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일 57

몸살

"몸살이란 영혼의 슬픔을 감당하는 육신의 고뇌가 아닐까, 생각했다."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주일, 원고의 서두에 이 문장을 썼다. 이 문장의 앞에는 "삶은 위태롭다. 의연하고 돌온했던 명분들과 날선 마음의 결기가 이리 쉽게 무너질지 몰랐다. 몸살을 앓았다."라고 썼다. 그리고 원고는 멈췄고, 몸살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회복될 즈음, 마감을 며칠 넘겨 원고는 완성했다. 그런데 내가 회복할 즈음, 돌연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깊고 처연한 몸살이었다. 아마, 아내의 몸살도 '영혼의 슬픔을 감당하는 육신의 고뇌'였을 것이고, 아내의 슬픔은 나보다 깊었을 것이다. 아파서, 아내의 몸살을 지켜보며 무력했던 한 주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새벽에 깨어 챙겨야 할 일들을 주섬주섬 헤아리다가 문득..

霓至園_/soon_ 2013.06.09

[예지원 공방] 폐가구를 활용한 '냅킨아트선반'

어느 날, 순일 님은 길가에 버려진 폐가구를 주어왔습니다. 며칠간 베란다에 두고 살피며 이리저리 궁리합니다. 마침내 망치를 들고 가구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여 페인트로 색을 입히기 시작합니다.그리고 냅킨 아트로 마무리. 그렇게 완성된 순일 님의 "냅킨아트선반"입니다! 밑에서 봐도 예쁩니다. 꼼꼼하고도 사려 깊은 그녀.^^

霓至園_/soon_ 2013.05.27

잠시 바람이 되어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임진각 평화누리에 다녀왔습니다. 예서는 바람에 날려갈까봐 무섭다고 아빠 곁에 붙어 있었고 예지는 바람개비 사이로 요정이 되어 거닐었으며 아내는 아이들이 팽개 연을 하늘에 띄우며 잠시 쉬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들 속에서 잠시 바람이 되어 예서에게 장난을 걸고, 예지의 마법을 돕고, 아내의 쉼이 되고 싶었지요. 그렇고 그런, 바람 부는 오후였습니다.

霓至園_/rainbow_ 2013.05.01

또박또박 쓴 나의 진심 (빛과소금, 130409)

★빛과소금 5월호에 기고한 글이며, "거듭난 남자, 아내의 자리를 생각하다"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또박또박 쓴 나의 진심 "인류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은 남성에게 억압과 폭행을 당해온 시절에도 먹이를 찾아 아이를 양육하며 가정을 이끌고 삶을 이어오면서 평화를 지킨 중심이었습니다. 평화를 지키려는 본성을 아직도 많이 가진 존재가 여성이죠. 그 여성이 남성에게 군국주의적, 산업적 탐욕을 멈추라고 명령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로버트 서먼이 안희경과의 대담에서 한 이야기다(, 76쪽). 평화의 근원은 늘 여성의 자리였다. 남자는 탐하고 모략하고 침탈하지만, 결국엔 여성의 품을 그리워하고 굴복한다. 어머니의 자리, 아내의 자리에서야 그 깊은 안식을 누린다. 언젠가 여성의 시대가 도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