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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피터슨 읽기 (IVP 북뉴스 2006년 1,2월호)

Soli_ 2006. 12. 18. 13:05

IVP 북뉴스 2006년 1,2월호 _booker의 책 읽기


‘하나님을 향하여 살아가기’ 

그것에 대한 오랜 추구, 그리고 순종

유진 피터슨 읽기

김진형


유진 피터슨에게 영성은 하나님을 향하여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유진은 어떤 특정 시대의 문화적 흐름으로서의 영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경계한다. 그에게 영성은 다만, 오래된 진리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에 성서로 주어졌고 교회의 역사 속에 새겨진 전통이었다. 그리고 그 영성은 어떤 언어로 규정된 역할들이라기보다는 그리스도 안에서, 동시에 지극한 현실 속에서 성서의 진리를 살아내는 '일관됨'과 '통합성'으로 다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진의 저작은 큰 흐름에서, 그가 말한 영성에 대한 정의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진리는 곧 이야기 자체다. 우리는 해석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내러티브, 즉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하나님의 신비에 눈뜨는 영성, p. 299).  모든 존재는 자신을 형성해 나가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진리도 성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유진의 주요 저작 대부분도 '이야기'라는 수단을 통해 '진리'를 풀어내고 있다.


그의 저작에 나타나는 주요 관심은 대략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째, 성서에 대한 추구와 순종. 둘째, 영성을 오늘의 언어와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 셋째, '목회자들의 목회자'로서 갖는 관심과 저술. 물론 이 세 가지는 각기 다른 지향점을 가졌다기보다는, 오히려 동일한 전제 위에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다(2005년에 출간된 『Christian plats in ten thousand place』는 바로 그것을 종합적으로 규정하는 작업일 것이다). 다만 그것을 각기 다른 독자를 대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국내에 소개된 저작들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펴보려고 한다. 


성서에 대한 추구와 순종은 유진에게는 매우 오래된 작업이었다. 그것은 그의 평생의 작업이자 사역이었으며, 모든 저술과 강연의 기초가  되었다. 그 작업이 그를 작가로 만들었을 것이다. 오늘의 그를 전 세계에 알리게 한 대표 저작인 『The Message』를 필두로 『시편으로 드리는 매일 기도(홍성사, 1999),복음서로 드리는 매일 기도(홍성사,  2000),아침마다 새로우니(복있는사람, 2004),모세와 함께하는 기도(죠이, 2004), 선지자와 함께하는 기도, 누가와 함께 하는 기도, 선지자와 함께하는 기도(이상 죠이, 2005) 등이 이에 속한다.


유진은 영성을 논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출발점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한다. 그 출발점은 한마디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곳'이다(하나님의 신비에 눈뜨는 영성, p. 38). 따라서 유진의 영성은 성서를 향한 한결같은 추구에서 시작된다. The Message』는 그의 필생의 작업이었다. 유진에게 성서는 공부하고 해석해내야 하는 학문의 대상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 속에서 우리들의 언어로 풀어내야 할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런 그의 작업은 전 세계 수백만의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그는 성서로 기도하는 훈련을 권한다. 다른 대부분의 저작들은 언어적 상상력이 매우 돋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그는 실제적인 영성훈련은 성서의 말씀 그 자체로 이루어질 때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깊이 있게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말씀으로 기도하는 것은 교회의 전 역사를 관통하는 전통이었으며 순종 그 자체다. 우리는 이 책들을 통해, 그 말씀이 우리의 '속 사람'의 가장 정직한 언어를 담아내고 있음을 발견하며 놀라게 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깊은 내면 세계 성경에서 흔히 '마음'이라고 하는 우리 인격의 핵심 가 들어날 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맨처음 언어로 되돌아가 기도하게 됩니다"(시편으로 드리는 매일 기도, 머리글 중에서).


그의 저작에 나타난 두 번째 관심은, 영성을 오늘의 언어와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의 저작 중 가장 사랑받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여기에 속해 있으며, 그에게 붙은 '영성신학자'라는 칭호는 이 저작들로 인한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가장 잘 보여주기에 유진 스스로 가장 애착이 간다는 『다윗, 현실에 뿌리 박은 영성(IVP, 2003)을 비롯하여 『한 길가는 순례자(IVP, 2001), 묵시, 현실을 새롭게 하는 영성(IVP, 2002),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 응답하는 기도(이상 IVP, 2003), 유진 피터슨의 기도학교(죠이선교회, 2002),친구에게(홍성사, 1999), 거북한 십대, 거룩한 십대(홍성사, 2000)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서신학적 바탕을 통해 관찰된 내용들을, 풍부한 상상력이 깃든 매력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그렇게 풀어낸 이야기들은 가장 인간적인 존재감을 기반으로 한 일상에의 탁월함을 지향한다. 이러한 저작들 속에 나타나는 유진의 언어는 매우 간결하다. 에둘러 가지 않으면서도 본질을 쉽고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국내에 제일 먼저 소개되었던 유진의 책이 『내 친구에게』가 아닌가 싶다. '우정으로 양육하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유진의 언어가 갖는 매력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40년간 교회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친구에게 쓴 54통의 편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유쾌한 언어로 신앙생활 전반에 관해(성서, 기도, 영성, 교제, 교회, 직업관, 하나님의 뜻을 찾는 법 등) 실제적으로 안내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은, 유진이 세상에 처음 출간한 책인 『한 길 가는 순례자』이다. 나는 제자도를 다루는 수많은 책 가운데, 이 책을 첫손에 꼽고 싶다. 유진이 말하는 대로, 진정한 제자의 삶은 오랜 세월 오직 하나의 진리를 향한 지고지순한 순종과 다름 아니다(A Long Obedience in the Same Direction). 제자의 삶은 완고한 고집과 순간의 열정적 몸짓이 아닌, 하나님을 향한 오랜 여정 속에서 빚어지는 것이다.  


유진 피터슨은 한편 '목회자들의 목회자'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29년간 한 교회에서 사역했던 목회자이기도 하다. 유진에게 있어 목회는 영성을 오늘의 언어와 이야기로, 우리의 삶 속에서 풀어내는 것과 다름 아니다("목회사역은 평범한 속에서 구체화되는 기독교 신앙의 특징적인 단면이다. 신앙을 현실 속에 실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목회사역은 분리나 중립, 고의적인 고립, 또는 이원론적인 내세관을 싫어한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목회사역이다", 다시 일어서는 목회, p. 9). 그는 목회자들을 향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돕기를 원했다. 29년간 자신의 목회사역을 마감한 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집필을 계속했다. 마르바 던과 함께 작업한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좋은씨앗, 2001)을 비롯하여, 다시 일어서는 목회(좋은씨앗, 2001), 균형, 그 조용한 목회 혁명, 성공주의 목회 신화를 포기하라, 목회 영성의 흐름, 주일과 주일 사이(이상 좋은씨앗, 2002), 하나님의 신비에 눈뜨는 영성(좋은씨앗, 2003) 등은 목회자들을 향한 그의 애정과 관심을 잘 보여주는 저작들이다.


이 부분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저작은 『다시 일어서는 목회』일 것이다. 이 책은 목회사역의 두 영역을 언급함으로 자신의 논의를 발전시키고 있다. 첫 번째 영역은 영원하신 말씀과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일이다. 두 번째 영역은 각기 다른 환경과 특성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 첫 번째 영역의 일을 구체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첫 번째 영역의 당위는 두 번째 영역에 대한 탁월함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 탁월함은 구체적으로 기도의 목회사역(아가서), 이야기 서술의 목회사역(룻기), 고통 분담의 목회사역(애가), 거절의 목회사역(전도서), 공동체 건설의 목회사역(에스더서) 등을 고찰하고 훈련함으로 이루어낼 수 있다.  


유진 피터슨은 나의 삶에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친 선생 중 하나다. 그는 시대의 아픔으로 가슴에 간직하되 시대의 야만과 용감하게 싸웠던 전사 다윗의 모습으로, 존재가 가진 필연적 한계와 시대의 절망을 눈물로 탄원하여 희망으로 바꾸었던 예레미야로, 천지를 진동하는 뇌성으로 임하던 그분의 신비를 목격하며 감동했던, 그것을 벅찬 기쁨으로 토해내던 사도 요한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기민한 감수성과 탁월한 언어를 가진 시인으로, '거북한' 십 대를 '거룩한' 십 대로 껴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교사로, 절망하여 주저앉은 사역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목회자로 다가온다.  


나는 아직도 그가 그토록 강조한 '한 길 가는 순례자'의 오랜 순종에 이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적으로 기대하는 한 가지가 있다. 내 안에 그 진리에 대한 출발점이 이미 오래전에 주어져 있다는 것과 그 진리를 향한 발걸음을 따뜻하고 유쾌함으로 안내해주는 선생, 유진이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