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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나의 책 나의 저자

2017년 나의 책 나의 저자 언제부턴가 좋은 사람보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았다. 그것이 잠시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다. 좋은 사람이지만 좋아할 수 없는 사람도 생겨났다. 한때 좋은 사람을 좋아할 수 없는 것은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는 공적 영역 혹은 사적 관계들의 교집합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돌출된다. 그에 합당한 기준이나 자격 따위는 그다음에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던 건 대개 내가 힘겨운 시절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책도 그러하다. 좋은 책보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나의 고독과 슬픔과 좌절을 위로한다. 내가 고독과 슬픔과 좌절을 지날 때 이 책들이 내 곁에 있어주었다. 좋은 ..

view_/책_ 2018.01.21

2017년 올해의 책 _ 기독교

2017년 기독교 분야의 책을 손꼽아 보았습니다. 엄정한 심사와 객관적 기준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게다가 제가 읽은 기독교 책이 얼마 되지 않기에(심지어 아래 책 중 개정판들은 거의 읽어 보지도 않았답니다. 그저 제게 좋았던 책들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들만 추려보았어요. + 출간 순서입니다. + + 《현명한 피》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허명수 옮김|IVP 펴냄|17년 4월 1952년에 발표한 오코너의 장편소설. 이 소설이 왜 이제서야 한국에 소개되었는지 그게 의아할 뿐.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 왜 신앙의 언어는 그 힘을 잃었는가?마커스 J. 보그 지음|김태현 옮김|비아 펴냄|17년 4월 나는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리고 기독교의 삶을 구현하는 데 있어 핵심은 언어..

view_/책_ 2018.01.16

진보를 성취하는 사랑의 서사

진보를 성취하는 사랑의 서사 《이혼일기 – 이서희 에세이》이서희 지음, 아토포스 펴냄, 2017년 8월 이 책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에게로 향하는 내밀하고도 불온한 연서다. 타자로부터 연유했던 여인은 사랑과 이별의 계절을 거쳐 자신에게로 귀착한다. 그러고는 다시 여행을 준비한다. 이제 비로소 타자에게로 닿을 수 있으니 삶은 다시 뜨겁고 아름답고 충만할 것이다. 무릇 생명은 계절의 관습 속에서 진보한다는 점에서, 사랑은 진보의 근거가 된다. 반복의 습속에 머무는 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그것을 뚫고 진보를 성취하는 것이 사랑, 그렇다면 이 책을 사랑의 서사로 불러도 좋다. 관능적 서사의 유혹자, 이서희 작가의 귀환 기억을 탐험하고 삶의 서사를 넘나들며 관능적이면서도 매혹적인 글..

view_/책_ 2017.11.07

2016년 나의 책 나의 저자

2016년 나의 책 나의 저자 올해의 책은 없다. 다만 나의 책이 있을 뿐이다. 그것을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때 책에 대한 광신도였다. 책으로 회심했고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었으며 책의 사람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책의 사람들은 곧잘 책을 배반하였다. 좌절은 타자로부터 시작되었으나 절망은 내게서 귀결되었다. 책에 대한 신앙으로 시작한 밥벌이였으나 이제는 밥벌이를 위해 책을 만든다. 좋은 책을 놓고 필사적으로 토론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에게 좋았던 책을 가만히 듣고 나에게 좋았던 책을 조근조근 말할 뿐이다. 설득은 그 책의 몫이다. 그가 그 책의 텍스트로 들어갈 때에야 그 책이 그의 삶으로 틈입할 것이다. 다만 나는 나의 소중한 책을 성실하게 기록하..

view_/책_ 2016.12.28

숨은 편집자를 찾아서_인터뷰

'어쩌다 1인 출판'은 나무연필, 메멘토, 봄날의책, 오월의봄, 유유 출판사가 함께 운영하는 블로그입니다. '숨은 편집자를 찾아서'라는 코너가 있는데 , 감사하게도 조성웅 유유 대표님과 인터뷰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2016년 8월 10일 http://blog.naver.com/onepress5/220783559712 숨은 편집자를 찾아서 지금 한국에서 책을 만드는 사람, 편집자라는 일은 그다지 환영받는 직업이 못 됩니다.게다가 편집자는 음지에 숨어 일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관념이 강합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판권 면에 이름이 적히고는 남몰래 뿌듯해하는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편집자가 없으면 이 세계에 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편집자는 한 권의 책이 존재하게 하는 데 있어 신과 같은 존재..

view_/etc_ 2016.10.31

어이 없는, 추천사

좋은 책이다. 그래서 언젠가 서평을 써서 기고한 적이 있다. 이 책을 고르고 글을 쓴 건 내 의지였을 것이다. 오늘 우연히 이 책을 살피다가 뒤표지에 내 서평의 일부가 추천사로 들어가 있는 것을 봤다. 그 출판사는 내게 그것을 인용하겠다고 요청하지 않았고, 난 그것을 허락한 적도 없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그 책(초판)의 뒤표지엔, 당연히 내 추천사는 없다. 나도 편집자이지만, 어찌 이런 경우가. 좀 어이가 없다.

view_/책_ 2016.10.31

한파의 시대를 견딜 수 있는 화톳불 같은 책

김재수 선생님께, 처음 편지를 드린 것은 작년 11월, 첫겨울 무렵이었습니다. “경제학은 밥과 사람의 관계로부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해명하는 학문”이라는 고故 정운영 선생님의 문장을 인용하였지요. ‘밥’은 세상사의 고달픔, ‘사람’은 그 고달픔을 살아내는 이들의 은유겠지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사람은 결코 홀로 규정될 수 없으며, 결국 우정과 사랑, 고독과 연대 사이에서 그 본질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무릇 경제학도 그 맥락에서 당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흘러 다니는 무수한 말들 속에서, 선생님의 글을 견고한 텍스트로 오래 간직해야겠다는 다짐도 거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출간 제안을 드린 다음 날, 선생님의 답장을 받았습니다. 첫눈이 내..

view_/책_ 2016.10.25

책 읽는 공동체를 위한 서론(선교한국, 160805)

2016년 선교한국 대회에서 책 읽는 공동체에 대해 강의하였습니다. 금요일 오전에 있었던 강의로, (아마도) '헌신의 밤'(목요일 저녁 집회) 이후의 다음 스텝을 위한 일련의 강의 중 하나로 기획되었던 것 같습니다...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네요(선교한국에서 제게 요청한 강의는 '공동체에서의 선교도서 읽기'였어요.ㅜㅜ). '헌신의 밤'이 아니라 '내 영혼의 어둔 밤'에 대해, 복음에 대한 강고한 확신이 아니라 회의와 질문에 대한 숙고에 대해서 말이죠. 무릇 독서란 그런 것이니까요. 아무튼. 강의안을 공유합니다. 이전에 했던 독서 강의안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강의안 뒷부분의 추천 도서목록은 페이스북의 여러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특히 강은수 목사님, 감사합니다!).

view_/문서운동_ 2016.08.23

《L의 운동화》 독자와의 만남 후기

《L의 운동화》(김숨 지음, 민음사 펴냄) 독자와의 만남 후기(6월 22일, 이한열 기념관) ‘달콤한 작업실’ 최예선 작가의 진행, 이한열 운동화를 복원한 김겸 박사의 강의, 그리고 《L의 운동화》를 쓴 김숨 작가와 김겸 박사와의 대화로 이어졌다. 다음은 정확한 인용은 아니고 '내 맘대로’ 대충 요약한 것(그러므로 어떤 부분은 나의 비약이거나 바람일지도). 1. 이야기는 복원되기도 하고 새롭게 탄생하기도 한다. 거듭남의 동력은 당신에게 있다. 무릇 역사는 그렇게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당신을 통해 미래로 흐른다. 2. 김겸 박사는 보존/복원의 과정과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무엇을 보존/복원하는가? 오늘날 재화적 가치가 유일의 가치로 측량되지만, 보존/복원의 지향은 그 너머를 향한다. 그것은 망각으로부터..

view_/책_ 2016.06.30