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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편집 후기와 관련 글 모음

Soli_ 2012. 12. 16. 15:00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편집 후기와 관련 글 모음 




1.

이제서야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지금이라도 "평화"를 만들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고, 무엇보다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서. 그 기록은 "평화"와 강정마을, 송강호 박사님을 향한 내 깊고 깊은 마음의 조각들인 까닭에. 


2.

이 책은 2012년 3월 말 기획회의를 통해 출간을 결정하였고, 당시 편집은 천서진 간사가 맡았고, 내가 구성 작가를 하기로 하였다. 초기 기획은 인터뷰를 통해, 송강호 박사님의 평화사역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이슈를 부각시키자는 것이었고, 부록으로 송강호 박사님의 강연을 정리하여 싣기로 하였다. 기획회의 직후, IVF 김성한 간사와 미디어팀과 동행하여 제주 강정마을에서 송강호 박사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 녹취 원고가 내게 온 것은 5월 4일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구성안을 만들었다. 3부를 제외하고는 지금 책의 구성 그대로이다. 문제는 세 가지였다. 첫째, 녹취 원고는 200자 원고지 기준 총 400매였으나 실제 책에 쓸 수 있는 부분은 250매 밖에 되지 않았다. 둘째, 인터뷰라고 하기엔 일방적인 송강호 박사님의 이야기만으로 채워져 있었다. 개척자들이나 강정마을 이슈를 충분히 인지한 이들이라면 충분히 감동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독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라도 판단했다. 셋째, 녹취 원고가 내게 너무 늦게 왔다. 당시 나는 업무 전환을 위해 대기하는 기간을 3주 정도 확보하고 있었고, 그 기간 중에 원고를 구성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녹취 원고는 그 대기 기간을 훌쩍 넘어서 내게 왔고, 당시 내가 맡았던 부서에 갑자기 인력 문제가 생겨 그 일까지 내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원고 구성은 무기한 연기되었고, 나는 6월말에 다른 구성 작가를 찾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송강호 박사님은 구속되었고 강정마을은 쓰러져 갔다. 8월 20일, 나의 업무가 전격 전환되었다. 국내 기획을 맡았고, 그 첫 번째 책으로 이 원고가 주어졌다. 이번엔 구성 작가 뿐만 아니라 책임 편집까지 맡는 것이었다. 8월 20일부터 시작하여 8월 31일 초고를 완성했다. 정확히 2주 만이다. 2주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던 것 같다. 녹취 원고의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녹취 파일을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그리고 송강호 박사님의 칼럼과 다른 인터뷰 자료를 모두 찾아 읽었고, 강정마을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녹취 원고엔 인터뷰어의 존재가 없으나, 내가 그 인터뷰 현장에 들어가 인터뷰어의 역할을 하였다. 독자들을 도와야 했고, 피드백을 이끌어내야 했다. 그래서 원고를 인터뷰어로서 '내레이터'의 글을 썼다. 마지막으로 프롤로그에 쓰인 유가일의 글을 보강하기 위해, 프롤로그 2장을 썼다녹취 원고 400매를 250매로 줄였고, 250매를 다시 420매로 만들었다. 인터뷰이지만 내러티브 형식을 취했다. 그리고 부록으로 검토하던 강연 자료 대신 송강호 박사의 옥중 일기와 서신, 법정 진술문 등을 시간 순서대로 엮었고 이 부분이 280매가 되었다. 그렇게 부록 대신 3부 "제주교도소에서"를 엮었다.


초고에 대한 대표와 편집장, 옥중에 계신 송강호 박사님과 조정래 사모님의 피드백을 받았다. 이를 보완하여, 최종 원고를 9월 17일 완성했고 9월 20-21일간 강정마을에 방문했다. 송강호 박사님을 면회하고, 사진 자료 등을 수집했다. 내가 쓰고 정리한 원고를, 다시 내가 교열하는 작업은 참으로 힘겨웠다(거기다 이 책이 편집자로선 나의 첫 책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의 탄생을 위해 격려하던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추천자인 문정현, 김기석, 김민웅, 공지영, 김미화, 변상욱 선생님들, 그리고 강정마을 주민들과 독자들의 위로와 격려가 있었다. 마침내 10월 16일 출간되었다.    

  

3.

다음은 책을 만들면서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 



2012/10/16


언젠가 다음과 같이 썼다. 

"어쩌면 예수께서 그러하셨다. 불의와 폭력의 땅을 걸어가셨고, 그곳에서 정의와 평화를 꿈꾸셨을 것이다. 그분의 가슴 속엔 시편 85편의 노래가, 아모스 선지자의 소원에 가쁜 숨을 품고 계셨을 것이다. 간혹 서둘러, 당신을 앞질러 내달리려 하던 제자들을 제지하셨고, 그런 군중들을 피해, 그는 홀로 적막한 외로움을 찾아 기도하셨다. 

  평화, 그 아득함. 그 아련한 기다림을 연습하셨던 것이 아닐까. 오랜 기다림이 야기할 절망을 예견하신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는 그 기다림을 신신당부하셨던 것은 아닐까. 기다림에 간절함을 담아내되, 오래도록 변치핞은 단단한 소망으로 연단할 것. 그래서 그 아득함에도, 걷고 또 걸을 것. 주저 앉지 말 것. 희망을 포기하지 말 것. 
  그리고 오늘 강정을 비롯한 불의와 폭력이 가득한 우리의 땅에 평화는 간절하지만, 아득한 희망이 된다. 우리의 싸움은 계속 밀리고, 구럼비는 부서지고, 강정 사람들의 가슴은 세대를 이어 짊어질 트라우마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도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리 앞서, 송강호 선생님이 걸어간다. 그 어딘가 즈음에 문정현 신부님도 계신다. 그리고 우리의 동지들이 그곳에 있다.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는 이들이 있다. 어쩌면 예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우리 차례다."(4월 11일, 페이스북 담벼락)

그리고 오늘, 드디어 송강호 박사님의 책이 출간되었다

그사이 책을 만들던 숱한 시간들이 고통스럽게 지나갔다. 평화는, 희망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닐까. 감당하기 힘든 내용이었고, 저자였다. 평화의 사람은 세상과 불화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을 꿈꾸고 희망하는 사람은 좌절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꿈꾸는 사람 송강호'와 대화하며, 그 불화와 좌절이 우리의 길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송강호 박사님과 숱한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그분과 제주교도소 좁은 면회실에서 눈 맞추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평화의 사람은 빛나는 눈동자로 연대의 마음을 전했고, 난 절망스런 자격지심에 그저 눈물이 났다. 

이 책은 세상에 불편한 책이 될 것이다. 아마 그리스도인들에게 더욱 그러할거다. 페이스북의 숱한 벗들께서 보내주시는 따뜻한 응원에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 책이 많이 팔릴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접어둔다. 오늘 영업부장과 함께 서점을 돌며 홍보했다. 그들의 예측은 "글쎄요"였다. 기독교 서점일 수록 더하다. 대놓고 "안 팔릴 책"으로 단정 짓는 이들도 있다. 괜찮다.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수께서, 당신을 앞질러 내달리려 했던 제자들을 제지하셨던 것처럼, 그분보다 앞서 달리지 말자.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굳센 마음으로 오늘도 그 길을 걷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원래 평화는 아득한 것이다. 그 아득함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되, 결코 포기하지는 말자. 

그럼에도 평화와 정의의 길을 소원하는 순례자들이 이 책을 널리널리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믿을 건, 그 길을 걷는 이들과의 연대 뿐이다. 나처럼 한없는 자격지심으로 절망스런 마음들도 함께해주시면 좋겠다. "모든 정의는 연대하여 평화를 이루어 낸다."




2012/10/16


'평화의 길벗' 김미화 선생님과 함께. 선생님의 위로, 환대, 미소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선생님, 감사합니다!"
 — Bunker1에서 김미화님과 함께





2012/10/15


한별 씨가 쓴 "송강호란 사람"에 대해. 

IVP 북뉴스에 송한별 씨가 쓴 "송강호란 사람"이란 글을 실었다.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의 3부에 실린 글로, 한별 씨는 송강호 박사님의 첫째 아들이다. 

이 편지가 책에 들어가게 된 것에는 사연이 있다. 사실 애초에 원고를 구성하면서, 한별 씨의 편지글을 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초고가 나온 이후, 그 생각을 버렸다. 원고가 넘치기도 했고, 너무 편집인이 자의적으로 구성하려는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까닭이다. 1, 2부는 박사님의 평화사역을 인터뷰와 이야기 형식으로 싣고, 3부는 옥중서신과 일기로 구성하기로 하였다. 1, 2부의 초고가 나오고, 옥중서신과 자료를 모으던 어느날, 당시 박사님과 편집인 사이에서 중재하시던 사모님이 전화를 주셨고 수줍게 말씀하셨다. 아들이 쓴 편지가 있는데 나와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모님과 꽤 친해져서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아들과 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사모님은 이 편지를 책에 넣자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그저 나와 나누고자 하셨던 것이다. 처음 원고 구성안에 대해 저자와 사모님은 전혀 모르고 계셨기에, 사모님의 제안은 더욱 신기하고 반가웠다. 


사모님을 통해 그 가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웠고 아팠다. 아버지의 신념은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버거운 것이었고, 아들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힘들었다. 아버지도 아팠을 것이다. 옥중일기에는 [야생초 편지]의 저자인 황대권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황대권 선생님은 아들과 함께 면회를 오셨다. 13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온 황대권 선생님은 늘 아들과의 관계가 평탄치 않은 것에 마음 아파하셨다. 그런데 강정마을 투쟁에 부자가 함께하면서 극적으로 화해했다고 한다. 황대권 선생님의 가정이 겪어야 했던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송강호 박사님의 아픔은 닮아 있었다. 송강호 박사님은 그날의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13년 동안이나 감옥 생활을 하느라 아들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 줄 수 없었던 아버지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자기 소신을 따라 훌쩍 떠났던 아버지의 빈 공간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강정은 슬픈 인생 이야기들의 얽히고설킨 타래를 풀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잊혀졌던 아버지를 다시 찾은 기쁨과 희열로 가득찬 아들도 있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감옥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아들과 딸도 있다. 이렇게 강정은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인생의 간이역이 되었다."(165면)

제주도로 면회가서 최종 원고를 박사님께 넣어드렸다. 초고에는 없던 아들의 편지를 읽으며, 박사님은 밤새 우셨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면회에서, 나에게 감사하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 감사는 내가 받을 것이 아니다. 애초 원고에 한별 씨의 편지를 넣으려고 했던 분은 따로 계신 것 같다. 부디 박사님의 가정이 행복하시길 빈다.

http://www.ivp.co.kr/booknews/index.php?bno=106&v_all&cid=428&page=1#Read_start


2012/10/10


어제 오후, 누군가와 그런 대화를 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은, 기독교와 세상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 하는 책이라고. 기독교 책인지 일반 책인지 구분이 잘 안 가는, 기독교인에겐 기독교 책이 아닌 것 같다고 의심받고 세상 사람들에겐 이 정도 종교 색깔은 괜찮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책. 그 지점의 지극한 일상에서 읽혀지는 책을 만들고 싶다(피터슨 식으로 말하자면, 이것이야말로 지극한 '현실, 하나님의 세계'다). 그러나 그런 바램은, 우리 출판의 지형에서(꼭 IVP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자체로도 참 위태롭다. 오늘도, 그 위태로운 자리에서 위태로운 꿈을 품고 하루를 시작한다.



2012/10/9


송강호 박사님의 책을 기다리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출간일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10월 16일 출간되어 18-19일 이후, 전국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송강호 박사님과 강정마을의 평화운동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2/10/9

강정에 갔을 때, 공사장 정문 앞 "강정 평화 기도회"에 참여하고 있을 때, 예배자들을 한껏 비웃던 그들을 보았다. 평화 활동가들과 주민들의 멱살을 잡고 욕하며 위협하던 그들. 그들은 해군과 삼성물산 등이 고용한 용역이었다. 용역 뒤엔 경찰이 있고, 그들 뒤엔 해군이 있었다. 온갖 불법이 정의를 가둔다. 강정마을은 지금 슬픔의 땅이다.


2012/10/2

지난주 프레시안에 실린 김민웅 교수님의 칼럼(9/27)을 읽으며, 절망의 시대에 분노하는 결기, 그것이 곧 희망 아닐까 생각했다. 절망이 죽어가는 희망을 되살리는 역설. 그리하여 절망은 결코 희망을 이겨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런 비약적 결론을 움켜쥐고 싶었다. 연휴 내내 장염으로 힘들었는데, 오늘 아침 메일함에 들어있는 교수님의 추천사에 기분 
좋은 하루로 비약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김민웅 교수님의 추천사. 

"바람이 분다. 처음에는 미풍(微風)인 줄 알았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면 곧 수그러드는 것인 줄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새 제주도 강정 마을의 뜨거운 역사가 되고 있다. 하늘의 숨결이 인간의 육신에 스며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도대체 지치는 기색도 없다. 송강호, 그가 딛고 서 있는 자리마다 이내 평화의 진지가 되고, 그가 발걸음을 옮기는 곳에서 꽃들이 피어난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물결이 힘차게 달려오다가 부서지듯 멈추던 구럼비 바위 터에 눈물이 흐르고, 그는 장엄한 깃발을 펄럭이며 그 위에 우뚝 선다. 그가 있어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_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2012/9/28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송강호 박사님은 오늘 저녁 6시에 보석 허가로 석방되십니다. 구속 만기가 다음달 12일이어서 굳이 보석으로 나올 이유가 있을지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90세 되신 아버지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작년에 이미 한차례 구속되어 진행되고 있는 1심 재판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 구속 만기로 다음달에 나오시더라도 또언제 구속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신 것이지요. 그간 병이나 보증인 등으로 인한 보석은 계속 거절해 오셨고, 이번에는 판사 직권으로 보석이 허락된 것입니다. 박사님은 오늘 저녁 서울로 올라오실 예정이시고, 곧 강정으로 돌아가 당신의 자리를 계속 지킬거라고 하십니다. 이상, 사모님께 들은 소식.



2012/9/28


추천 의뢰 편지라기보단, 그냥 편지를 썼다. 강정마을, 쌍용차, 용산, 그리고 미처 알지못하는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 그리고 그들을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싶지 않았던 내 자신에 대한 슬픔을 말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공지영 선생님은 원고를 보내달라고 하셨고, 원고를 보신 후 기꺼이 추천사를 써주셨다. 

“루쉰이 말한 것처럼, 희망이 있기 때문에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기 때문에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길이 보이지 않아 절박할 때, 하나님과 사람의 마음이 하염없이 무너져 내릴 때, 그 아득한 슬픔 너머 희망을 걷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구럼비의 든든한 벗 송강호’입니다.” _공지영(「의자 놀이」 저자)



2012/9/27


어제 오후부터 오늘 새벽까지, 송강호 박사님의 책에 보태라고 보내주신 조성봉, 정우철 감독님의 사진을 보며 가슴이 새삼 아리고 뭉클하다. 책과 어울리는 사진을 고르느라 수십, 수백 번 보았던 사진들인데, 원본이라하여 그 느낌이 다르지 않을텐데, 마음은 그렇게 다시 요동친다. 



ⓒ정우철


ⓒ조성봉(진달래산천)


ⓒ정다우리


ⓒ조성봉(진달래산천)


ⓒ조성봉(진달래산천)



2012/9/27


강정마을의 든든한 후원자 김미화 선생님(이라 쓰고 '누님'이라고 부른다.^^)께서 써주신 네 번째 추천사. 시대의 폭압에 좌절한 정의, 그리고 상처받고 쓰러진 사람들을 누구보다 아파하며, 용기 있는 행보를 이어오신 김미화 선생님은, 송강호 박사님을 우리 희망의 근거로 삼자고 권면하신다. 

“지난여름, 강정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부서지는 구럼비, 그리고 선한 사람들의 삶. 왜 그래야만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 그러나 그 지난한 현실 속에서도 평화의 길을 여는 사내가 있었습니다. 바로 송강호 박사님이었지요. 그는 평화의 사람이었고 희망의 증거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희망이 평화를 향해 다시금 힘을 얻어 달려가기를 소망합니다.”_김미화(방송인, CBS “김미화의 여러분” 진행자)
 



2012/9/27 법무부 민원서비스로 보낸 편지


(법무부 민원서비스는 수감자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는 제도이다. 1일 1회, 분량도 제한되지만,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메일을 드려 책의 진행 사항, 강정마을 관련 언론의 기사 등을 요약해서 보내드렸다.) 


송강호 박사님께, 

지난 이틀간 편지를 못썼습니다. 추천사 받느라 공지영, 김미화, 김민웅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김민웅 교수님만 빼고, 모두 추천사를 써주셨고(김기석, 변상욱, 공지영, 김미화), 홍보 과정에서도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표지는 조금 보완했습니다. 제목과 저자 이름을 좀더 강조했고 깃발에 노란색을 넣었더니 느낌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띠지를 만들어서 추천자 이름을 넣기로 했습니다. 현재 내지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고, 어제 조성봉, 정우철 감독님의 원본 사진을 모두 입수했습니다. 정우철 감독님의 사진은 표지 뒷면, 즉 앞부분 날개 뒤로 실을 예정입니다. 이렇게하면 단가가 올라가지만, 여러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의 글은 맨 앞에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에필로그를 보완해주셔서 훨씬 좋은 글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날개엔(표지 뒷면) 저자 소개, 두 번째 날개엔 에필로그의 초대장 부분을 간추려 실을 예정입니다. 저자 소개 문안은 내일 작성할 예정인데, 작성 후에 선생님께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어제 사모님께 선생님의 최종 수정본을 받았고 원고에 반영하였습니다.

평안하시길 빌며, 
김진형 올림.  



2012/9/26


김기석 목사님이 추천하신 책은 늘 좋았다. 간혹 목사님의 서평은, 그 책을 읽었음에도 내가 발견하지 못한 그 어떤 지점을 발견하게 했다. 그리고 서평 자체로도 훌륭한 '문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셨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 송강호 박사님의 자녀들을 알뜰히 보살피고 계신 김기석 목사님께서, 원고를 꼼꼼히 읽으시고 써주셨다. 세 번째로 소개하는 김기석 목사님의 추천사.

“기도의 사람, 전사, 꿈꾸는 사람, 평화의 촉수, 신앙의 최전선, 양심의 소환장, 파수꾼, 그루터기. 책을 다 읽은 후 내 마음에 각인된 송강호의 이미지이다. 끝없이 패배하는 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 사람, 그러면서도 신의 승리를 내다보며 기뻐하는 사람, 고난으로 단련되지 않은 신앙의 위험을 경고하는 야인, 그곳이 어디건 평화가 무너진 현장을 돌아갈 고향이라 여기는 유랑민. 하나님은 지금 그를 통해 한국 교회를 치료하려 하신다.” _김기석(청파교회 담임목사)
 



2012/9/25


책을 만들다 지치거나 좌절할 때면, 어김없이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통해 위로받는다. 맛있는 커피 또는 밥을 얻어먹거나 선물을 받거나 편지를 받거나 기도 도움을 받거나... 그럴 때면, 이 책을 향한 하나님의 기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이 책, 송강호 박사님, 강정마을, 구럼비, 그곳의 사람들, 평화에 대한 그분의 마음 말이다. 

요즘은 이 책의 원고를 읽고 추천하신 여러 선생님을 통해 그런 위로를 받는다. 가장 먼저 추천사를 보내주신 변상욱 기자님의 추천사를 소개한다. 

“그와 악수를 하면서 생각했다. 다시 이 손을 잡기까진 긴 기다림이 가로 놓여 있으리라고. 다른 이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는 자신의 자유를 생각
하지 않으니까. 결국 그는 감옥에서 외친다. 변함없이 우리를 일깨운다. 자신의 자유마저 훌훌 벗어버린 사람의 자유는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가. 그 자유의 대장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_변상욱(CBS 대기자, 콘텐츠본부장)

한 번에 추천하신 분들을 모두 밝히면 재미 없으니, 하루에 한 분씩만.^^
(추천하신 분들의 면면, '쫌' 대박이다.)



2012/9/22


예서도 강정의 평화를 노래합니다._송강호 음악회 — Office Coffee에서





2012/9/21


아들 한별 씨가 쓴 대로, 송강호 박사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조정래 사모님은 훨씬 편안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으셨을까. 그래도 두 분은 좋은 연인이고 친구이고 동지였다. 아내가 사모님을 위해 준비한 생일 선물. 사모님은 박사님께 자랑하셨고, 박사님은 한껏 기뻐하셨다. 기분 좋은 하루, 짧은 출장의 해피엔딩. 

아내가 선물한 퀼트 가방을 들고 계신 사모님의 고운 모습, 이틀 동안 섬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마워, 순일.^^



2012/9/21


유가일 씨, 조성봉 감독님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과장되지 않은 지극한 현실과 그 현실을 살아가는 그들 나름의 방식을 배운다. 현실은 아프고 힘들다. 그렇게 아픈데, 그들은 그 현실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강정마을에서



2012/9/21


간만에 푹 잤다. 불면증도 사라졌고 사모님이 차려주신 들깨 미역국에 푸짐한 아침 식사도 즐겁다.
풋풋한 이야기가 아침을 활기차게 돋군다. 황대권 선생님은 아들과의 화해를, 노총각 목사님은 아름다운 신부를, 멋진 청년 동원 씨는 어여뿐 에밀리를 얻었다. 강정은 그런 곳이다.



2012/9/20


강정 촛불 문화제의 시작. 희망은 지치지 않는 것.





2012/9/20


송강호 박사님의 자리엔 조정래 사모님이 지키고 계신다.





2012/9/20


감옥에 있는 동원 씨에 관한 사진과 글을 본 적이 있다. 참 멋진 사내라고 생각했다. 강정에서 그의 연인, 대만 사람 에밀리 씨를 만났다. 온 동네 사람이 그녀를 안다. 시내에 나가도 그녀를 아는 사람을 쉬이 만난다. 잘 싸우는 사람, 평화를 그리는 사람 에밀리 씨. 오늘 그의 비자가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개척자들 캠프의 식구들의 환호성이 드린다. 소란스런 기쁨이 그득하다. 외국에서 온 강정의 활동가들은 추방당하거나, 비자가 연장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래서 당연한 일에 그들을 뛸 듯이 기뻐한다. 작은 것, 당연한 것을 기뻐하는 사람들. 그들을 지켜보며, 희망은 멀리서 오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 사람들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란 새삼스런 비밀을 발견한다.



2012/9/20


매일 오후 3시, 가장 뜨거운 햇살 아래 평화 기도회가 열린다. 공사장 정문 앞, 뒤에는 레민콘 대형 트럭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경찰과 용역들이 무심히 지켜보는 옆에서, 두런두런 모여앉아 노래하고 기도하는 예배자들이, 거기 강정에 있다.





2012/9/20


면회를 마치고 사모님과 에밀리 씨와 함께 도청 뒤 맛있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 주인분은 강정마을을 힘껏 돕는 분이었고, 그들은 가족처럼 우리를 맞았다. 식당에서 마주친 전교조 제주지부장 선생님은, 박사님을 걱정하시며 밥값을 몰래 내주신다. 강정스타일의 안무를 맡았다는 따님 '샘'을 이야기하시며 아주 잠깐 그 안무를 흉내내시며 맑게 웃으신다. 곤한 그들의 삶이지만 그들의 희망은 반짝반짝 빛난다. 지금 막 강정마을로 향하는 600번 버스를 탔다.



2012/9/20


면회 시간은 12분. 그마저도, 육지에서 왔다는 증표로 비행기표를 보여주어서 2분 더 준거다. 에밀리 씨는 그의 연인 동원 씨와의 면회가 허락되지 않아서 우리와 함께했다. 드릴 말씀이 많았다. 넣어드린 최종 원고, 표지, 추천자, 계약건 등등. 그런데 송강호 박사님을 뵙자마자 눈물이 나서 말문이 막혔다. 간신히 몇마디 건넸는데, 그분은 내 눈을 놓치지 않으시며 연대의 마음을 전하셨다. 12분은, 내 평생 가장 빨리 흘러간 찰나였으나, 내 평생 가장 오래 기억될 시간일 것이다.



2012/9/20


송강호 박사님께 가는 길은 깊고 푸르고 눈부셨으나, 그에게 허락된 것은 철장 속 한 평 남짓 작은 공간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강해보였다. 그래서 창살 밖 내 마음이 되려 시리고 아프다. — 제주 교도소에서



2012/9/19


예지가 송강호 박사님께 드릴 가제본 원고에 스티커를 붙였다. 예지의 마음이다. 그대로 전할테다.ㅋ





2012/9/19


송강호 박사님의 책을 만들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 업무 전환도, 이 책이 아니었으면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보직 이동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 선택은 아마 뻔한 것이겠지). 잔뜩 지쳐있는 상태에서, 선뜻 이 책을 맡겠다고 했고 시작했다. 자책감과 부담감에, 원고를 구성하고 다듬으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했고, 간혹 좌절하기도 했다.

지난
 월요일 최종 원고가 나왔고 표지 시안이 나왔다. 위로하고 응원하고 기도해주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기꺼이 추천사를 써주겠다 하시면서 이 책을 응원하신 문정현 신부님, 김기석 목사님, 김민웅 교수님과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하신 몇몇 선생님들, 전화와 메일과 페북 등으로 중보하겠다고 마음을 보태주신 분들(그 가운데 특히 안해용 목사님). 교도소에 계신 박사님을 대신하여 중재자 역할을 해주신 조정래 사모님. 사모님은 박사님과 나 사이에서 가끔 의견이 다를 때, 늘 내 편이셨다.(^^) 

아내 순일은 이 과정을 내내 지켜보며 묵묵히 섬겨주었다. 아이들을 격리시켜 일할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마음과 건강을 세심히 챙겨주었다. 강정마을과 송강호 박사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중보하였다. 무엇보다 송강호 박사님의 가족들을 걱정하였다. 책에 실린 선생님의 편지에 곧 다가올 사모님의 생일에 대한 한 구절이 있다. 순일이 며칠간 밤잠 설치며 사모님의 생일 선물을 만들었다. 퀼트로 만든 가방. 내일 강정에 간다. 제주교도소에서 선생님을, 강정마을에서 사모님을 뵌다. 내일 이 선물을 가지고 갈 것이다. 그때까진 사모님께 비밀이다. 쉿.
 —허순일안해용님과 함께





2012/9/14


대한민국 정부는 2007년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해에 강정에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2년 9월, 강정에서 불과 7km 떨어진 곳에 세계자연보전총회(WCC)를 유치하는 뻔뻔함을 가졌다. 그리고 강정과 관련된 활동가들의 입국마저 막았다.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에 강정마을 인권 침해에 대해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 평화 활동가와 주민들을 공권력을 동원하여 무참히 폭행하고 구속했던 대한민국 정부는 그마저도 모른 척 묵묵부답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78439&PAGE_CD=N0001&CMPT_CD=M0016



2012/9/12


교도소에서 온 편지. 불의는 그의 몸을 독방 속에 가둘지언정, 그의 영혼은 늘 그랬듯이 자유롭다. 곤한 육신은 신음하고 외로움에 사무친 영혼은 고독에 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가 품은 굳센 희망은, 끝내 그 모든 것들을 일상의 사소함으로 치부한채 망망대해 바닷바람을 헤치며 정의를 향해 나아간다. 그는 늘 '항해자'이다. 시간에 쫓겨 적었을 그의 글자 하나하나를 새겨 듣는다. 그 글자들을 훑고 모으며, 내가 움켜쥐고 있는 일상의 사치들을 몹시 부끄러워 한다.(이 글은 페이스북에 일기처럼 쓴 글이나 조금 다듬어 책에 넣었다. 133면)






2012/9/12 법무부 민원서비스로 보낸 편지


송강호 선생님께, 

내일 재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재판 준비에 혹 방해될까 싶어서 이제서야 메일을 씁니다. 아마 이 메일은 내일 받으시겠지요. 내일 있을 재판을 위해, 무엇보다 정의가 불의를 딛고 승리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오후에 선생님께서 보내신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냥 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며, 책과는 상관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책 이야기는 오늘은 잠시 멈추겠습니다. 그냥 감사하단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책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내내 고통과 번민으로 불면의 밤을 보냅니다. 그 고통을 알게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평안"을 인사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오늘 허락된 한 줌의 평안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아갑니다. 거저 오는 평화는 없다는 것을 배워갑니다. 모두 선생님 덕분입니다.    

저희 출판부 대표 신현기 간사가 따로 편지를 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제주교도소를 선생님을 뵈러 갈 때 동행하게 될 것입니다. 어제 저녁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알자지라에서 방송된 강정 특집 방송을 보았습니다. 토요일엔 가족들과 "송강호 음악회"에 갈 것입니다. 쉬지 않고 기도하겠습니다. 

평안하시길 빕니다. 

김진형 올림. 



2012/9/12


거의 매일 사모님과 메일을 주고 받는다. 송강호 박사님이 옥중에 계시기 때문에, 사모님께서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해주시기도 하고 여러가지 값진 조언으로 도움을 주고 계시다. 사모님은 '숨겨진 저자' 역할을 하고 계시다. 사모님이 계신 까닭에 박사님의 사역이 가능했을 거다, 그런 짐작을 했다. 

아침, 사모님께 메일을 보내며 이렇게 맺었다. 
"사모님과, 선생님과 메일을 주고 받으며, '평안'을 인사하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배워갑니다."

정말 그렇다. 오늘 내가 누리는 평안이, 그것이 비록 한 줌의 평안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하루하루 배워간다. 덧없이 흐르는 시간은 없고, 거저 오는 평화도 없다. 내일 선생님의 재판이 있다. 부디 왜곡된 정의가 바로 잡히길, 그래서 평화를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고통과 외로움의 땅, 강정이 행복해질 수 있기를 기도한다.



2012/9/11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섬' 속에서 산다."

송강호 선생님의 "저자 후기" 첫 문장이다. 이 첫 문장 앞에서 우두커니 멈춰 서 있다. 그는 한 평 남짓 교도소 '독방'에서 이 첫 문장을 썼다. 그는 갇혀 있으나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는 곧 우리더러, 섬에서 나와 바다를 향해 항해해야 한다고, 평화를 위한 여정은 거친 바다 위에 조그마한 돛배를 띄우면서 시작하는 거라고 말한다.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하고 거친 파도와 싸우기도 해야 한다. 배는 언제나 뒤집힐 수도 있고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부서질 수도 있다. 평화의 길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더 위험한 것은 아무런 바람도 불지 않을 때이다. 조그마한 돛배를 타고 무풍지대에서 고립된 채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역풍 속에서도 배는 달릴 수 있다. 그러나 무풍은 결국 ‘안락사’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그런 ‘무풍지대’를 안전하다고 착각한다. 그곳에는 죽은 물고기들과 쓰레기 더미들만이 해류에 떠밀려 다닐 뿐이다."

평화의 길은 결코 안전치 않단다. 허나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아무런 바람도 불지 않는 때란다. 무풍지대에서, 돛배는 갈 길을 잃은채, 그저 안락사하고 만다. 안락사.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고요히 죽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그 생각 앞에서 우두커니 멈춰 서 있다.


(아! '저자 후기'가 너무 좋다!)



2012/9/10


냇길이소의 은어와 흑로들, 저 생명들을 누가 함부로 할 수 있는가. 아름다움에 취했던 마음은 곧장 분노로 향한다. 

송강호 선생님의 책을 맡고 난 직후, 강정마을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에 스크랩 해둔 사진들이 있다. 그중 유독, 강정 바닷가에서 강정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은어들의 사진이 가슴에 밟혔다. 구럼비 해안은 은어들의 겨울철 보금자리란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저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 사진들은 "진달래 산천" 조성봉 감동님은 찍은 것들로, 감독님의 사진들은 송강호 선생님의 책에도 담아낼 것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516160329



2012/9/10 법무부 민원서비스로 보낸 편지


송강호 선생님께, 

지난 메일에는 제목에 대한 저희의 기획의도를 말씀드렸고, 오늘은 저자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아침 사모님을 통해, 저자 이름을 '김진형'으로 하거나 공동 저자로 가고, 제목에 선생님의 성함인 '송강호'를 넣는 것은 어떤지에 대해 들었습니다(저자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주장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1. 이 책의 저자는 송강호 선생님으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콘텐츠 자체가 선생님의 것이 맞고 다만 제가 재구성하고 일부 지문을 가필했을 뿐이지요. 보통 대담집인 경우,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함께 '공동' 저자로 등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책의 경우, 인터뷰어가 전면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공동 저자로 하기보단, 판권 부분에만 "구성 김진형"으로 밝히려고 합니다(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우리 내부에서도 의논하기도 했다. 편집장은 송강호 박사와 의견이 일치했다). 

2. 제목엔 "송강호"란 이름이 3인칭으로 쓰이는데, 저자 이름에도 "송강호"로 들어갈 경우 혼란스럽다는 지적에 대해,

책이 시작하는 부분의 "일러두기"에 이를 분명하게 밝히려고 합니다. 즉 "이 책의 1, 2부는 저자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하였다"를 명시하는 거지요. 그리고 보통 대담집이나 인터뷰집인 경우, 제목과 저자에 같은 이름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안철수의 생각」 같은 책이지요. 이 책의 저자도 "안철수"입니다. 제 생각엔, 독자들이 책을 읽어가면서 이런 것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오늘 조성봉 감독님과 사진을 제공받는 것에 대해 동의를 얻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김진형 올림.  



2012/9/9


강정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중문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강정에서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온갖 생명들의 비참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어찌 이리 힘든 일이 되었을까요.



2012/9/9


문규현 신부님의 9월 7일 재판 최후 진술, 제주법원

"순하디 순하고 착하디착한 국민들을 각성시키고, 가족과 일밖에 모르던 사람들을 세상일에 눈뜨게 하며 이렇게 나날이 거리에서 울부짖고 호소하게 만든 범죄자는 바로, 인간과 생명들에게 참으로 무도하고 무례한 국가라는 것을, 정의와 공평함을 잃은 법이고, 돈과 권력의 용역으로 전락한 공권력임을, 모두가 뼈아프게 명심할 수 있기 바랍니다."



2012/9/9 법무부 민원서비스로 보낸 편지


송강호 선생님께, 

어제 오후에 이 사이트 접속이 무슨 이유에선지 계속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이 야심한 시간이 다시 일어나 메일을 보냅니다. 서울엔 비가 쏟아집니다. 문득 5월에 방문했던, 비 내리던 강정 바닷가의 풍경이 아스라히 떠오릅니다.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득한 느낌마저 갖습니다. 어서 강정에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사모님을 통해 제목 관련 선생님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월요일에 저희 안에서 다시 숙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현재의 제목에 담긴 의도를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1. 핵심 키워드인 "평화"를 제목 전면에 배치한다. 
2. 독자들이 부담없이, 하지만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감성적 제목으로 간다. 
3. 부제는 보다 명확히 하여, 저자 이름과 사역을 구체화한다. 

이런 배경 하에 제목을 정했습니다. "아득한 희망"은 현재 강정의 상황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인식, 뿐만 아니라 평화 그 자체가 이 땅에서 결코 쉽지 않다는 인식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고, "걷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득한 현실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지요. 사실 지난 6-9월에 걸쳐 주요 매체에 티저 광고 형식으로 홍보도 했었습니다.
 
사모님이 보내주신 8월 31일 일기도 포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존 초고도, 선생님의 칼럼집을 바탕으로 보강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종 단계에서 다시 제본하여 선생님이 확인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저에겐, 사모님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주말입니다. 선생님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김진형 올림.



2012/9/1


수현군에게 배운 핫식스가 오늘 날 살렸다면 살렸다.

(원고를 보다가 그만 아침이 밝았다.) 



2012/9/1


「서준식의 옥중서한」을 읽으며 절망을 제대로 배웠다고 생각했다. 
송강호 선생님의 옥중서한과 옥중일기를 읽으면서 희망을 제대로 배운다는 생각이 든다. 


절망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쉬이 왔다 쉬이 가는 것은 절망이 아니다. 
희망을 쉽게 말해서도 안 된다. 쉬이 왔다 쉬이 가는 것은 희망이 아닌 까닭이다. 
절망을 제대로 사유할 때, 비로소 희망을 제대로 품을 수 있다.



2012/9/1


루쉰은 "절망은 허망하다. 희망이 그러하듯"이라고 말했고, 
송강호 선생님은 "절망은 허망하다. 그러나 희망은 불멸하다"라고 말한다.



2012/8/29


송강호 선생님의 원고를 정리하고 글을 덧붙이는 작업, 끝이 보인다. 이 기획의 시작 즈음엔, 그저 옆에서 지지하고 아이디어를 덧붙이고 담당자를 북돋을 뿐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시간들이 덧없이 지나가고 송강호 선생님은 구속되어 제주교도소에 갇혔다. 뜨거운 여름이 절정을 지날 즈음, 덜컥 이 기획을 맡았다. 내가 담당하게 될 줄은 예상 못했다. 그리고 열흘 정도를 정신없이 달렸다. 그사이 잠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죄송하고 죄송한 마음에 불면의 시간들은 그저 사소한 핑계밖에 되지 못했다. 


김연수의 신작 소설을 진작에 받아놓고도 만지작거리고만 있었다. 이 기획을 마무리하고야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까지는 뭐든 사치인 것만 같아서. 무심코 '작가의 말'을 펴보았다. 거기 적혀있는 단어, '희망'을 발견하고 뭔지 모를 뭉클한 감동을 만난다. 잠시 눈물이 났다.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327쪽)

아마, 소설의 맥락과는 상관없는 감동이었을게다. 그래도 괜찮다. 난 위로 받았다. 희망은 날개가 달렸단다. 심연을 건너가는 것이란다. 우리가 두 손을 맞잡고 포옹하는 것이란다. 그것이면 됐다. 

이번 기획은 결국 '강정의 희망, 온갖 야만과 폭력을 이겨내야 할, 평화의 희망'을 예언하고 있는 까닭에, '그 희망'을 쫓고 있었는데 그간 조금 힘들었나보다. 그래서 그 희망을 매조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또 걱정하였는데, '김연수'가 희망을 격려한다. 오늘은, 이 위로면 족하다. 

"희망은 절망 따위에 좌절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지었다. 책 속에 우겨넣을거다. 
이 기획의 이름은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그저, 아멘.



2012/8/22 


"진리는 오랜 숙고와 성찰을 통해 이를 수 있지만, 진리에 대한 신실함은 가장 단순하고도 간결한 실천으로 담보된다."

송강호 선생님의 원고를 정리하며 새롭게 새겨넣은 문장이다. 그를 따라가며 잠못 이루는 나날들을 지나며, 결국 내게 부족한 것은, 그 단순하고 간결한 실천, 바로 그 신실함이 없는 까닭임을 자인하고야 만다. 그렇게 그는 나의 '의미 있는 타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