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알라딘의 "플래티넘회원"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책보는 안목이 좋았다. 타사이트보다 조금 비싸도 기꺼이 알라딘에서 샀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이지 실망이다. 책보는 안목도 그저 상품을 보는 안목일 뿐인가?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 '예스24'-'교보문고'와 경쟁해야 하는 알라딘의 심정은 더욱 절박해지겠지.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면, 다수 독자들은 좋아할 거다(마치 매주 일요일에도 영업을 재개한 이마트를 내심 속으로 환영하는 사람들처럼). 그러나 알라딘의 차별화 전략이었던, 책을 좋아하는 열혈 독자는 잃게 될 것이다(어쩌면 나를 포함하여).
부디, 이번 일로, 알라딘이 좀 아팠으면, 그래서 손해도 좀 보았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책보는 안목 뿐만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진심도 갖길 바란다. 이제라도 '알라딘'다운 길을 찾길 바란다.
서점은 유통사입니다. 출판사가 책을 만들면 그들이 유통을 하는 댓가로 이벤트 진행을 하고 광고를 하고 마진을 줍니다. 30% 할인과 50% 할인, 분명 출판사들의 공급률은 다릅니다. 책이 점점 비싸지는 건 한정된 독자에 기대어 수익을 맞추고 지속적으로 책을 내기 위한 출판사들의 방편이며 추후 할인을 염두에 둔 가격 거품도 끼어 있지요.
오프라인 서점 정말 많이 사라졌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이 기억하는 중소 서점이 과연 몇이나 살아 남았을까요? 사람들이 책을 볼 공간이 사라진다는 건 또 그만큼 독자들에게 노출이 되는 제한된 공간을 향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터무니없는 외서의 인세, 팔리는 책만 신경쓰게 되는 것도 다 맞물려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가격을 내리면 돈이 돈다. 출판사들에게 이건 '금단의 사과' 같은 것이지요 '남들도 하는데 우리도 ....' '너무 노골적으로만 하지 말자' 라는 암묵적 분위기도 이렇게 만들어지고 불황일수록 그 유혹은 달콤합니다.
최악으로 치닫는 현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출판계의 '완전도서정가제'를 독자와 저자를 내세워서 호도하고 왜곡하려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모습 유감입니다.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과 힘의 득실에 대한 계산은 뒤로 숨긴채 당당한 그 모습 '알라딘'이 가지고 있었다고 착각했던 이미지는 사라지고 '결국 똑같다' 라는 쓰디쓴 결론만 남는군요.
서점이 문화입니까? 자본입니까?
[김용주] 알라딘 생각
애정하는 페친 김진형 간사님의 글 덕분에 머뭇거리다가 조금 써본다. 도서정가제에 대해 원론적으로 찬성한다. 단지 알라딘의 입지를 고려해볼 때 한기호님처럼 주범이자 응징의 대상으로 알라딘을 지목한 부분에 대해 좀 과하다고 판단한다.
알라딘을 제외하면 교보나 반디앤루니스는 오프서점을 보유하고 있는 온-오프 2종서점이다. 예스24는 현재 온라인 점유율이 1위이고. 이와 달리, 알라딘은 여러가지 재밌는 시도들을 많이 하지만 (그리고 그것이 '대중에게 책읽는 법을 알려주려는' 의도가 있음에 호감을 표하지만) 정작 대중이 알라딘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 조합으로 낮아지는 도서의 가격 때문이다.
이벤트와 구간에 대한 할인, 쿠폰, 증정품, 등등으로 물리적으로 고객이 이익을 얻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알라딘에서 책을 산다. 그러고나서 고객은 마치 가격과 상관없이 '알라딘이 개념있는 온라인 서점'이라서 좋아한다고 종종 말한다.(나도 그중 하나다) 만일 알라딘에서 오프라인 서점과 동일한 가격으로 책을 판다면 당연히 오프매장을 보유한 곳, 물량이 많은 곳, 규모가 큰 곳(혹은 많은 분들이 기대하듯 동네 서점)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도서정가제의 흐름은 사실 출판사-온라인서점 간의 권력의 변화에 기인하기도 한다. 애플은 아이튠즈로 음반사보다 더 큰 힘을 얻게 되었고 아마존은 개별 출판사보다 더 큰 힘을 행사함과 더불어 이제는 직접 전자책을 출판하는 출판-유통업체로 거듭나려하고 있다. 아마존의 방향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는 알라딘의 경우도 이런 흐름을 탈 것이고 이는 결국 출판사들의 파이를 가져가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출판사들은 그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할인과 광고를 위한 비용을 부담하며 불편한 상생을 해왔는데 지켜보다 보니까 이제 좀있으면 자신들의 밥그릇까지 가져갈 참이다. 게다가 고도로 단련된 '심미안'들인 우리를 배제한 채 어디서 '장사치' 같은 것들이 책을 시장경제의 상품처럼 취급하고 있냐는 대외적인 명분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출판사들도 10%할인에 맞춰서 가격들을 책정하고 있는 편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허접 쓰레기 같은 책들을 10% 이상의 할인율로 별도 부스를 만들어 팔아왔다. 출판사 이벤트로 반값 할인 부스들이 쏠쏠히 보였다. 알라딘이 악마라서가 아니라 그간 그런 관행들이 있어왔던 셈이다. (하지만 관행을 깨면 가장 불리한 곳은 알라딘이 될 것이다.)
내가 하고픈 말은 알라딘은 자신의 스탠스에서 할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순수하고 알흠다운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악마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시장에서 위태로워지는 자리에서 경쟁사에 비해 불리한 방향에 대해, 아무 문제제기 없이 순수하고 깨끗하게 주저 앉기를 기대하는건가. 게다가 난 그정도로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업계의 방향이 순수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물론 정말 도서정가제 반대가 고객도 좋고 출판사도 좋다면 모르겠지만 출판사들이 쌍수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는, 그간의 곪아왔던 출판시장의 문제가 터진 것이다. 알라딘 같은 서적 유통업계는 반대를 주장하고 무턱대고 고객 서명을 받기보다 출판사들의 고충과 어려움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먼저 보였어야 옳다.
나야 순수 고객 입장에서는 양질의 책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받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뽀대나는 하드커버가 아니더라도 문고판의 저렴한 편집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 경쟁으로 인해 허접한 책들이 저렴하게 유통되는 미래를 맞고 싶지도 않다. 도서정가제 논란은 이 두 지점의 양 극단 중 한쪽으로만 가야함을 전제한다.
[그리고 작가들]
■ 고은 시인 나라의 책이 살아야 나라의 정신이 산다. 이 사실을 위한 첫걸음이 책방의 책 정가제 수호일 터! 나는 한국출판문화의 생명과 내 문학의 운명을 이로써 합치시킨다. 완전도서정가제는 반드시 실현해야 할, 내일을 위한 오늘의 문화정책이다.
■ 신경림 시인 책 속에는 사람살이의 보편적 진실이 아로새겨져 있고, 미처 경험하지 못한 지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살아 숨쉰다. 완전도서정가제를 통해 책의 가치와 소비를 바로세우는 일은 곧 우리 삶의 질에 보탬이 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 신경숙 소설가 좋은 책을 읽는 순간들이 인생에 축적되면, 뜻하지 않는 시련과 고통에 빠졌을 때 그 순간들을 견딜 힘과 앞으로 나아갈 힘을 동시에 준다. 좋은 책의 출판과 긍정적인 소비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초가 되는 ‘완전도서정가제’를 지켜나갔으면 한다.
■ 김용택 시인 "책을 읽지 않는 국민에게 무슨 향기가 있겠는가, 책을 모르는 국가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국가가 출판을 지원해야 국민은 좋은 책을 읽는다!"
■ 황석영 소설가 완전도서정가제는 책과 작가와 독자가 상생하기 위한 기반이다. 경쟁을 앞세우는 힘 센 자본에 밀려 다양한 책이 사라지고 동네서점들이 문을 닫는 곳에서 문학은 자기 자리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 책은 상품이기 전에 한 사회의 문화를 지탱하는 뿌리다.
■ 신경숙 소설가 좋은 책은 한 세계 그 자체이다. 개개인에겐 지식과 정보가 많은 멋진 친구이기도 하다. 좋은 책을 읽는 순간들이 인생에 축적되면, 뜻하지 않는 시련과 고통에 빠졌을 때 그 순간들을 견딜 힘과 앞으로 나아갈 힘을 동시에 준다. 좋은 책의 출판과 긍정적인 소비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초가 되는 ‘완전도서정가제’를 지켜나갔으면 한다.
■ 유홍준 교수 완전도서정가제는 문화 선진국의 자부심입니다. /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 김두식 교수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지면서 책을 고르는 기쁨도 사라졌습니다. 완전한 도서정가제와 제대로 된 출판진흥정책으로 그 기쁨을 되찾고 싶습니다. /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중미 동화작가 책은 저자의 노력이 담긴 창작물이며, 한 사회의 문화를 이루는 공익적인 문화상품이다. 완전한 도서정가제는 다양한 좋은 원고를 쓰고 책을 펴내고 유통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될 것이다.
■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 책값을 할인하려는 무한경쟁은 결국 책의 정가를 상승하게 하고, 잘 팔리는 책 중심으로 살아남게 하면서 동네 책방이나 어린이전문서점이 자리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없애는 것이다. / 원종찬 (인하대 교수)
■ 이지유 작가
책은 파피루스와 양피지 두루마리에서 종이 묶음으로 이제는 전자 방식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해 가지만 언제나 그 시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곧 시대정신과 문화를 담은 타임머신이다. 누가 타임머신을 다른 공산품과 함께 취급하며 자유경쟁 시장으로 내몰아 헐값에 넘기려 하는가? 그런 집단이 있다면 그들은 인류사 전체에서 가장 무식하고 파렴치한 자들이 될 것이다. / 이지유 (과학 논픽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