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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슨의 숨겨진 책

Soli_ 2013. 1. 11. 03:15

일전에 좋은씨앗에서 <하나님의 신비에 눈뜨는 영성>(Subversive Spirituality)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는 유진 피터슨의 책이 새로운 모습으로 포이에마에서 출간되었다. 피터슨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피터슨 애독자에겐 매우 반가운 책이다. 언젠가 "유진 피터슨 읽기"라는 글을 썼을 때, 많이 참고했던 책이기도 하다. 반가운 마음에 피터슨의 숨겨진 책 하나를 더 소개한다. 

아마 유진 피터슨의 책은 딱 하나 빼고 모두 한국에 소개되었을 것이다. 소개되지 않은 책 하나는 <
Take and Read: Spiritual Reading: An Annotated List>(1996)이다. 피터슨 자신이 사랑하는 책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덧붙여 목록을 만든, '피터슨의 책을 위한 책' 혹은 '피터슨 도록'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별 추천 도서를 소개하는데, 난 특히 고전과 문학 장르의 목록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피터슨은 서문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이 책에 소개한 목록은 당신의 책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5년간 당신의 영적 친구들의 목록을 만들라. 나의 목록을 가지고 시작하되, 점차 당신의 목록으로 다시 만들라. 여기, 나의 목록으로 시작하되 점차 제거하고 대치하라. 그 목록은 시간이 흘러 당신의 목록을 넘어서 당신의 공간을 가득 채우는 친구들이 될 것이며, 당신은 그 친구들과 대화하는 달콤한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훗날 <청년도록>은 이 권면을 충실히 받아들인 결과다. 나는 늘 독서 강의의 결론을, 피터슨과 <청년도록>의 권면으로 맺고는 했다. "당신의 도록을 만들라!" 

이 책이 한국에 번역 출간될 수 있을까? 내가 출판사를 가지고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여지껏 출간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따져 보면 <Subversive Spirituality>도 출간하긴 좀 그런(?) 책이다]. 하지만 피터슨 애독자라면, 포이에마의 새로운 책 <거룩한 그루터기>를 좋아할 독자라면, 피터슨의 책을 읽으며 그의 방대한 참고 문헌 목록에 감탄했던 독자라면, 영성 신학에 대한 관심자라면 그리고 출판 기획자라면(!) 이 책의 원서라도 구하여 읽어보기 바란다(이렇게 쓰니 출간하면 대박날 것 같으나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곁에 두고 읽되, 피터슨의 권면처럼 언젠가 당신의 목록으로 대체하길 바란다. 얇고 싸고 무엇보다 얕은 영어 실력으로도 거뜬히 읽을 수 있다. 나처럼.(^^)

ps. 근데 포이에마의 책 제목 <거룩한 그루터기: 한 자리에서의 오랜 순종>은 좀 그렇다. 피터슨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들의 모음집인데, 제목이 너무 거창하고 부제도 어색하다. 그냥 "한 길 가는 순례자의 오랜 순종" 정도면 어떠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