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이란 영혼의 슬픔을 감당하는 육신의 고뇌가 아닐까, 생각했다."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주일, 원고의 서두에 이 문장을 썼다. 이 문장의 앞에는 "삶은 위태롭다. 의연하고 돌온했던 명분들과 날선 마음의 결기가 이리 쉽게 무너질지 몰랐다. 몸살을 앓았다."라고 썼다. 그리고 원고는 멈췄고, 몸살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회복될 즈음, 마감을 며칠 넘겨 원고는 완성했다. 그런데 내가 회복할 즈음, 돌연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깊고 처연한 몸살이었다. 아마, 아내의 몸살도 '영혼의 슬픔을 감당하는 육신의 고뇌'였을 것이고, 아내의 슬픔은 나보다 깊었을 것이다. 아파서, 아내의 몸살을 지켜보며 무력했던 한 주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새벽에 깨어 챙겨야 할 일들을 주섬주섬 헤아리다가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