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주일 추수감사주일. 유치부 부장 교사인 아내와 발표 순서를 맡은 아이들을 교회에 데려다 주고 아내에게 양해를 구한 후, 집으로 왔다. 감사 제목을 적어서 제출하라는데, 도저히 감사의 마음을 갖기 힘든 까닭이다. 지난 며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억울한 마음에 원망을 쏟아내고 있는데, 태연한 척 감사의 신학을 말할 낯이 없다. 커피가 밤새 고팠는데, 집에 오자마자 내린 커피가 쓰다. 窓_ 2012.11.18
페이스북 유감 밀린 페이스북 타임라인 글들을 읽는데 몇몇 지인들의 지극한 자기애에 급급한, 허나 진부한 변명 혹은 왜곡을 보며 좀 허탈해진다. 그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은 그 진실을 얼마나 알까? 정말 작고 좁은 그 가슴을 대하는 우리의 반응은 애잔한 측은지심이 마땅할 것. 窓_ 2012.11.17
가족 아침, 출근 준비하며 서재에 앉아있는데 예지가 일어나 내게로 온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솟는다. 늘 함께 있어도 그리운 존재들, 그래서 가족인가 보다. 視線_ 2012.11.17
우정 오늘처럼 많이 웃은 날, 오랜만이다. 쓸쓸한 마음과 공허한 분노가 많이 씻겼다. 벗이 된 동료들의 뜨겁고 깊고 간절한 우정, 멀리서 찾아와 어여쁜 꽃다발과 선물을 전해준 벗들의 우정이 눈물겹다. 오늘처럼 많이 운 날, 정말 오랜만이다. 窓_ 2012.11.16
늘 새로운 시간 오늘은 버스를 탄다. 천천히, 그러나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책을 보는 것조차 사치스럽다. 어지럽게 파장을 그리며 사라지는 라디오 소리, 아침부터 피곤한 사람들의 짧은 한숨, 재잘거리는 교복 무리들을 응시하며, 내리는 문이 철커덕 열릴 때마다 살며시 내 얼굴에 닿는 바람을 읊조린다. 밤새 내 옆에서 자신의 존재를 한껏 시위하던 두 놈들이 벌써부터 그립고, 이른 아침 잠결에 인사하고 나온 순일을 안아주고 나올 걸 하는 후회가 가슴 속에서 소란하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아침 같으나, 늘 새로운 시간이다. 窓_ 2012.11.15
약속, 그리고 홀로 남은 시간 오늘 약속이 여럿 잡혀 있었다. 오래 전 잡은 약속. 그리고 지난 주일에 잡힌 약속 하나 더. 오래 전 잡은 약속을 깜빡하고 잡은 두 번째 약속은,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취소했다. 그 와중에 출근 길에 만나자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물론 그에게도 사정을 말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오래 전 잡은 약속은, 약속했던 그이가 깜빡했던 것 같다. 그도 다른 약속을 오늘 잡았던 것이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 그렇게 홀로 남은 점심 시간, 바람을 따라 홍대 거리를 거닐었다. "어반 자카파"의 노래를 들었다. 거리에 뒹구는 낙엽을 보았다. 외진 골목에 그려 넣은 벽화 하나, 저 마음 씀씀이가 쓸쓸했다. 놀이터에서 아이 하나가 엄마와 실갱이를 벌인다. 그를 우두커니 지켜보던 거리의 화가.. 窓_ 2012.11.13
지도 두 가지! (<인문 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20세기 사상 지도>) 지난 주말, 나의 즐거움이 되어준 "지도" 두 가지. (이택광, 글항아리, 2010) 사실 이 책에 "가이드"란 제목은 무리다. 불친절하다(허나 책은 모름지기 불친절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저자 서문에 "이론은 근육이다"라고 밝혔듯이, 이 책은 싸이가 노래한대로 "사상이 울퉁불퉁"하기를 바라는 이들에겐 좋은 교과서가 될듯 싶다. "좌파"란 수식어가 불편하지만(인문 좌파와 정치적 좌파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런 구분이 가능할까?), 결국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고 만다. '인문 좌파'란 김영민 교수와의 대화 중에 세운 개념이란다. 그것은 현재 한국의 진보개혁 세력에 속하는 기존의 지식인 유형과 다른 윤리와 실천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지점임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포지셔닝은 매력적이나 충.. view_/책_ 2012.11.12
"평화" 북콘서트, 페이스북에 올린 단문들 _"평화" 북콘서트에 제주 강정에서 구럼비를 지키던 활동가들이 많이 오셨다. 아마 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이 자리에 함께한 것일게다. 노래 손님 "목백일홍"이 "구럼비"란 제목의 노래를 부른다. 내 앞자리 활동가 한 분이 눈물을 훔친다. 난 저 마음을 잘 모르겠다. 저 속에 어떤 맺힌 것이 있는지, 전국을 돌고돌아 지친 저 육신들이 왜 여기에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정말 난 그 아픈 마음을 다 알지 못하겠다. 그저 나도 따라 아프다. _동원 씨도 함께했다. 그래서 더 기쁘다. "목백일홍"이 "조율"을 부른다. 아. _강정은 평화 활동가들이 지키고 싸우고 잡혀갈테니, 그저 우리더러 와서 구경꾼이라도 되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신다. 그렇게 말하시며 다시 울먹이는 송강호 박사님. _"평화" 북콘서.. view_/책_ 2012.11.06
밥벌이 동료가 밥을 샀고, 난 얻어 먹었다. 나의 밥벌이를 걱정해주는 동료의 마음이 감사했다. 가진 재산 없고, 아내는 전업 주부고, 아이들은 나날이 무섭게 자란다. 떠나야 할 이유와 의미도 소중하고 모든 좌절, 모든 소망에도 근거가 있겠으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당장 오늘을 살아내기 위한 밥벌이다. 사실, 그것이 가장 두렵다. 동료의 진심어린 눈빛, 그간 애써 지켜오던 온갖 그럴듯한 명분이 그 앞에 무너졌다. 窓_ 201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