음악도 끄고, 아득한 정막 속에 자신과 마주한다고 한다. 설교를 들으며, 나의 고독을 생각했다. 어렸을 적 돌아가신 아버지, 언제부턴가 일하러 나가신 후 밤마다 우시던 어머니. 아버지의 빈자리와 어머니의 울음소리 사이에서, 난 혼자있기를 바랐다. 혼자 있는 시간..

窓_ 2012.09.23

"의자놀이"를 둘러싼 의자놀이_진중권

진중권은 냉정하고 건조하게 읽을 때 교훈이 된다. "디워 논쟁" "(김규항 등과의)진보 논쟁" "부러진 화살 논쟁" "통합진보당 논쟁" 등에서 숱한 뭇매를 맞았지만, 여지껏 살아남았을 뿐더러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논객이다. 진중권이 진중권인 이유는 분명 있다. http://blog.ohmynews.com/litmus/178458 [리트머스] ‘의자놀이’를 둘러싼 의자놀이 _진중권 인용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통으로 직접 인용하느냐, 아니면 윤문이나 첨삭을 가미해 간접 인용하느냐. 문제의 부분은 실제로는 거의 통 인용이면서, 약간의 첨가와 윤문을 가해 원 자료를 가공하고 있다. 출처 표시가 뒤로 돌아간 것은 이 때문일 게다. 원저자는 기분 나쁠 수 있다. 나라도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scrap_ 2012.08.29

VIVO mk2

원래 갖추고 싶은 시스템은 따로 있었다. 솜시피커 BR-15, DHT의 Wiki 6BM8 싱글인티앰프. 이 정도 구성에 CDP와 Mac-fi를 구성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환경과 형편에 저 정도 구성도 욕심이지 싶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출장 중에 만난 어떤 분이, 당신이 쓰시던 VIVO mk2를 주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부디 이 선물이 재앙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아직 재앙까지는 아니나, 불과 일주일 사이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스피커 캐슬 리치몬드 3i와 마란츠 CDP를 영입했다. 원래 생각했던 구성은 아니나, 이 정도도 훌륭하다 싶다. 주말 내내 우울했던 마음이 위로를 받았다. 새벽 빗소리에 깨어 리스트의 "순례의 해"를 들었다. 너무 좋았다. 좋아서 사무실에 가..

view_/음악_ 2012.08.20

지강유철 선생님이 꿈꾸는 독서모임

지강유철 선생님이 꿈꾸는 독서 모임 제가 꿈꾸는 독서 모임은 한 마디로 "우리 이 책 읽었네"하지 않는 모임입니다. 어떤 저자의 유명한 책을 읽었다는 것으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모임에는 흥미 없거든요. 한 권을 읽되 최소한 3번은 읽고나서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저 처럼 머리 나쁜 사람들의 겸손한 모임이면 좋겠습니다(머리 좋고 대단한 분들은 정중하게 사양입니다).물론 한 권을 가지고 세 달을 연거푸 읽는 것은 지양해야 하겠고, 세 번을 읽으려면 책의 선정에 신중해야 하겠지요. 어떤 책을 읽을 것이냐는 특정 주제에 한정 되지 않으면 좋겠고, 어느 한 주제에 너무 깊게 몰입한 책 역시 지양하고 싶습니다. 그런 분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독서모임에 나가셔야 하겠지요. 저는 교양과 상식의 ..

scrap_ 2012.08.17

「의자 놀이」, 그리고 부르그만

뒤척이다 결국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저녁에 읽던 「의자 놀이」 때문이다. 칠흑같은 비극들에 불편하고 아프고 슬프고 분노했다. 달리 무엇을 변명해야 할지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한채, 기어코 찾아낸 것이 불면의 궁색함이다. 부르그만의 책을 꺼내어, 얼마전 읽었던 부분을 다시 되새긴다. 부르그만은 출애굽 내러티브가 형성되는 시점, 유대교의 가장 핵심적인 기억이며, 기독교 전통과 의식에 유입되는 핵심적 사건인 출애굽 기적이 시작될 즈음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 기적을 가능케했던 이스라엘의 "가장 초보적 기도"를 주해한다. 여러 해 후에 애굽 왕은 죽었고, 이스라엘 자손은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탄식하며 부르짖으니, 그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부르짖는 소리가 하나님께 상달된지라.(출 2:23) "가장 초보적 기도..

view_/책_ 201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