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576

김영민

동료의 추천으로 김영민 선생님의 글을 읽기 시작한 것이 작년 이즈음이었다. 그리고 일 년간 그의 작품은 거진 다 읽은 것 같다. '재야의 선생', 비록 그의 삶은 더욱 고달프겠으나, 그것이 그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차정식 교수님의 페이스북에서(Jungsik Cha) * 김영민 교수가 한신대를 스스로 그만두고 다시 재야의 선생으로 돌아갔다. 벌써 네 번째에 이르는 자발적 교수직 포기다. 애써 주선한 나로서는 서운한 일이지만 그게 그의 선택이라면 운명의 표정을 띠고 있으리라. 오지 않는 복음의 예언자로 나선 마당에 두려울 게 무엇이랴. 시인 윤동주의 변용된 팔복을 한 번 더 비틀어 윤동주가 채 다다르지 못한 사유의 한 지점을 가리키는 21세기의 잠언! 오지 않는 福音 감사받지 못한 마음은 복이 있나니..

view_/책_ 2012.10.29

송준, <시인 백석-1, 가난한 내가, 사슴을 안고>(흰당나귀, 2012)

"백석 시인의 시는 우리 모국어의 성채다."(10쪽) 마치 언젠가 최영미 시인이 기록했던 '시대의 우울'을, 그러나 쓸쓸한 언어가 아닌, 향토적이되 미려한 시어로 고독한 영혼의 로맨스를 노래했던 백석. 그는 가히 독보적이다. 시대에 묻힌 것이 아니라, 시대가 그를 아껴 감추어 두었던 것은 아닐까? 백석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었단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숱한 역본으로, 그 원석은 세월이 지날 수록 더욱 정교히 재현된다. 평생 백석의 흔적을 찾아 헌신했던 송준 선생 덕분으로, 백석 평전이 완간되었다. 언젠가 오늘, 이 암울한 시대를 사는 우리의, 나의 가슴도 백석처럼 로맨스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평전을 읽으며 나의 낭만적 기대는 조금씩 무너져 가는 느낌이다. 로..

view_/책_ 2012.10.29

<정치하는 교회 투표하는 그리스도인>(새물결플러스, 2012) 독서 후기

1. 저자의 면면은 화려하나 짧은 시간 모은 원고라는 느낌을 너무 강하게 받는다. 일부 글은 좋다. 일부 글은 좋으나 새롭지 않다(그간 저자가, 또는 다른 이들이 했던 논지). 일부 글은 비약과 허점이 보인다. 2. "투표"를 내세운 책이 많이 팔리기를 기대했다면, 독자들을 너무 모르는 것이다. 투표를 위해 독서하기로 결정하는 독자는, 이미 이 책의 수준을 벗어난다. 대부분의 독자는 이미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였다. 부동층을 노린 것일까? 하지만 그들 가운데, '기독 지성'을 가진 이들은 너무 소수다. 무엇보다 IVP가 야심(?)차게 낸 의 실패를 참고했어야.(-_-) 3. 철저히 손해볼 생각을 하고, 책을 내놓았으면 어떠 했을까? (그랬다면 독자들에게 읍소하지 말고, 예전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와 ..

view_/책_ 2012.10.28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아홉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마태복음 6:31-34, 공동번역) 스물아홉 살 때, 많이 아팠다. 전도사를 그만 두고나서, 대학원도 그만 둘 생각을 하고나서 많이 아팠다. 입안엔 물집으로 가득 찼고, 두 주 정도 거의 먹지 못했다. 신학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접고, 대학원..

窓_ 2012.10.27

우정, 희망

하고 싶은 것, 그러나 하지 못하는 것. 하지 못하는 것, 그러나 언젠가는 꼭 하고 싶은 것. 조금 전까지 새벽 2시가 넘도록 아내와 이야기했다. 숱한 우리의 좌절은 우리의 우정을 더욱 공고히 한다. 김소연 시인은 희망을 "삶의 진자운동을 일으키는 자기장. 흔들리고 흔들리다 보면 닿게 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흔들리는 나의 삶, 곁에 아내가 있어 다행이다. 우린 위기 속에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알아간다. 아내와의 우정이 나의 희망을 더욱 공고히 한다.

霓至園_/soon_ 2012.10.23

페이스북 권력

"페이스북 권력" 어제 지인과 만나 대화하는 가운데 들은 단어다.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비슷한 공간에 모여 바글바글거리는 느낌, 페이스북에 대한 나의 이해 수준이다. 그런데 나와는 달리 페이스북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이들도 가끔 본다. 간혹, 그들 중엔 내가 제법 잘 아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환호를 보며, 뭔가 찜찜하다. 페이스북에 남기는 글로는, 그의 '진면목'을 도저히 알 수 없는 까닭이다. 그의 직함, 위치, 사회적 영향력도 한 몫 한다. 그런 경우, 보통 난 그의 글을 '숨기기' 기능으로 감춰놓는다. 그를 보는 것보다, 그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더 곤혹스런 까닭이다. 그 영향력 있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어떤 사람, 혹은 그와의 관계를 암시하며(가끔은 대놓고) 글..

窓_ 2012.10.23

좌충우돌, 너의 모험

좌충우돌너의 머리는 상처투성이다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의자에서 추락하고바닥에서 자빠져 머리부터 쿵 떨어졌다 이마엔 긁힌 자국에 멍이 가실 날이 없고 뒤통수엔 제법 커다란 혹이 났다 그래도 기어이 다시 계단에서 뛰어내리고 의자에 위태롭게 올라 재주를 넘으려 한다 운동신경도 아빠를 닮은 놈이 그런 너를 보며 아빠가 예서를 닮아야겠다 생각한다 좌충우돌, 너의 모험을 닮아야겠다 나의 이마와 뒷통수에 멍이 들고 혹이 나더라도 예서처럼 오르고 뛰어내렸으면 좋겠다 오늘은 너를 생각하며 하루를 연다 고맙다, 아들

霓至園_/rainbow_ 2012.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